민간 우주정거장 만드는 미 액시엄스페이스 회장 "한국 제2우주인 기업 주도로 만들자" 제안

고재원 기자 2022. 5. 17.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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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서울대 강연
캄 가파리안 액시엄 스페이스 설립자 겸 회장은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전문가 초청 세미나에서 발표를 진행하고 있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미국 우주기업 액시엄 스페이스는 국제우주정거장(ISS)을 대체할 민간 우주정거장을 2027년까지 건설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퇴역을 앞둔 ISS를 대신해 과학실험과 생의학 연구, 우주호텔 등의 역할을 할 우주정거장을 민간 주도로 짓겠다는 구상이다. 지구 저궤도(LEO) 경제로 불리는 우주 기반 민간 경제를 확장하려는 대표적 사례로 꼽힌다. 이미 지난달에는 1인당 약 700억원을 받고 만간인 4명을 우주정거장으로 보내는 상업 운송 임무를 수행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2024년 9월 민간 우주정거장 첫 모듈을 시작으로 매년 1개씩 총 3개의 모듈을 우주로 보낸다. 최종적으로 지구 저궤도에 사람이 살 수 있는 우주도시를 짓겠다는 야심찬 계획이다. 

캄 가파리안 액시엄 스페이스 설립자 겸 회장은 17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에서 열린 전문가 초청 세미나에서 “우주산업에 관심을 기울이는 한국기업이 많다고 들었다”며 “한국 기업들은 우주사업에 뛰어들 만한 기술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위성과 같은 특정 분야 개발에만 매달리기 보다 좀 더 호방한 미래를 그리길 조언했다. 그는 “새롭게 우주 사업에 뛰어드는 기업들은 오늘이 아닌 내일을 생각해야 한다”며 “우주를 기반으로 한 사업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말했다. 

가파리안 회장은 그러면서 중국을 예시로 들었다. 그는 “중국은 이전에 인류가 탐사하지 못한 달의 뒷면에 가는 등 호방한 사고를 하는 국가로 떠올랐다”며 “중국의 성장세가 대단하다”고 경계했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세계 최초의 상업용 우주정거장 건설을 목표로 미국항공우주국 (NASA) 출신 전문가들이 주축이 돼 2016년 설립된 회사다. 미국항공우주국NASA로부터 따낸 사업비가 스페이스X 다음으로 클 만큼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는 마이클 서프렌디니는 2005~2015년 ISS 프로그램의 관리자로 재직하며 기획과 완성, 연구 상용화 과정을 모두 이끌었다. 액시엄스페이스에 재직 중인 직원의 절반이 NASA 출신으로 우주 기업 중 가장 높은 비율에 속한다. 

파란 자켓을 입은 캄 가파리안 액시엄 스페이스 설립자.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이날 가파리안 회장의 세미나는 ‘인류의 차세대 우주 보금자리’를 주제로 진행됐다. 서울대 유회진학술정보관 5층의 조그만 세미나실이 약 40명의 대학생과 대학원생들로 가득 찼다. 가파리안 회장은 “학생들에게 우주에 대한 영감을 주기 위해 이번 세미나를 마련했다”며 “미래 세대가 가지는 영감은 우주 개발을 이끌어 갈 동력이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 역시 과거에 별을 보며 얻었던 영감이 우주산업에 뛰어들게 된 이유라 설명했다. 이란에서 태어난 그는 1977년 17세 때 미국으로 이주해 록히드마틴과 포드에어로스페이스 등에서 기술과 관리 직책을 맡았다. 1994년 NASA 사업을 겨냥한 ‘스팅어 가파리안 테크놀로지’를 창업해 ISS 운영과 우주 비행사 훈련 지원을 제공하고 연간 5억달러(약6367억원)의 수입을 내는 회사로 키웠다. 이 자금을 기반으로 지상에너지와 우주 에너지 사용을 위한 원자력 솔루션을 개발하는 ‘엑스에너지’를 2009년, NASA가 선정한 무인 달착륙선 제작업체 ‘인튜이티브 머신즈’를 2013년 창업했다. 달 근처 로봇 전초기지 건설을 목표로 하는 ‘퀀텀 스페이스’도 지난해 창업했다. 

가파리안 회장은 우주선 추진체계 개발에도 투자할 것이라 공언했다. 그는 “넓은 우주를 빠른 시간 내 이동하고 탐사하기 위해서는 결국 우주선 추진 기술 개발이 필요하다”며 “원자력과 전기를 합친 추진법 등을 연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미 비영리기관 형태로 ‘무한우주연구소’이란 기관을 만들어 관련 연구를 진행 중이다. 이 밖에 차세대 우주복 등의 개발도 추진 중이다. 

가파리안 회장은 이소연 씨 이후 명맥이 끊겼던 제2 한국 우주인을 양성하자는 제안도 내놨다. 대신 과거처럼 정부 주도가 아닌 기업 주도의 한국인 우주인을 만들자는 제안이다. 그는 “우주정거장에 우주인을 보내는 비용이 10년내 1억으로 떨어질 것”이라며 “한국인에게 우주에 대한 영감을 주는 한편 기업은 홍보효과도 톡톡히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가파리안 회장의 이번 방한은 엑스에너지와 두산에너빌리티(구 두산중공업) 간 협력논의를 사유로 마련됐다. 실무진이 논의를 위해 창원으로 내려가고 회장은 수도권 지역에 남아 우주 쪽 협력을 타진했다. 김동관 한화솔루션 대표와 김정균 보령 대표와 17일 만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관계자와 만남이 예정돼 있었으나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액시엄스페이스가 제안한 국제우주정거장(ISS) 모듈과 ISS 포스트. NASA 제공

액시엄 스페이스는 2024년 민간 우주정거장 구성을 시작한다. 4명의 우주인을 위한 거주 공간과 연구, 제조 응용 프로그램을 수용할 수 있는 모듈을 쏘아 올린다. 모듈에는 지구를 볼 수 있는 대형창과 터치스크린 통신 패널이 달려 있으며 방문 우주선의 도킹이 가능하다. 이 모듈은 향후 구성될 우주정거장의 허브 역할을 한다. 4개의 방사형 포트가 달릴 예정이다. 

2025년에는 두번째 허브와 4명의 승무원 숙소가 추가된다. 승무원 수용인원이 총 8명으로 늘어나며 연구동 역시 2배로 늘어난다. 방문 우주선과 추가 모듈을 위한 8개 방사형 포트가 마련된다. 2026년에는 모듈을 하나 더 쏘아올려 우주 연구소와 제조 시설 역할을 맡긴다. 2027년에는 태양전지판이 달린 파워 타워를 추가해 ISS와 동일한 전략을 생산하도록 한다. 

액시엄 스페이스는 민간 우주정거장 건설과 운영에 현재까지 7억 2200만달러(약9191억원)를 투자 받았다. 향후 투자금을 2배 이상 유치 한다는 계획이다. 가파리안 회장은 방한 일정이 끝나면 싱가포르로 이동한다. 글로벌 투자은행 모건스탠리에 따르면 우주산업은 2040년 시장 규모가 100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고재원 기자 jawon121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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