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뷔 25년 맞은 발레리나 김주원 "무대 인생 함께한 모든 분들께 '레베랑스' 전하고 싶어"
[경향신문]
발레리나 김주원(45)이 데뷔 25주년 기념 공연 <레베랑스>로 관객과 만난다. 공연 제목인 ‘레베랑스’는 인사 동작을 뜻하는 발레 용어. 17일 서울 도곡동 EMK엔터테인먼트에서 기자들과 만난 김주원은 “25년간 저에게 박수를 보내준 관객분들, 또 제 무대 여정을 함께해준 모든 분들께 레베랑스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다음달 9~12일 서울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 오르는 <레베랑스>는 김주원의 ‘발레 인생’을 집대성한 공연이다. 그가 1998년 국립발레단 주역으로 섰던 데뷔 무대 <해적>을 비롯해 <지젤> <빈사의 백조> 등 클래식 발레, <탱고 발레-3 Minutes : Su Tiempo> <사군자-생의 계절> <Dear Moon> 등 그가 제작한 작품과 새 창작 안무들을 한꺼번에 만날 수 있다. 2012년 국립발레단 퇴단 이후에도 현역 무용수이자 예술감독으로 자신이 설 무대를 직접 개척해온 그가 예술감독으로 선보이는 네 번째 작품이다. 처음 발레와 만난 어린 시절부터 마흔다섯이 된 지금에 이르기까지, 연습실에서 보낸 수많은 시간을 공연 속에 담았다고 한다. 김주원은 “무대 위 제 모습은 관객분들이 많이 보셨지만, 제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낸 곳은 연습실”이라며 “관객들을 연습실로 초대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1998년 러시아 볼쇼이발레아카데미 졸업과 동시에 국립발레단에 입단한 그는 한국 발레를 한 단계 도약시킨 주역 가운데 한 명이다. 2006년 ‘무용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브누아 드 라 당스’ 최고 여성 무용수상을 수상했고, 국내는 물론 해외 유수의 발레무대에도 주역으로 초청돼 공연하는 등 왕성한 활동을 펼쳤다. 오랜 시간 정상의 자리를 지켰던 발레리나지만, 시련도 많았다. 2017년엔 디스크로 하반신을 움직일 수 없어 한달간 병상에 누워지내야 했고, 발레는 물론 일상생활도 힘들 것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모두 제가 다시 춤출 수 없을 거라고 여기는 상황이었지만, 물리치료 선생님과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해보자고 최선을 다해 재활했고 다시 춤출 수 있게 됐어요. 아직도 이건 기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김주원은 그때의 부상 이후 고난도 테크닉과 체력을 요하는 클래식 발레는 예전처럼 쉽지 않다면서도 “관객분들이 가장 다시 보고 싶어하는 제 무대가 <해적>과 <지젤>인 만큼 애를 써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여전히 무대에 선 순간이 가장 행복하다”고 말하는 김주원은 매일 새벽 3시간 반씩 운동을 하며 무대에 서기 위한 준비를 한다고 한다. “20~30대 때는 그럴 필요가 없었지만, 지금은 그렇게 운동하지 않으면 토슈즈를 신을 수 없다”고 했다.
“20대 때 발레가 ‘젊음의 예술’이란 말을 들었을 때는 잘 와닿지 않았는데, 이제는 너무 실감해요. 기능적으로 춤을 잘 보여줄 수 있는 나이는 한정적인데, 감정적으로는 나이가 들수록 더 많이 느끼며 춤추게 됩니다. 이젠 춤 안에 어떤 이야기를 담느냐가 제게 너무나 중요해졌습니다. 기능적인 관리도 중요하지만, 무대에서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아야 오래 춤출 수 있는 것 같아요. 아직도 무대에서 관객들과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오래 무대에 서고 싶다는 그는 10년 후, 쉰다섯이 됐을 때도 35주년 기념 공연 기자회견을 열겠냐는 질문에 잠시 망설이다 답했다. “그때도 와주실까요?(웃음) 10년 후면 또 어떤 모습일지…네, 10년 후에 뵙겠습니다. 욕심 한 번 내보겠습니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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