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매장 시신 사망 시점, 곤충은 알고있다..국내 최초 '법곤충감정실' 개소

김기윤 기자 2022. 5. 17. 17:08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2019년 6월 경기 오산시의 한 야산에서 암매장된 시신 한 구가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법곤충 감정을 본격 도입하기 위해 충남 아산시 경찰수사연수원에 '법곤충감정실(Forensic Entomology Lab)'을 최근 개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이날 법곤충감정실 개소식에 참석한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법곤충감정 기법을 향상시켜 변사 사건을 과학적 방법으로 더욱 세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뉴스1
2019년 6월 경기 오산시의 한 야산에서 암매장된 시신 한 구가 백골 상태로 발견됐다. 당초 수사팀은 2019년 초 매장이 이뤄졌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유골과 함께 묻힌 곤충 사체 분석 결과는 달랐다. 번데기로 발견된 검정뺨금파리, 큰검정파리, 떠돌이쉬파리 등 3종류 곤충은 산란기가 모두 10월이었다.

이에 따라 수사팀은 시신이 적어도 2018년 10월 이전 암매장된 것으로 추정하고 수사 범위를 넓혔고, 그 결과 용의자를 포착했다. 범인을 잡고 보니 암매장은 실제 2018년 9월 발생한 것으로 밝혀졌다. 범행 현장의 곤충을 분석해 사망 시점 등을 밝혀내는 법곤충학의 힘을 알 수 있는 사례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법곤충 감정을 본격 도입하기 위해 충남 아산시 경찰수사연수원에 ‘법곤충감정실(Forensic Entomology Lab)’을 최근 개소했다고 17일 밝혔다.

사망 시점은 변사사건에서 사인(死因) 및 범죄 관련 여부를 파악하는 중요 단서다. 통상 체온 하강, 시신 얼룩(시반), 시신 경직(시강), 위 내용물 소화 상태 등을 종합해 추정한다. 그러나 시신이 오래돼 부패하면 이 방법으로는 추정이 쉽지 않다.

법곤충 감정이 이때 큰 도움이 된다. 철마다 활동하는 곤충이 다르다는 점을 활용해 사망 계절이나 월을 추정할 수 있고, 사체에 꼬이는 곤충이 기온에 따라 일정하게 성장한다는 특성을 활용하면 1~3일 단위까지도 사망 시점을 추정할 수 있다. 법곤충 감정은 미국, 유럽 등에서는 1990년대 이후 주요 수사기관, 법과학연구소에서 널리 활용된다. 방임이나 동물 학대 등의 범죄 수사에도 구더기증(승저증) 분석이 활용된다.

국내에서는 2014년 순천에서 발견된 A 씨 변사 사건에 법곤충 감정이 최초로 적용됐다. 그러나 전담 감정실이 없고, 전문 연구 인력도 부족해 이후 제한적으로만 활용돼 왔다. 경찰청은 2016년부터 고려대 법의학교실과 함께 사체에 잘 꼬이는 국내 서식 파리 3종의 성장 데이터를 구축해왔다. 이날 법곤충감정실 개소식에 참석한 남구준 경찰청 국가수사본부장은 “법곤충감정 기법을 향상시켜 변사 사건을 과학적 방법으로 더욱 세밀하게 조사하겠다”고 밝혔다.

김기윤 기자 pep@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