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이상민·조정식·우상호, 누가 '강한 국회의장' 될까?
[경향신문]
21대 국회 후반기 국회의장 선출을 놓고 벌이는 더불어민주당 경선이 ‘4파전’으로 치러지게 됐다. 김진표(75·경기 수원무), 이상민(64·대전 유성을), 조정식(59·경기 시흥을) 등 5선 중진 의원들에 이어 우상호(60·4선·서울 서대문갑) 의원까지 출마했다. 후보들은 대부분 “윤석열 정부의 국정 독주 견제”를 기치로 내걸었다. 167석 거대 야당 출신이자 국회 운영을 이끌 입법부 수장으로서 이례적으로 선명성 경쟁에 나서며 ‘강한 의장’ 경쟁을 벌이고 나섰다.
민주당 국회의장·부의장 선출분과위원회는 17일 국회의장·부의장 후보를 이틀간 접수한 결과 김진표·이상민·조정식·우상호 의원(기호순) 등 4명이 등록했다고 밝혔다. 부의장 후보로는 변재일(74·5선·충북 청추청원), 김영주(67·4선·서울 영등포갑) 등 2명의 의원이 등록해 맞대결을 벌인다. 민주당은 오는 24일 당내 경선을 실시할 예정이다.
이번 의장단 선거는 통상 원내 제1당의 최다선 의원을 추대하던 관례에도 불구하고 유례 없이 많은 4명의 후보가 출마했다. 이는 민주당이 직면한 정치적 상황이 반영된 것이라는 분석이 많다. 대선에서 패배한 이후 윤석열 정부 초반 정부와 국회 사이의 충돌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입법부 수장의 국회 운영 권한을 유리하게 가져가겠다는 복안이 엿보인다.
중립성과 대화·타협을 강조해오던 역대 국회의장 경선과 달리 이번 경선에서 후보들이 대부분 선명성 경쟁에 주력하는 분위기가 강한 것은 이 때문이다. 첫 출마 선언을 한 조정식 의원은 지난 15일 “윤석열 정부의 오만과 독선을 견제하고 민주당 주도의 개혁국회, 민생국회로 거듭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고, 김진표 의원도 16일 입장문에서 “윤석열 정부의 ‘아마추어리즘’ 국정 운영을 견제하고 유능한 국회를 만들어 국민의 신뢰를 되찾아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상민 의원은 16일 출마 회견에서 “대통령과 국회, 여당과 야당 사이에 건강한 견제와 팽팽한 긴장감이 적절하게 작동되게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출마를 선언한 우상호 의원도 “입법부의 위상을 강화해 시작부터 많은 우려와 의구심을 낳는 윤석열 정부를 제대로 견제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강한 의장’ 경쟁은 당내 의원 중 절반이 넘고 개혁 성향이 강한 초·재선 의원들의 표심을 겨냥한 전략으로도 풀이된다.
4파전은 당내 계파 대리전 성격도 띈다. 각각 친이재명계와 친문재인계, 86그룹(80년대 학번·60년대생 학생운동권) 등 출신인 조정식·김진표·우상호 의원이 나서면서 당내 권력경쟁 구도의 일환으로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이 때문에 의장단 선거에까지 친이재명·친문재인계 지지자들의 ‘팬덤 정치’가 작용하는 모습도 나온다. 일부 강성 지지자들의 경우 당원게시판 등에 ‘특정 후보를 뽑으라’는 글을 올리거나 의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기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경선이 결선투표 없이 최다득표자 1명을 뽑는 ‘원샷 경선’ 방식이라는 점은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로선 어느 한 후보의 우세를 점치는 시각은 나오지 않고 있다. 4파전 양상에서 결선 투표가 있을 경우 후보 간 ‘합종연횡’이 있을 수 있지만 원샷 경선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후보 단일화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박홍두 기자 ph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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