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늘공' 선호에 당직자들 "섭섭"..낮은 급수 받고 다시 복귀하는 당직자도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의 대통령실 인선을 두고 국민의힘 일각에서 “섭섭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석열 정부에서 ‘늘공’(늘 공무원)이라고 불리는 관료를 주로 배치하면서 대선 캠프에서 윤 대통령 당선을 도왔던 상당수 ‘어공’(어쩌다 공무원)의 용산행이 좌절됐기 때문이다.
대선 캠프와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 일한 국민의힘 소속 국회의원 보좌관A씨는 17일 통화에서 “전체적으로 대통령실 슬림화라고 해서 인원도 축소시키고 ‘늘공’ 비율도 높아지면서 10% 정도만이 ‘어공’이라는 얘기를 전해들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원래 자신의 급수보다 낮은 급수의 대통령실 자리를 제안받은 일부 당직자와 보좌관들은 제안을 거절하고 당으로 복귀했다. 통상 국회의원 보좌관은 대통령실에 갈 경우 같은 급수나 조금 높은 자리로 가는 것을 기대한다. 이 때문에 일부 4급 보좌관은 대통령실 5급 자리 제안을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급수를 낮춰서 가는 경우는 거의 없다. 같은 급수로 가거나 간혹 올려가 가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 한 국민의힘 당직자는 “4급에게 ‘자리가 없는데 5급이라도 올래’라고 하면 나가라는 소리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급수가 중요한 이유는 월급이 줄어든다는 현실적인 이유가 크다고 한다. 인수위에서 일했던 보좌관 B씨는 통화에서 “국회 보좌진은 고용 보장이 안되는 직업들이다보니 해당 급수에 최고 호봉을 주기 때문에 대통령실에같은 급수로 가더라도 월급이 줄어드는 경우가 있다”며 “그런데 급수를 낮춰가면 받는 돈의 차이가 현격히 커지니까 생계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말했다.
‘어공’이 부족한 것에 대한 우려도 나온다. 새 정부 내내 닥쳐올 위기들을 정무적 감각이 없는 ‘늘공’들이 돌파할 수 있겠냐는 취지이다. 원하는 급수의 자리는 아니었지만 용산행에 성공한 국회 보좌관 출신의 대통령 행정관 C씨는 통화에서 “평생을 공무원으로 살았던 ‘늘공’들은 윗사람들 심기경호하면서 계속 살아남는 게 중요한 사람들이지만, 우리 같은 ‘어공’들은 그런 건 하나도 안 중요하다. 일이 되게 하는 게 중요하다”며 “5년간 윤석열 정부도 수많은 위기가 올텐데, 역대 정부의 히스토리를 찾아보면 이 위기를 돌파한 사람들은 ‘어공’이었다”고 말했다.
A씨는 윤석열 정부가 정무적 감각을 갖춘 ‘어공’들을 점차 충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정무적 감각이 있는 어공들의 역할이 필요하다”며 “‘늘공’들이 과제를 생산한다면 그게 실행되기까지의 과정에서는 어공들의 역할이 필요하다. 법도 만들어야 하고 민간과 협의해서 피드백도 받아야 하는데 이런 역할은 ‘늘공’들은 못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직은 정부 초반이라 필요성을 잘 못 느끼는 것 같고, 차차 ‘어공’에 대한 필요성을 느끼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유설희 기자 sorr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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