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기재부·한은, 엇박자 내기엔 경제 상황이 엄중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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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빅스텝(big step·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 그런 것을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향후 물가와 성장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봐야 판단할 수 있다."
다급해진 한은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한 달 전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은 빅스텝 필요성이 적다"고 말했던 '이 후보자'와 이날의 '이 총재' 입장이 달라진 것에 더 주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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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데이터가 불확실한 상황이라 앞으로도 빅스텝(big step·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것)을 완전히 배제할 수 있느냐, 그런 것을 말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 향후 물가와 성장률이 어떻게 변하는지 봐야 판단할 수 있다.”
지난 16일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추경호 경제부총리와 회동 후 뱉은 이 한 마디에 국내 채권 시장이 발칵 뒤집혔다. 치솟는 물가에 빅스텝이 기정사실로 여겨지는 미국처럼, 한국도 기준금리 대폭 인상에 나설 수 있다는 의미로 시장이 해석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의 발언 직후 3년물을 비롯한 모든 국채 금리가 3%대로 솟구쳤다. 다급해진 한은이 “원론적인 입장을 밝힌 것”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시장은 한 달 전 인사청문회에서 “한국은 빅스텝 필요성이 적다”고 말했던 ‘이 후보자’와 이날의 ‘이 총재’ 입장이 달라진 것에 더 주목했다.
문장 자체만 놓고 보면 이 총재가 틀린 말을 한 건 아니다. 한은 설명대로 당분간 물가 관련 불확실성은 이어질 것이고, 통화 정책은 모든 가능성을 열어둘 수밖에 없다. 이 총재가 “5월 금융통화위원회와 이후 7~8월 경제 및 물가 상황을 더 보고 판단하겠다”고 덧붙인 것도 이런 맥락일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날 이 총재가 시장과 소통한 방식에 아쉬움이 남는 건 어쩔 수 없다. 재정당국인 기재부가 소상공인 손실 보상을 위한 36조4000억원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편성하면서도 ‘적자 국채 없는 추경’을 만든 효과가 이 총재의 말 한마디에 흔들리며 나흘 만에 소멸됐기 때문이다.
새 정부는 53조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초과세수를 올해 세입에 반영해 적자국채 발행 없이 추경 재원을 마련하고, 국채 9조원을 조기 상환하기로 했다. 미래의 세수를 끌어오는 무리수를 쓴 것은 문재인 정부의 재정 중독으로 망가진 국채 시장 안정을 위한 고육지책이라고 할 수 있다. 문 정부는 확장적 재정정책으로 연간 국고채 발행 잔액을 출범 이전 대비 60% 이상 늘려 은행 대출 금리의 바탕이 되는 국채 금리를 주요국 중 가장 높은 수준으로 끌어 올려놨다. 국채 시장을 안정시키지 않으면 고금리·고환율·고물가로 요약되는 서민들의 ‘3고(高) 고통’을 다스리기 어려워진다.
지난주 출범한 새 정부로선 채권 시장 안정화가 곧 물가를 비롯한 민생 안정의 핵심이다. 채권 금리 상승은 일반 국민의 이자 상환 부담으로 이어져 소비 위축을 야기할 수 있어서다.
인플레이션과의 전쟁을 이기기 위해 중앙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겠다는 것에 토를 달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러나 중앙은행 총재의 말 한마디에 시중 금리가 발작하듯 급등하는 상황이 벌어지는 것은 문제다. 통화당국과 조화를 이뤄야 하는 재정당국이 과도한 금리 불안정성을 완화하려고 노력한 것을 물거품으로 만들었다면 자성할 일이다. 그것이 국민 눈에 정책 엇박자로 보였다면, 이창용 총재는 ‘커뮤니케이션의 이해’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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