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퍼시픽 리솜에 살던 멸종위기종 돌고래들의 수난사

김한솔 기자 2022. 5. 17. 16: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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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오랫동안 수족관에 살며 동물 체험 쇼에 이용되던 돌고래들은 수족관이 문을 닫으면 어디로 가야할까. 제주도 서귀포시의 퍼시픽 리솜(구 퍼시픽랜드)에 살던 큰돌고래 태지와 아랑, 남방큰돌고래 비봉이 처한 상황이다. 호반그룹이 소유한 퍼시픽 리솜은 지난해 말 돌고래 쇼를 중단하며 이 세 마리의 돌고래들을 야생 방류하겠다고 밝혔지만, 최근 태지와 아랑은 거제의 동물 체험 시설인 거제씨월드에 보내졌다. 큰돌고래와 남방큰돌고래는 국제적멸종위기종 2급(CITES 2)에 해당되는 종으로, 다른 곳으로 양도·양수 시 환경청에 신고해야 하지만 이런 절차는 지켜지지 않았다. 수족관 운영이 중단된 퍼시픽 리솜에는 현재 비봉만 남겨졌다. 세 개체의 건강 상태나 상황은 알려지지 않았다.

돌고래 쇼가 진행되고 있는 제주 퍼시픽 랜드. 핫핑크돌핀스 제공


17일 해양환경단체 핫핑크돌핀스에 따르면 이 세 마리 돌고래들의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가 구성돼 오는 18일 첫 회의를 앞두고 있었다. 그러나 호반 측 참여가 불투명해지면서 회의는 무산됐다.

해양수산부는 퍼시픽 리솜의 돌고래 문제가 논란이 되자 이달 초부터 해수부와 제주도, 퍼시픽 리솜(호반), 시민단체 대표, 국립수산과학원 고래연구센터 등으로 구성된 ‘퍼시픽리솜(호반호텔앤리조트) 돌고래 관리방안 마련을 위한 협의체’를 통해 해결책을 찾는 방안을 마련 중이었다.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참여한 협의체를 통해 돌고래들의 야생 방류 가능성을 평가하고, 야생적응훈련 계획과 방류일정, 예산 등 세부 계획을 짜겠다는 것이다. 방류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의 관리 방안도 논의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핵심 관계자인 퍼시픽 리솜 측의 참여가 불투명해지면서 첫 회의는 이틀 앞두고 취소됐다. 핫핑크돌핀스 조약골 대표는 “수족관, 시민단체, 정부 모두 생각이 다를 수 밖에 없기 때문에 어떤 것이 가장 좋은 해결방법인지 논의해야 하는데, 호반은 그것마저 거부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최근 돌고래를 반출하는 과정에서 절차를 위반한 업체들에 과태료 처분을 하고, 위계상 공무집행방해로 고발했다.

지난해 12월31일부로 운영이 중단된 퍼시픽 리솜의 수족관. 핫핑크돌핀스


태지와 아랑, 비봉은 앞으로 어떻게 관리돼야 할까. 이날 오전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등의 주최로 열린 ‘수족관 고래류 보호·관리방안 토론회’에서 관련 방안이 논의됐다.

시민사회단체들은 남방큰돌고래 비봉에 대해 야생 방류가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토론회에 참석한 장수진 해양동물생태보전연구소(MARC) 대표는 “비봉의 경우 오랫동안 수족관에 있었다는 한계는 있지만 방류를 시도해 볼 수 있다. 충분한 생태학적 정보가 있고, 지난 세 번의 돌고래 방류 경험이 제주도에서 이뤄진 만큼 노하우를 가진 전문가들도 있기 때문”이라며 “건강에 문제가 없는 상황이라면 시도가 가능하다”고 했다.

다만 현재 국내 수족관에 있는 모든 돌고래들이 방류가 가능하진 않을 수도 있다. 너무 어린 시기에 포획돼 수족관 생활이 더 익숙하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처음 포획된 곳에 방류할 수 없는 수입 돌고래의 경우도 그렇다. 거제씨월드에 있는 태지와 아랑도 각각 2019년과 2013년에 일본에서 수입된 돌고래다. 이런 개체들을 위해서는 ‘바다쉼터’ 조성 등 다른 대안이 필요하지만, 아직 구체적으로 추진되는 것은 없다. 최재용 해양수산부 사무관은 “입지 조사 등을 시행했지만 국내 연안에서 쉼터를 위한 자연적 조건을 갖춘 곳을 찾기 쉽지 않았고, 조건을 갖춘 곳도 양식이나 어업으로 사용되고 있었다”며 “다시 준비해 내년도 예산 반영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장 대표는 “바다쉼터가 만들어지더라도 남아있는 기간이 있기 때문에 더 나은 삶을 살 수 있도록 사육 환경을 개선하는 노력이 진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김한솔 기자 hanso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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