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추경심사 돌입..국민의힘 "규모보다 속도" VS 민주당 "재정 쿠데타"

박순봉·박광연 기자 입력 2022. 5. 17. 16:36 수정 2022. 5. 17.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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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국회가 17일 본격적인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심사에 돌입했다. 윤석열 대통령의 전날 국회 시정연설을 기점으로 이날 18개 상임위원회를 모두 가동해 예비 심사 절차를 밟았다. 코로나19로 피해를 본 소상공인·자영업자를 위한 손실보상금 재원을 마련한다는 취지에는 여야 모두 공감한다. 하지만 ‘디테일’(세부사항)에선 입장차가 뚜렷하다. 국민의힘은 “규모보다는 속도”라면서 정부가 넘긴 36조4000억원을 고수하겠단 입장이다. 반면 더불어민주당은 규모를 늘려야 한다는 입장이고, 특히 기획재정부가 계산한 53조원 초과세수를 두고 “재정 쿠데타”라고 표현하면서 송곳 검증을 시작했다.

국민의힘은 속도전을 원하고 있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MBC 라디오에 출연해서 “취약계층에 대한 지원금인데 이 부분은 빨리 해결해야 된다”면서 “액수의 다과(많고 적음)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신속하게 집행돼야 그분들 삶에 도움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이 부분에 대해선 민주당도 그렇게 합리적인 이유 없이 끌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저는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권 원내대표는 이어 “10조 원은 너무 과하다, 이렇게 보고 있다”고도 말했다. 민주당이 정부안인 36조4000억원보다 많은 47조2000억원으로 규모를 10조원 넘게 늘려야 한다고 주장한 것을 반박한 것이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17일 국회에서 열린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2022년도 제2회 추가경정예산안을 제안 설명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국민의힘은 6·1 지방선거 이전에 추경안 심사를 마무리지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처음으로 추진하는 손실보상금인 만큼 신속하게 처리하고, 이를 통해 지방선거에서도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겠다는 전략도 깔린 것으로 해석된다. 권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빠져 있다고 지적하고 있는 손실보상급 소급적용 문제에 대해서도 “민주당이 지난번에 손실보상법을 제정할 때 소급적용에 반대했다”고 밝혔다. 세부사항에서 민주당과의 이견을 조목조목 반박한 셈이다.

민주당은 송곳 심사로 맞섰다. 본격적인 심사 첫날 민주당의 화살은 기재부를 향했다. 민주당은 당정이 추경안 재원으로 발표한 53조3000억원의 초과세수를 집중적으로 문제삼았다. 전날 국회예산정책처도 정부 예상보다 5조5000억원이 덜 걷힐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다.

우원식 의원은 이날 열린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새 정부에 진상품 바치듯이 국민 세금을 속였는데 이건 완전 재정 쿠데타”라며 “올해 경기가 회복될 거라는 건 분명했는데 (막대한 초과세수를) 몰랐다는 건 무능이 아니라 감춘 것”이라고 비판했다. 양경숙 의원은 “기재부는 곳간지기임을 강조하면서 세수추계를 갖고 수시로 의도적으로 장난치는 범죄집단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러한 지적들에 대해 “무겁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추 부총리는 “올해 3월까지 법인세가 당초 전망보다 20조원 정도가 더 들어왔다”며 “결과적으로 세수 추계가 정확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선 문제의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의 기재부 때리기는 문재인 정부 때부터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확산 국면에서 기재부는 여러 차례 국가 부채를 우려하며 재정 지출에 제동을 걸었다. 그런데 정권이 바뀌자 막대한 초과 세수가 나왔고 민주당의 불만이 폭발한 것이다.

민주당은 추경안 재원 마련을 위해 정부가 기존 국방 예산을 1조5000억원 삭감한 것도 문제삼았다. 김성환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이번 추경엔 추경 취지와 달리 병사의 급식비 인상이 포함돼있다”며 “지출 구조조정 7조원 중 무려 23%를 국방 예산에서 빼갔고 안보에 더 큰 구멍을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군 급식비 인상을 위해 국방 전력 강화라는 더 중요한 예산을 삭감하는 이번 추경의 아이러니를 반드시 바로잡겠다”고 말했다. 기동민 의원은 국회 국방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군인 관계자들은 ‘건물 내줬고 관사 비워줬더니 이제 예산까지 깎나. 장병들 옷과 구두까지 벗기나’라는 자조 섞인 말을 한다”고 말했다. 김민기 의원은 “국방부가 호구 잡힌 것”이라고 말했다.

박순봉·박광연 기자 gabg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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