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페가 쓰레기장 될까 걱정"..일회용컵 보증금제 부활에 카페 '한숨'

하수민 기자 2022. 5. 17.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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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오후 서울 중구 이디야커피 IBK본점에서 열린 일회용 컵 보증금 제도 공개 시연회에서 직원이 보증금 반환 바코드를 부착하고 있다.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는 다음 달 10일부터 시행되며, 매장에 직접 일회용 컵을 반납한 후 보증금을 소비자용 앱으로 반환받으면 된다. 소비자는 현금 외에도 소비자용 앱으로 보증금을 돌려받고 자신의 계좌로 이체할 수 있어, 현금을 소지해야 하는 불편을 덜 수 있다. /사진=뉴스1

"현장은 모르고 선한 의도 하나만 갖고 하는 '탁상행정'같아요."

광주광역시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양모씨(37)가 다음달 시작되는 컵 보증금제도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양씨는 손님들에게 보증금제도를 안내하고, 컵을 회수할 생각에 벌써 골치가 아프다. 코로나19 기간 동안 QR코드 출입을 안내할 때 손님들과 갈등을 빚던 게 떠오른다.

자원의 절약과 재활용촉진에 관한 법률(자원재활용법) 등이 개정됨에 따라 다음 달 10일부터 프랜차이즈 카페·매장에서 일회용 컵에 음료를 구매하려면 보증금 300원을 지불해야 한다. 보증금은 일회용 컵을 반납할 때 돌려받는다.

이런 변화에 자영업자들의 불만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부대비용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자영업자가 감당해야 하는 라벨 비용과 처리지원금을 계산하면 1잔당 약 17원이 들어간다.

자영업자들은 환경보호라는 큰 뜻은 이해하지만, 이번에도 자영업자만 힘들어지는 꼴이라며 불만을 토로했다. 양씨는 "인력이 없어서 무인기기로 계산을 받는 상황인데 앞으로 바코드가 찍힌 라벨지를 미리 주문하고, 붙이고 안내해야 한다니 벌써 걱정"이라며 "혜택은 커녕 손해가 나고 거기에 추가 인건비까지 든다"고 말했다.

카페가 쓰레기 보관소가 될 것을 우려하기도 했다. 양씨는 "하루에 100잔을 팔아도 스타벅스 컵이 300잔 돌아오면 고스란히 내 가게에 남의 쓰레기를 보관해야 한다"며 "매장 안에 쌓여가는 컵을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양씨는 보증금 정산과 일회용품 보관이 모두 가능한 무인기기 도입이 가능한지 알아봤지만 '가맹점에서 자체적으로 구매해야 한다. 아직 보증금 환급 무인기기는 인증받은 제품이 없다'는 환경부의 답변을 들었다.

서울 마포구에서 프랜차이즈 카페를 운영하는 점주 A씨(46)는 카드수수료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소비자가 음료와 컵 보증금을 신용카드로 계산하면, 현금으로 보증금을 돌려받을 때도 카드 수수료는 점주가 부담해야 한다. A씨는 "카드수수료를 약 1%로 책정했다고 전해 들었다"며 "제도 때문에 보증금을 환불해주는 건데 카드수수료는 점주가 부담해야 하는 건 억울하다"고 말했다.

오는 6월 10일 컵 보증금제도 도입으로 인해 가맹점주들은 본사로 부터 보증금 라벨지 구입 안내 문자를 받고 있다. /사진= 독자제공


자원 순환보증금 관리센터 홈페이지와 카페 자영업자들이 모인 커뮤니티에서도 원성이 가득하다. 자영업자들은 일회용 컵 보증금제도 폐지 등을 요구하면서 관련 법안을 발의한 국회의원에게 항의 문자까지 보내는 등 집단행동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 등 관계부처도 자영업자들이 제기한 문제점을 파악하고 있는 상태다. 이에 자영업자들이 부담하는 비용을 보조해 주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발생하는 카드 수수료에 대해 환경부가 금액적인 부분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보증금 환급을 위한 무인 기기는 시제품을 받아서 테스트하는 단계에 있다"며 "올해 중 50대 정도 공공장소에 설치할 예정"이라고 했다. 다른 카페에서 나온 쓰레기로 가득 찬 카페를 우려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일회용품 보증금제도는 2002년 한 차례 도입했다 실패한 제도다. 당시 보증금은 컵당 50~100원이었지만 컵 회수율이 30% 수준에 그친 데다 반환되지 않은 보증금이 업체 수익으로 돌아가는 부작용이 속출했다. 결국 2008년 3월 폐지됐다.

이번에 보증금 제도가 적용되는 매장은 전국 3만8000여곳으로 △이디야, 스타벅스, 투썸플레이스 등 커피 판매점 △던킨도너츠, 파리바게뜨, 뚜레쥬르 등 제과·제빵점 △롯데리아, 맘스터치, 맥도날드, 버거킹 등 패스트푸드점 △배스킨라빈스, 설빙 등 아이스크림·빙수 판매점 △공차, 스무디킹, 쥬씨 등 기타 음료 판매점 등 매장 수 100개 이상인 사업자가 운영하는 매장이다.

전국 프랜차이즈 매장에서 사용되는 컵은 연간 28억 개에 달한다. 국민 1명당 1년에 56개를 사용하는 셈이다. 이 가운데 23억 개가 보증금제 적용 매장에서 사용되는 것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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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수민 기자 breathe_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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