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홈리빙 1위' 모던하우스 5년 만에 매물로

2022. 5. 17.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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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05월 17일 15:11 “마켓인사이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모던하우스 매장 / 사진=모던하우스


국내 '홈 리빙'분야 1위 업체인 모던하우스가 인수합병(M&A)시장에 매물로 나온다. 생활소품 및 인테리어 용품, 소형 가구 등을 다루는 홈 리빙 분야는 국내 1인 가구 성장세에 맞춰 매년 급성장하는 산업군으로 꼽힌다. 선두 업체를 인수해 단번에 입지를 굳히려는 유통그룹들과 풍부한 현금을 보유한 PEF들이 인수전에 뛰어들 것으로 전망된다.

1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MBK파트너스는 최근 골드만삭스를 매각 주관사로 선임해 모던하우스의 매각 절차에 돌입했다. 거래 대상은 모던하우스의 운영법인인 엠에이치앤코의 지분 전량으로, 모던하우스와 버터 등 연관 브랜드도 포함됐다. 업계에서 예상하는 매각가는 약 1조원 중반 수준이다.

1996년 이랜드그룹의 사업부로 출범한 모던하우스는 국내 최초의 홈리빙 전문 브랜드다. 신세계그룹의 브랜드인 자주(JAJU), 롯데와 손잡고 한국에 진출한 일본 무인양품(MUJI)이 경쟁사다. 모던하우스는 이 분야에서 점유율 50% 이상을 유지하며 1위에 올라 있다. 이불, 커튼 등 천 기반의 인테리어 소품 판매로 시작해 주방, 침구, 가구, 아동 및 애완용품 등 1만여가지 상품을 다루는 플랫폼으로 확장했다.

MBK파트너스는 2017년 유동성 위기에 빠진 이랜드리테일로부터 모던하우스를 약 6860억원에 인수했다. 이후 기존 이랜드그룹 내 쇼핑몰 뿐 아니라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백화점 등에도 오프라인매장을 열어 영역을 넓혔다. 기존 전체 매줄의 5% 수준이던 온라인 매출 비중을 1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등 온라인화에도 집중했다. 올해 예상 매출액은 4100억원,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600억원 수준이다. 인수 직후인 2018년 매출액 3354억원, EBITDA 319억원 대비 수익성이 큰 폭 증가했다.

유통업계에선 홈리빙 시장에서 아직 압도적인 지위를 확보하지 못한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유통 강자들이 이번 거래에 관심을 둘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해당 부문 플랫폼 강화를 노리는 GS리테일, SK네트웍스 등도 이번 인수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전망된다.

 1인가구發 홈리빙 수요 증가…유통 공룡들 뛰어들까

유통 대기업들이 모던하우스가 포함된 홈리빙 산업에 주목하는 배경엔 전체 가구의 40%를 육박하는 국내 1인 가구 성장세가 있다. 특히 2030 기반의 독립 가구 비중이 증가세를 보이면서 큰 돈을 들이지 않고 집을 꾸밀 수 있는 생활소품 시장의 성장도 매년 가팔라지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0년 약 10조원, 2015년 13조원이던 국내 홈리빙 시장 규모는 2024년에 20조원대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롯데, 신세계, 현대백화점 등 대형 유통그룹들은 자체 생활용품 브랜드를 육성하거나 해외 업체와 손을 잡는 방식으로 해당 시장에 진입해왔다. 신세계그룹은 2000년 '자연주의'라는 브랜드를 만들어 생활용품 시장에 진출한 후 2011년 계열사인 신세계인터네셔널에 사업을 양도하면서 '자주(JAJU)'로 브랜드명을 바꿨다. 신세계백화점을 통해 까사미아를 인수해 가구부문에 새로 진출하기도 했다.

롯데는 롯데상사가 지분 40%를, 일본 무인양품이 지분 60%를 보유한 합작사 형태로 국내에 무인양품을 런칭했다. 지난해엔 자체 홈리빙 브랜드인 룸바이홈을 새롭게 연 데 이어 가구사 한샘 지분을 확보해 영역을 넓혔다. 현대백화점도 매트리스 등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회사인 지누스를 인수해 홈리빙 시장에 뛰어들었다.

국내 라이프스타일 시장은 모던하우스와 무인양품, 자주가 3강 구도를 형성하고 있다. 세 브랜드 모두 높은 가성비와 1~2인 가구의 주거환경에 어울리는 간결한 디자인으로 젊은 층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이중에서도 모던하우스는 매출 기준으로 가장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모던하우스의 지난해 매출은 3814억원으로, 같은 기간 무인양품(1146억원)과 자주(2700억원)를 큰 격차로 따돌렸다. 모던하우스는 이랜드리테일 내 사업부 시절부터 점유율 1위를 유지해왔다. 경쟁사에 비해 높은 가격 경쟁력과 폭넓은 상품군을 갖추고 있다고 평가받는다.  

 1위 기업 매각에…"채널 확장 기회"

모던하우스 매각 절차가 본격화되면 적잖은 원매자가 뛰어들 것으로 관측된다. 모던하우스가 속한 라이프스타일 시장 성장성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1위 기업을 인수하면 단숨에 시장 선두지위를 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들어 소비자들이 각각의 매장에서 제품들을 구매해 집 전체의 인테리어를 꾸미는 게 아니라 선호하는 한 곳의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제품군으로 통일성 있는 주거환경을 조성하려는 기조가 강해졌다"며 "이랜드시절부터 브랜드 인지도를 쌓고 역량있는 MD들을 보유해온 모던하우스의 점유율이 대기업간 경쟁 속에서도 쉽게 떨어지지 않는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MBK파트너스는 모던하우스 인수 이후 '확장성'에 중점을 두고 기업가치를 끌어올렸다. 이랜드그룹 내 대형 쇼핑몰을 중심으로 입점하던 오프라인 매장을 신세계 스타필드와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의 프리미엄 매장 등 주요 경쟁사에 입점시켜 브랜드 인지도를 넓혔다. 현재 전국에 158곳의 매장을 운영 중인 모던하우스(관계사 버터 포함)는 올해 안에 164곳까지 매장 수를 늘릴 계획이다.

온라인 전환에도 집중했다. 자체적인 온라인 플랫폼을 구축한 것은 물론 쿠팡 등 대형 e커머스와 오늘의집 등 신규 플랫폼에도 적극적으로 입점해 고객군을 넓혔다. 인수 이후 5년여간 온라인 매출이 연평균 23%씩 성장했다. 코로나19 여파에도 매출과 영업이익이 증가세를 보인 배경이기도 했다.

다만 일각에선 코로나19 여파가 잠잠해지면서 리오프닝으로 홈 인테리어 수요가 줄어 실적이 둔화할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지난해 10월 PEF운용사인 IMM프라이빗에쿼티와 롯데는 가구회사 한샘의 경영권 지분 27.7%를 1조4500원에 인수했다. 하지만 인수 직후 주가 하락이 이어지며 이날 종가 기준 해당 지분 가치는 4500억원에 불과하다.

IB업계 관계자는 "전통 가구업체인 한샘과 모던하우스의 사업 영역은 엄밀히 말해 다르지만 리오프닝 이후 산업 전망이 엇갈리면서 인테리어업종 전반의 투자심리가 얼어붙을 수 있는 점은 리스크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차준호/박시은 기자 chach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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