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민 교수의 펀한 기술경영]<306>목적이 잘못된 곳으로 이끌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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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로그 데시트리그 두플렉스(Log Log Decitrig Duplex). 어느 제품의 이름이다.
혁신을 위해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면 분명 뭔가 목적한 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적이 있다고 준비된 것은 아니다.
1등과 2등이라는 것은 홍보 부서의 몫이지 그 자체로 혁신의 목적일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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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그 로그 데시트리그 두플렉스(Log Log Decitrig Duplex). 어느 제품의 이름이다. 지나칠 정도로 길고 복잡한 이름의 이것은 계산자(slide rule)라고 불리던 것의 하나다. 당시 최고의 제도 도구 제작사인 쾨플앤드에서(Keuffel & Esser) 제품이다.
1955년에 처음 출시된 이 제품은 꽤 고가였다. 1959년 가격은 당시 22달러50센트였다. 하지만 1976년에 텍사스인스트루먼트(TI)가 공학용 계산기 TI-30을 내놓았다. 25달러 안팎이었다. 일부 고급 계산자보다도 더 저렴한 가격이었다.
혁신을 통해 우리는 무엇을 얻으려는 것일까. 혁신을 위해 혁신하는 것이 아니라면 분명 뭔가 목적한 바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목적이 있다고 준비된 것은 아니다. 그것이 혁신을 위해서라면 바른 목표인지 따져봐야 한다.
당대 최고 경영자로 불린 만큼 잭 웰치의 어록은 종종 들여다볼 만하다. 그의 조언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시장에서 1위 또는 2위가 되십시오”(be number one and number two in every business)일 것이다. 이것은 제너럴일렉트릭(GE)의 사업 포트폴리오와 가치 창출에서 최고의 핵심 원리가 된 것으로 우리는 알고 있다.
하지만 웰치의 이 명제는 훗날 작은 트위스트가 있었다. 그는 GE의 각 사업이 업계에서 1위 또는 2위가 돼야 한다면서도 동시에 시장 점유율이 10%를 넘지 않아야 한다고도 했다.
왜 그랬을까. 웰치는 시장을 좁게 정하면서 1, 2위라는 목표로 손쉬운 목적을 삼지 말라고 조언한 셈이었다. 어쩌면 이미 목표를 따놓고 안주한 관리자들을 보면서 기존 비즈니스라는 근시안적인 사고에 갇히지 말고 시장의 한계를 뛰어넘어 더 큰 기회를 찾으라는 조언이 아니었을까 한다.
많은 기업에 이런 행운은 없었다. 미국 식료품 제조사 제너럴밀스를 보자. 시리얼 매출은 최고였다. 그리고 드디어 시장점유율 2위에서 1위로 올라섰다. 하지만 매출은 5년 동안 40억달러나 감소하고 있었다.
1등이나 2등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이 어떤 1등 혹은 2등인지가 문제였던 셈이다. 1등과 2등이라는 것은 홍보 부서의 몫이지 그 자체로 혁신의 목적일 수 없었다. 혁신은 이런 목적을 사랑하고 이런 상상이 바로 혁신의 목적인 셈이었다.
미래에 시리얼 시장은 제로가 될까. 아니 그럴 리는 없다. 하지만 지금 이대로 사업을 지속한다면 앞으로 매출이 천천히 말라 갈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의 선택은 오늘의 그것과 같을까 싶다.
이렇게 진정한 경영자라 불렸던 웰치의 조언은 모습을 바꾼다. 어쩌면 그의 진솔함이 없었다면 이 한 줄을 추가하지 않은 채 지나쳤을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한 줄을 더함으로써 비로소 바른 목적이 됐다. 그리고 그가 최고경영자로 취임할 당시 140억달러였던 GE의 시가총액은 그가 은퇴할 무렵 4100억달러로 부풀었고, 매출은 280억달러에서 1700억달러로 5배나 증가했다.
1976년 7월 11일 쾨플앤드에서의 마지막 계산자가 조립된다. 그리고 몇 해인가를 더 지나서 1867년에 설립된 이 유서 깊은 100년 기업도 간판을 내린다.
당시 옅은 붉은 빛이 감도는 외관의 쾨플앤드에서 사옥은 안타깝게도 현재 거주용으로 사용되고 있지만 아직도 맨해튼 금융가에 건재하다고 한다.
박재민 건국대 기술경영학과 교수 jpark@konku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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