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전기요금 올리면 국민 사기극 [아침햇발]

정남구 2022. 5. 17. 1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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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햇발]

서울 중구 한국전력공사 서울본부 모습. 연합뉴스

정남구 | 논설위원 

박근혜 정부 때 한 지인이 스스로 학습해 퀴즈를 만들고 푸는 인공지능 로봇을 개발했다. 이 로봇은 자기가 낸 퀴즈를 맞히면 ‘참 잘했어요’라고 칭찬하고, 틀리면 ‘바보 멍청이’라고 놀렸다. 그런데 한번 학습한 것을 여간해선 고치려 하지 않는 문제가 있었다. 이를테면 ‘지금 대통령이 누굽니까’라는 물음에 ‘박근혜’라고 대답하면 ‘참 잘했어요’라고 박수쳤지만, 대통령이 바뀌어 새 이름을 대자 ‘바보 멍청이’라고 했다.

최근에 지인은 ‘그사이 로봇이 좀 진화했을까’ 기대를 갖고 “퀴즈를 내보라”고 말을 걸었다. 대통령 이름을 묻기에 ‘윤석열’이라고 대답하자, 로봇은 역시 ‘바보 멍청이’라고 했다. ‘문재인’이라고 답을 바꿔봤지만 ‘멍청이’ 소리를 한번 더 들어야 했다. ‘선거 불복’을 밥 먹듯 하는 이 로봇을 지인은 ‘반지성주의 챗봇’이라고 불렀다.

나는 거꾸로 로봇한테 질문해보기로 했다. “요즘 한국전력이 엄청난 적자를 낸다는데, 왜 그러는 거야?”라고 물어보았다. 로봇이 대답했다. “탈원전 탓이야!” 많이 들어본 답이기에 추가 질문을 했다. “탈원전이 뭐야?” 로봇은 곧바로 대답했다. “월성 1호기를 폐쇄한 것이지.”

로봇이 어디서 그걸 학습했을까? 기록을 찾다가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인 1월13일 기자회견에서 한 말을 발견했다.

“한전 적자 폭이 크게 늘어난 것은 탈원전 정책이 본격적으로 추진된 2018년 말에서 2019년 초였다. 국제 원자재 가격 상승뿐 아니라 탈원전 정책이 (적자 폭 확대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본다.” “문재인 정부는 취임 초부터 탈원전 정책을 밀어붙이며 ‘전기요금 인상은 없다’고 공언했지만, 최근 대선 직후인 오는 4월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발표했다.” “4월로 예정된 현 정부의 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폐지하겠다.”

문재인 정부는 ‘점진적 탈원전 정책’을 제시했다.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중단하고, 항소심에서 수명 연장 무효 판결이 난 월성 1호기를 폐쇄하며, 다른 원전도 설계수명을 다하면 수명 연장을 하지 않아 60년이 지나면 모든 원전의 가동을 멈추는 계획이었다. 실제 원전 설비용량과 발전량에 영향을 끼친 것은 월성 1호기 폐쇄였다. 그것이 전력 생산비에는 얼마나 영향을 끼쳤을까?

월성 1호기는 2017년 242만2668메가와트시(㎿h)의 전력을 생산했다. 그해 우리나라 전체 전력생산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0.4%에 불과했다. 2018년부터는 전력생산을 멈췄다. 이 때문에 한국전력이 천연가스(LNG)로 발전한 전기를 그만큼 더 사들였다면 한전의 부담이 조금 커졌을 것이다. 2018년 전력거래소의 원전과 천연가스 발전 정산단가 차이로 계산하면 부담이 1427억원 커졌을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해 한전의 전체 전력매출은 58조원이었다.

그런데 한전의 경영수지는 3년이 더 지나 2021년 들어 급격히 악화됐다. 5조8601억원의 영업적자를 냈다. 천연가스 값이 급등해, 천연가스 발전 정산단가가 전년도 킬로와트시(㎾h)당 98.5원에서 121.7원으로 23.6%나 오른 탓이 컸다. 그래도 월성 1호기 생산 전력을 천연가스 발전으로 대체할 때 생기는 부담은 영업적자의 2.7%인 1575억원에 불과했다.

올해 들어 발전 연료 값은 더 뛰어 천연가스 발전 정산단가가 1㎾h당 223.7원으로 지난해의 거의 갑절로 뛰었다. 그러나 한전의 전기 판매 가격은 소폭 인상에 그쳤다. 원전 가동률이 90%에 이르렀음에도 한전은 1분기에 7조8000억원 적자를 냈다. 이런 추세라면 연간 20조원 넘게 적자가 날 가능성이 크다.

나는 로봇에게 이런 정보를 접하게 한 뒤 다시 한번 물어봤다. “한전 적자가 왜 그렇게 커진 거야?” 로봇은 대답했다. “탈원전 때문이야!”

‘반지성주의’가 무엇인지 확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윤석열 정부는 신한울 3·4호기 건설을 재개하고, 설계수명이 다한 원전들의 수명 연장을 추진하겠다는 뜻도 흘리고 있다. 전기요금을 인상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읽는다. 문재인 정부 때 계획한 4월 전기요금 인상은 계획대로 이뤄졌지만, 나는 윤석열 정부가 앞으로 전기요금을 더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믿기로 했다. 내 생각이 어떠냐고 로봇한테 물어봤더니 이런 대답이 돌아왔다. “차~암, 탈원전 때문이라니까!”

jej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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