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시대의 그늘 "전쟁터된 전쟁기념관, 전세 끝나면 이사갈래요"

조현기 기자,박재하 기자 2022. 5. 17. 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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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 삼각지역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황모씨(35·여)는 17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 후 일주일만에 바뀐 집 주변을 설명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이 일대 주민들은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한 지 일주일만에 집무실 근처에서 열리는 집회 소음과 갑작스럽게 변화한 거주지 환경에 불만을 토로했다.

집무실 근처인 삼각지역 근처 주민뿐만 아니라 남영역과 숙명여대 등 주위 용산주민들도 집무실 이전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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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영역·숙명여대·용마루고개 등 주위 주민들도 교통 불편 호소
점점 늘어나는 집회..美 바이든 방한 앞둔 주말 집회 집중 예상
17일 서울 용산구 전쟁기념관(대통령 집무실 건너편) 앞 인도 모습 © 뉴스1 조현기 기자

(서울=뉴스1) 조현기 기자,박재하 기자 = "전세 계약 끝나면 이사가려고요"

용산 삼각지역 근처 아파트에 거주하는 황모씨(35·여)는 17일 오전 대통령 집무실이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이전한 후 일주일만에 바뀐 집 주변을 설명하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황씨는 "전쟁기념관은 평상시 깨끗하고 한적해서 산책을 나가는 코스였다"며 "이제는 산책로가 아니라 마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고 고개를 저었다.

특히 "원래 이곳이 교통도 좋으면서 조용해 아이를 키우고 싶은 곳으로 이사를 왔다"며 "그런데 1주일만에 이게 무슨 상황이냐며 전세 끝나면 다른 곳으로 이사가야 할 것 같다"고 분통을 터트렸다.

대통령 집무실 인근에는 대단지 아파트들이 밀집해 있다. 대통령 집무실과는 도로 하나를 두고 마주보고 있을 정도로 가깝다.

이 일대 주민들은 대통령 집무실이 이전한 지 일주일만에 집무실 근처에서 열리는 집회 소음과 갑작스럽게 변화한 거주지 환경에 불만을 토로했다. 특히 과거에도 교통량이 많았던 이 일대가 집무실 이전 후 더 극심한 교통혼잡을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삼각지고가 근처에서 만난 서모씨(31·남)는 휴대폰에서 아파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보여주면서 동네 주민들의 불만이 점점 고조되고 있는 상황이라며 분위기를 전했다.

서씨가 보여준 커뮤니티에는 '철도소리는 참아도 고성방가는 못 참는다', '시위 소리가 너무 커서 아기 키우는 집은 힘들겠다', '광화문 시위나 집회가 삼각지역으로 오면 정말 난리 나겠다' 등의 글이 공유되고 있었다.

서씨는 "오늘 아침에 삼각지역 근처를 지나가는데 그곳에서 술판이 벌어졌다"며 "동네 분위기 정말 좋았는데 (집무실 이전) 일주일만에 분위기가 험악해졌다"고 말했다.

지난 14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집무실 앞에서 성소수자 차별 반대 무지개행동(무지개행동) 회원들의 '2022 국제성소수자혐오반대의날' 기념 행진으로 도로가 정체를 빚고 있다. 이날 무지개행동은 용산역을 시작해 대통령 집무실을 거쳐 이태원광장까지 행진을 진행했다. 2022.5.14/뉴스1 © News1 황기선 기자

집무실 근처인 삼각지역 근처 주민뿐만 아니라 남영역과 숙명여대 등 주위 용산주민들도 집무실 이전에 불편을 호소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한목소리로 교통 문제가 심각하다고 지적했다.

남영역 인근에 거주하는 한 30대 직장인은 "집에서 이태원까지 10여분 정도여서 자주 갔다"며 "지난주에는 갑자기 집회를 해서 1시간이나 걸렸다"고 답답해했다.

용마루고개 근처에 거주하는 김모씨는 "신촌·공덕·효창공원쪽 사는 주민들은 110번, 740번 파란버스를 타고 삼각지고가~집무실 앞 도로~용산구청앞~잠수교 등을 거쳐 넘어가면 강남으로 빨리 넘어갈 수 있었다"며 "집무실 이전 후엔 너무 많이 막혀서 다른 대중교통 수단을 알아봐야 할 것 같다"고 머리를 긁적였다.

이날 집무실 앞을 운전하며 지나간 택시기사 역시 "요즘 이쪽에 콜이 뜨면 잘 안 받게 된다"며 "확실히 일주일 만에 복잡해진 느낌"이라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앞으로 대통령 집무실 근처인 삼각지역을 중심으로 한 집회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법원은 지난 12일 대통령 집무실 100m 이내 구간에서 시위대의 행진을 허용했다.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3호는 대통령 관저 100m 이내 옥외집회를 금지하는데, 대통령 집무실은 관저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이다.

법원 판결 후 지난 14일 성소수자차별반대 무지개행동 회원 500여명은 용산역 광장에서 집회를 연 뒤 삼각지역, 대통령 집무실 앞을 거쳐 녹사평역까지 행진했다. 또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는 지난 16일부터 출근길에 신용산역 인근 8차선 대로를 점거하며 교통 혼잡을 빚고 있다.

특히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오는 20일~22일 방한을 앞두고 있어 이번 주말 집중적으로 집회가 열릴 것으로 예상된다.

choh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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