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기회의 땅" 고가 신약 급여 도전하는 글로벌 빅파마

최정석 기자 2022. 5. 17.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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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억 백혈병약, 위험분담제 적용돼 598만원
정부가 약값 내주니 韓은 제약사에 '기회의 땅'
건보 적용 위해 '위험분담제' 두세번 시도
국민건강보험공단 전경. /국민건강보험공단 제공

약값이 최대 25억원에 이르는 척수성 근위축증 치료제 ‘졸겐스마(성분명 오나셈노진아베파르보벡)’가 건강보험 적용 첫 단계를 넘자 수억원대 고가 신약들의 건보 적용 시도가 잇따르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희귀⋅중증질환의 건보 적용을 약속하면서, 글로벌 빅파마(대형 제약사)들 사이에 ‘한국은 기회의 땅’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정부는 건보 재정 악화를 고려해 위험분담제 제도 개선 방안을 검토 중이다.

17일 제약업계에 따르면 졸겐스마가 지난 12일 건강보험심사평가원(심평원)의 약제급여평가위원회(약평위)를 통과한 가운데 수억원대 고가 치료제인 신경섬유종증 치료제 ‘코셀루고(성분명 셀루메디닙)’, 아밀로이드 심근병증 치료제 ‘빈다맥스(성분명 타파미디스)’ 등이 이 건보 심사 재도전에 나섰다.

미국 현지 기준으로 아스트라제네카가 개발한 코셀루고는 1년 치료비가 2억원, 화이자가 개발한 빈다맥스는 2억5000만원이다. 지난 3월 약평위 통과가 불발된 코셀루고는 최근 심평원에 추가 자료를 제출했고, 지난해 2월과 10월 약평위에서 탈락한 빈다맥스는 올해 3월 다시 심평원에 신청서를 냈다.

신약이 건보 적용을 받으려면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서 품목허가를 받은 후, 심평원의 소위원회와 약평위를 거치게 된다. 약평위에서 건보 적용 필요성을 인정하면, 정부가 제약사가 협상을 통해 약값과 적용 시점 등을 정하게 된다.

글로벌 제약사들이 고가 신약의 건강보험 적용을 위해 이런 복잡한 절차를 두세 번씩 시도하는 것은 ‘위험분담제’ 때문이라는 것이 업계 분석이다. 위험분담제는 지난 2014년 국민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면서도, 건보 재정을 아끼자는 취지로 도입됐다.

신약에 대한 건보 적용 심사를 할 때, 일정 요건을 두고 제약사도 약값을 부담할 수 있게 한 것이 골자다. 예를 들어 정부와 제약사는 협상을 통해 건보로 연간 지출할 약값과 환자 수를 정하고, 그 금액이나 환자 수보다 약값이 더 나오면 제약사가 초과분을 내도록 한다. 치료제가 환자에게 효과가 없으면 정부가 제약사로부터 약값을 돌려받기도 한다.

혈액암 치료제 '킴리아'. /한국노바티스 제공

예를 들어 한번 치료에 3억6000만원이 드는 백혈병 치료제 ‘킴리아’는 위험분담제를 조건으로 환자 부담금 598만원에 건보가 적용되고 있다. 정부는 제약사인 노바티스와 연간 처방 환자 수는 200명, 연간 청구액은 710억원으로 정했다. 연간 처방 환자 수 200명, 연간 청구액 710억원을 넘게 되면, 나머지 금액은 노바티스가 부담하는 식이다.

관건은 그 조건이다. 업계 관계자는 “고가 신약 대부분 희귀질환이 대상이기 때문에 환자 수 자체가 많지 않다”며 “위험분담제는 치료제의 환자 접근성을 높이는 데 중점을 두고 있어, 실제 처방 건수가 협상에서 정한 건수를 넘어가는 일이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글로벌 제약사들 입장에서는 정부가 정한 연간 지출 총액까지만 매출을 올려도 이득이라는 계산이 나온다는 것이다. 킴리아의 경우 국가 규모를 따졌을 때 한국 시장에서 처방 환자 200명, 연간 710억원의 매출도 충분하다는 분석도 있다.

국민 생활 수준이 높아지면서, 희귀 질환이나 고가 신약에 대한 수요는 커진 상태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후보 시절 중증질환과 희귀 암에도 건보 적용을 하겠다고 공약하면서 더 많은 신약이 건보 적용 시도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문제는 건보 재정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건보 재정 악화가 우려되는 상황에서, ‘문재인 케어’로 지난 5년간 건보 재정은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정부는 이미 2007년부터 건보 재정을 국고로 지원해 왔다. 2017년 건보 국고 지원금은 6조7839억원이었으나 매년 증가해 올해 10조원을 돌파했다.

의료계 관계자는 “현재의 위험분담제는 정부 재정이 약값을 과도하게 부담하는 구조다”라며 “치료제에 대한 환의자 접근성과 건보 재정 건전성 사이 균형을 지키려면 위험분담제도 개선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국민건강보험공단 관계자는 “위험분담제가 고가 신약에 대한 환자의 접근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라며 “이 제도를 더 긍정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도록 중장기적 제도 발전 방안을 만들어야 하고, 그 과정에서 재정 건전성 우려도 함께 살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올해 3월 위험분담제도 성과 평가를 위한 연구용역을 공고한 상태다”라며 “제도 평가가 이뤄지면, 이어 제도 개선 방안을 만드는 작업에 들어갈 예정이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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