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집단학살 비극 상징 '다랑쉬굴' 유적지 보존 정비된다

박미라 기자 2022. 5. 17.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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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다랑쉬굴은 유해 발굴 30년이 됐지만 안내판 정도만 설치된 채 방치됐다. 박미라 기자


제주4·3사건의 참상을 대표하는 유적지이자 4·3진상규명 운동의 기폭제 역할을 했던 ‘다랑쉬굴’에 대한 정비가 이뤄진다.

제주도는 올해 특별교부세 7억 원을 투입해 다랑쉬굴 4·3유적지 정비를 본격 추진한다고 17일 밝혔다. 제주도는 유적지 정비를 위해 우선적으로 다랑쉬굴이 있는 사유지 2만5000㎡가량을 매입해 유적지를 보존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한 예정이다.

제주도는 그동안 토지 소유주인 국내 모 교육법인과 토지 매수 협의를 진행해왔으며, 지난 4월 법인 이사회로부터 매각 의사가 있다는 의견을 받았다. 앞으로 교육부가 수익용 기본재산 처분 허가를 승인하면 감정 평가 등을 통해 토지 매입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제주도는 빠르면 연내 토지 매입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속도를 내겠다고 밝혔다.

토지 매입이 이뤄지면 접근성을 개선하기 위한 진입로 정비, 주차장 조성, 위령 추모 공간 시설 등을 한다. 이 과정에서 4·3유족회, 관련 단체와 의견을 교환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제주시 구좌읍 세화리 중산간에 위치한 자연동굴인 다랑쉬굴은 4·3 당시 군경 토벌대가 굴 입구에 불을 피워 연기로 집단 학살시킨 11구의 유해가 발견된 곳이다. 이들은 중산간에 대한 초토화 작전이 한창이던 1948년 12월18일 토벌대의 잔혹한 진압 작전을 피해 굴로 숨어들어 생활했던 구좌읍 하도리, 종달리의 주민들이었다. 당시 유해 11구 중에는 여자 3명과 아홉 살 어린이가 포함됐다. 유해 옆에는 이들의 피신 생활을 짐작케하는 각종 그릇과 항아리, 주전자 등 생활용품도 발견됐다.

다랑쉬굴은 4·3사건 당시 사라진 마을을 조사하던 제주4·3연구소에 의해 1992년 발견돼 세상에 존재를 알렸다. 군경 토벌대가 굴 입구에 불을 피워 주민들을 죽였다는 비극적 소문이 40여 년만에 진실로 밝혀진 것으로, 이후 4·3 진상규명 운동에 힘을 불어넣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이들 유해는 안장되지 못하고 정부의 압력에 의해 서둘러 화장돼 바다에 뿌려졌고, 굴 입구도 봉쇄됐다.

큰 바위로 봉쇄된 다랑쉬굴 입구. 박미라 기자


현재 다랑쉬굴 유적지에는 4·3 당시 상황을 설명하는 안내판 정도만 설치돼 있다. 이 때문에 4·3단체를 중심으로 다랑쉬굴에 대한 유적 보존, 위령 사업의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돼왔다. 더욱이 올해 다랑쉬굴 유해 발굴 30주년을 맞아 유적지 정비 사업에 대한 목소리는 더욱 높아진 상태다.

김승배 제주도 특별자치행정국장은 “다랑쉬굴 정비를 통해 4·3희생자의 영면을 기원하고 유족의 한을 풀 것”이라며 “다랑쉬굴은 4·3 사건 진상규명의 발단이자 제주4·3의 비극적 역사를 여실히 보여주는 대표 유적지인 만큼 그 가치를 미래세대에 전승하는 교육의 장이 되도록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박미라 기자 mr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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