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렐루카' 돈치치, 노비츠키‧버드 아성 도전한다

김종수 2022. 5. 17.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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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구는 흑인을 위한 스포츠다’는 말이 있다. 이는 세계 최고 리그 NBA를 보면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최근 들어 유럽에서온 백인 선수들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소수지만 아시아계도 조금씩 도전을 늘려가고 있지만 여전히 양적, 질적으로 흑인 선수들의 독주는 막을 수 없는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농구에서 만큼은 흑인이 주류고 갑이라는 것을 부정하기 힘들다.


그래서일까, 밥 쿠지, 제리 웨스트, 피트 마라비치, 케빈 맥헤일, 톰 체임버스, 대니 에인지, 존 스탁턴, 마크 프라이스, 크리스 멀린, 댄 멀리, 브래드 밀러, 제이슨 윌리엄스, 스티브 내쉬, 덕 노비츠키, 케빈 러브, 고든 헤이워드 등 흑인 못지않은 기량을 뽐내며 NBA무대를 호령한 백인 선수들은 더더욱 기억에 많이 남는 느낌이다.


그중에서도 보스턴 셀틱스의 심장으로 불리던 프랜차이즈 스타 래리 버드(65·206cm)는 NBA 역사를 통틀어 가장 특별한 백인으로 꼽히고 있다. '단순히 백인 선수로서 잘한 것'을 넘어 리그 전체에서 최고를 다투던 역대급 슈퍼 플레이어 중 한 명이기 때문이다. 현역 시절 매직 존슨과 함께 라이벌 관계를 이루며 NBA가 전세계적인 스포츠로 인기를 누리게한 장본인이자 그간 고개를 돌리고 있던 백인 팬들을 코트로 유입시킨 흥행 메이커였다.


지금은 역대 베스트 5중 스몰포워드 자리에 르브론 제임스를 꼽는 이들이 많다. 하지만 그 이전 버드는 부동의 3번으로 평가받았으며 지금도 제임스 대신 버드를 선택하는 이들도 적지않을 정도다.


버드 이후 그만큼의 영향력을 행사한 백인 스타는 없었다. 그나마 근처까지 간 선수로는 ‘독일병정’ 덕 노비츠키(43‧213cm)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장신임에도 어지간한 슈터 뺨치는 슈팅능력을 바탕으로 팀 우승과 개인 커리어를 모두 잡아내며 ‘댈러스 매버릭스의 레전드’로 명성을 굳혔다. 특히 제임스가 이끌던 슈퍼팀을 잡아내고 소속팀을 우승으로 이끌었던 2010~11시즌의 퍼포먼스는 두고두고 전설로 회자되고 있다.


그런 가운데 최근 전세계 농구 팬들 사이에서 엄청난 주목을 받고있는 백인 스타가 있으니 다름아닌 '할렐루카', '루카 매직'등으로 불리는 댈러스의 젊은 에이스 루카 돈치치(23·201cm)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아직은 버드, 노비츠키를 따라가기에 많이 부족하겠지만 매시즌 꾸준한 활약상을 펼치며 인기+기록+성적 등에서 차근차근 커리어를 적립해나가고 있다.


단순히 백인 스타가 아닌 향후 NBA를 이끌어갈 슈퍼스타 후보로 범위를 넓혀봐도 충분히 손가락 안에 들 정도다. 물론 현재 성적으로만 본다면 정규시즌 MVP 2회에 빛나는 니콜라 요키치(27‧211cm)가 현역 백인 선수 중 탑일 수도 있겠지만 좀 더 어린나이, 화려한 가드, 인기 등을 고려해볼 때 진정한 비교는 좀더 시간이 흐른 후에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슬로베니아 출신 돈치치는 팀 선배 노비츠키는 물론 역대 최고의 백인 선수 버드를 뛰어넘을 재능을 가지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선수다. 이미 10대때 유럽무대를 평정했으며 이후 NBA에 들어와서도 꾸준히 존재감을 높혀가고 있다. 팀 던컨이 그랬듯 ‘매시즌 똑같다’는 말을 듣고있는데 이는 발전이 없다는 것이 아닌 계속 쭉 에이스 역할을 하고 있기에 나온 말이다.


돈치치는 신인 첫해부터 매년 20득점, 7리바운드, 6어시스트, 1스틸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버드가 그랬던 것처럼 각 부분에 걸쳐 고르게 활약하는 올라운드 플레이어로서 팀의 전력을 책임지는 모습이다. 득점원, 야전사령관 역할 등 돈치치가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대체불가다. 1~3번까지 소화가 가능한 가운데 2019-20 시즌부터는 포인트 가드를 맡고 있다.

 

 


 

유럽 등 다른 무대에서는 모르겠지만 괴물같은 신체 능력을 가진 선수들이 가득한 NBA를 기준으로 할 경우 돈치치의 스피드, 운동능력, 탄력 등은 지극히 평범하다. 다만 BQ, 노련미, 기술적 완성도 등은 뛰어난 수준을 넘어 노련한 베테랑을 연상시킨다. 평범하거나 다소 아쉬운 부분을 확 덮을 만큼 장점이 크다.


정통파는 아니지만 팀내에서 1번을 맡고 있는 것에서도 알 수 있듯이 기본적으로 시야가 넓고 패싱센스가 좋다. 메인 볼 핸들러이자 스코어러이지만 혼자하는 농구가 아닌 팀 동료들을 살려주면서 함께하는 팀 플레이에 능하다. 양손 드리블로 수비수를 떨어뜨리고 스탭백 3점슛을 작렬시키는가 하면 상대 수비 사이를 통과하듯이 빠져나가 유유히 돌파를 성공시키기도 한다.


돈치치는 함께 뛰어주는 동료를 봐주는 시야가 특히 좋다. 3점슛을 쏘는 척하다가 달려들어오는 동료에게 딱 맞게 패스를 전해주고, 등 뒤로 바운드 패스를 연결시켜 컷인플레이를 만들어낸다. 순수 스피드 자체는 빠르다고 할 수 없지만 힘과 바디밸런스가 좋은지라 순간적인 속도조절을 통해 수비를 떨쳐내거나 상황에 따라서는 부딪혀가며 골밑슛을 성공시킨다.


내외곽 공격에 모두 능하고, 패싱 테크닉을 겸비한 관계로 수비수 입장에서는 매우 골치 아픈 유형의 테크니션이다. 상대와 먼저 등지고 부딪힌 후 돌아서 던지는 페이드어웨이슛은 알고도 막기 힘든 공격 옵션으로 꼽힌다.


최근 펼쳐지고있는 플레이오프에서도 돈치치의 활약은 눈부시다. 그가 이끄는 댈러스는 16일(한국시간) 피닉스 풋프린트 센터서 있었던 피닉스 선즈와의 2라운드 7차전에서 123-90으로 승리했다. 시리즈 전적 4승 3패로 컨퍼런스 파이널 진출을 확정했으며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와 파이널 진출을 놓고 진검승부를 가리게 된다. 정규리그 전체 승률 1위팀(0.780) 피닉스를 침몰시켰다는 점에서 놀라움의 목소리가 크다.


7차전에서 돈치치는 그야말로 압도적인 경기력으로 피닉스를 멘붕에 빠트렸다. 시작부터 연속 3점슛을 터트리는 등 상대 수비진을 힘으로 깨트렸다는 평가다. 전반에만 27득점을 몰아친끝에 일찌감치 승기를 잡아버리며 4쿼터를 뛰지않고도 35득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했다. 내외곽을 오가며 조금의 빈틈만 있으면 지체없이 돌파하고 슛을 성공시켰으며 특히 다양한 속임동작으로 수비수를 농락하고 적중시키는 미들슛은 한창 때의 마이클 조던이 연상될 정도였다.

크리스 폴이 이끄는 우승후보를 탈락시킨 돈치치의 다음 상대는 스테판 커리가 버티고 있는 골든스테이트다. 왕조시절에 비해 힘이 떨어졌다고는 하지만 전성기를 이끈 주축멤버들이 대부분 돌아온 상태인데다 새로운 젊은 피들과의 호흡도 좋아 탄탄한 전력을 자랑하고 있다. 무엇보다 풍부한 큰경기 경험은 가장 무서운 무기다. 과연 돈치치는 골든스테이트와 커리마저 뛰어넘어 파이널에 진출할 수 있을까. 새로운 전설을 향해 거침없이 전진하고 있는 젊은 농구도사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글_김종수 칼럼니스트

# 사진_AP/연합뉴스, FIBA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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