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DA, 값싼 코로나19 치료제 기대주 '플루복사민' 승인 거부

조승한 기자 2022. 5. 17.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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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상 자료 충분치 않아"..1주일치 4달러 수준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코로나19 치료제 활용 가능성이 제기되던 우울증 치료제인 플루복사민에 대해 치료제 승인을 거절했다. 픽사베이 제공

미국 식품의약국(FDA)이 우울증 치료제인 플루복사민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해달라며 미네소타대가 제출한 거부했다. 플루복사민은 값이 저렴하고 항염증효과가 있어 일부 의사들 사이 코로나19 치료제로 주목받아 왔다. 임상에서도 일부 효과를 보기는 했지만 아직은 증거가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FDA는 16일 플루복사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승인해달라는 요청을 거절하는 성명을 내고 “플루복사민 승인을 위해 제출한 연구결과들이 입원과 사망 감소 같은 임상적으로 의미있는 결과를 보여주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밝혔다.

플루복사민은 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계열 약물이다. 먹는 방식으로 우울증과 강박 장애 치료제로 쓰인다. 1971년 개발돼 제약사 애보트가 ‘루복스’라는 제품명으로 처음 판매했다. 현재는 특허가 만료돼 복제약으로도 판매된다. 미국에서 일주일치를 구매하는 데 약 4달러(5100원) 정도가 드는 값싼 약이다.

일부 의사들은 코로나19 발병 초기부터 플루복사민의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을 타진해 왔다. 플루복사민은 다른 SSRI 계열 항우울제와 달리 체내 염증반응을 조절하는 단백질 ‘시그마-1 수용체’와 강력한 상호작용을 해 염증 유발 물질 생성을 감소시킨다. 이것이 코로나19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2020년 5월부터 브라질에서 진행된 국제임상단체 ‘투게더 트라이얼’의 약물재창출 코로나19 치료에도 플루복사민이 임상 대상 치료제 중 하나로 포함됐다.

이번 요청은 의사들 주도하에 이뤄졌다. 제약사들이 보통 FDA에 의약품 승인을 요청하는 것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데이비드 보울웨어 미국 미네소타대 감염병국제의학부 교수 주도하에 지난 12월 FDA 승인 요청이 진행됐다. 미국 워싱턴대 정신의학과 연구팀이 지난해 11월 국제학술지 ‘랜싯 글로벌 헬스’에 발표한 브라질 임상 연구가 주요 증거로 제출됐다.

연구에서는 코로나19 중증환자가 응급실에서 6시간 이상 치료를 받을 확률이 32% 줄어든다는 결과가 나왔다. 브라질에서 코로나19 환자 1500명을 대상으로 시험을 진행한 결과 플루복사민을 투여한 환자 중 11%, 위약 투여 환자 중 16%가 6시간 이상 치료가 필요해 상대적 위험이 32%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FDA도 이례적으로 27장 분량의 거절 사유서를 내고 플루복사민 승인 거절 사유에 대해 밝혔다. FDA는 약물 승인 요청을 거절할 때 보통 별다른 거절 사유를 공개하지 않는다. 약물을 개발한 제약사에만 거절 사유가 전달되고 기밀로 유지되기 때문이다. 이번 거절 사유서에서 FDA는 6시간 치료 기준이 임상적으로 의미 있는 임계값인지 확실하지 않은 것을 주된 거절 이유로 꼽았다.

보울웨어 교수는 16일 의료전문지 ‘스탯’에 “FDA의 논리가 일관되지 않는다”며 FDA 승인을 받은 코로나19 경구치료제인 화이자의 팍스로비드와 머크앤드컴퍼니의 몰누피라비르도 입원에 대한 전통적인 정의를 활용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팍스로비드와 몰누피라비르는 임상시험에서 입원을 24시간 이상 급성 치료가 필요한 환자로 정의했다.

이번 FDA의 결정은 팍스로비드나 몰누피라비르 등 코로나19 치료제가 이미 갖춰진 만큼 . 보울웨어 교수도 현재 사용할 수 있는 치료제 순위에서 플루복사민이 덜 중요하다는 것을 인정했다. 보울웨어 교수는 “처음에 승인을 위해 서류를 제출했던 12월 오미크론 변이가 급증했을 때는 매우 유용할 수 있었다”며 “더 많은 시험이 진행중인 만큼 더 많은 증거가 들어오면 다시 승인 요청을 제출할 수 있다”고 말했다.

보울웨어 교수는 “팍스로비드가 더 효과적이지만 값이 비싸 저소득 국가에서는 널리 사용되지 못한다”며 “플루복사민이 의사로써 처음 선택하는 치료제가 되진 않겠지만 대체재는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플루복사민의 코로나19 치료 효과에 대해서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아직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존스홉킨스의대가 지난해 11월 코로나19 치료 권장 사항에 플루복사민을 추가했다. 워싱턴대 부속 반스쥬이시병원도 플루복사민 활용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 국립보건원(NIH)은 증거가 불충분하다는 이유를 들어 플루복사민을 코로나19 치료제로 권장하지 않는다. 세계보건기구(WHO)는 플루복사민의 코로나19 치료제에 대해 현재 고려 중이라고 밝혔다.

압히짓 두갈 미국 클리블랜드클리닉 중환자치료 부회장은 “아직 기존 데이터로는 코로나19 환자 치료 표준으로 볼 필요가 있다고 느낄 정도는 아니다”며 “코로나19 시대에 도입된 많은 것들도 다른 상황이었다면 과학의 엄격함을 견디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조승한 기자 shinj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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