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통신3사 '조단위 부당이득' 과연 바뀔까
“5G 중간요금제 관련해, 예언을 한번 해볼까요?”
최근 만난 통신업계 한 고위 인사는 조선비즈가 보도한 ‘통신사 5G 부당이득 3兆’ 시리즈를 봤다며, ‘데이터 비용을 사용한 만큼 내야 한다’는 기사 취지에 공감한다고 했다. 그는 대뜸 통신 산업을 장기판 등 게임에 비유했다. 정부가 가진 패는 통신사들이 염려하는 ‘5G 기지국 점검’과 ‘주파수 추가 할당’ 등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통신사는 정부의 5G 개혁 의지가 부담스럽기에 중간요금제 도입으로 방어 전략을 펼칠 것으로 그는 봤다. 결국 ‘중간요금제’를 놓고 정부와 통신사 간의 치열한 눈치 싸움을 예상했다. 고위 인사는 중간요금제의 미래와 관련한 세 가지 예측을 해보겠다며 설명을 시작했다.
첫 번째, 과기정통부 장관과 통신사 최고경영자(CEO) 간의 간담회다. 새 정부가 5G 중간요금제 도입을 공식화한 만큼, 중간요금제의 빠른 도입은 이종호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이 해결해야 할 숙제가 됐다. 이 장관이 취임 한 달, 50일, 100일 등 일정 시점이 되면, 통신사 CEO들과의 간담회를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자리에서 이 장관의 중간요금제 도입과 관련된 발언이 나올 수 있다. 또 간담회에서는 정부의 5G 주파수 정책에 대한 비전도 공개될 수 있다. 정부는 내년 5G 품질 안정화를 위해 3.7~4.0㎓ 대역의 300㎒ 주파수를 추가로 할당하기로 했다. 주파수 확보는 통신사 입장에서 사활(死活)이 걸린 문제다. 따라서 실효성 있는 중간요금제 도입을 검토해 달하는 과기정통부의 주문에 힘이 실릴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두 번째로는 중간요금제가 오는 9월 국정감사를 앞두고 출시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사는 과기정통부 장관과의 간담회 이후 장관의 요청에 화답하는 형식으로 중간요금제 도입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발표할 수 있다. 다만, 실제 중간요금제가 출시되는 것은 시간이 좀 더 걸릴 전망이다. 요금제 설계와 정부와의 협의, 통신사 내부 시스템 구축 등 시간이 필요하다는 이유에서다.
통신사 입장에서는 중간요금제 도입을 한 달만 늦추더라도 막대한 이익이 발생할 수 있어, 도입을 늦출수록 이익이 된다. 다만, 오는 9월 열리는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과방위) 국정감사는 넘기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통신 3사가 “중간요금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터라, 더는 미룰 수 없기 때문이다. 통신사의 수익 극대화와 정무적 판단을 종합해볼 때, 오는 9월 국정감사를 앞둔 시점이 최적의 출시 시기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하지만 통신사들이 실효성이 있는 중간요금제를 출시할지는 미지수다. 현재 통신 3사의 5G 요금제는 10GB(5만5000원)와 110GB(6만9000원)로 양분돼 있다. 중간요금제 도입을 요구하는 목소리는 ‘쓴 만큼 내겠다’는 취지가 깔려있다. 평균 20~50GB의 데이터를 사용하는 가입자들이 110GB 요금제에 가입할 수밖에 없는 불합리성을 없애자는 것이다. 이 문제가 해결되기 위해서는 5GB든 10GB든 일정 단위로 요금제를 세분화하면 된다.
통신사들은 20~30GB 구간 5만원대 후반에서 6만원대 초반의 중간요금제를 고민하고 있다. 지난 3월 기준 5G 무제한 요금제 가입자의 평균 데이터 사용량은 44GB를 넘어섰고 점차 증가하는 추세다. 결국 이러한 중간요금제로는 110GB 쏠림 현상을 해결할 수 없다.
이때 세 번째 예언이 나왔다. 통신사들이 취약한 중간요금제를 보완하기 위해, 노년층이나 청년층을 대상으로 동영상 강의 시청, 영상통화 등 특정 상황에서 혜택을 주는 일종의 파생형 요금제를 함께 도입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럴싸한 중간요금제로 잘 포장됐지만, 정작 소비자 입장에서는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 사실상 중간요금제 도입의 본질을 희석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러한 전망이 현실로 이뤄질지는 지켜봐야 할 문제다. 다만, 과거 4세대 이동통신(LTE) 시대에 보였던 통신 3사의 활동을 보면 그의 예언이 충분히 설득력 있어 보였다. 2012년 통신 3사는 LTE 서비스를 하면서 고가 요금제 논란을 받자, 청소년과 노년층을 대상으로 하는 특화 요금제를 출시했다. ‘아니 땐 굴뚝에 연기나랴’라는 말이 있듯, 최근 과기정통부의 2차관 부재 등 윤석열 정부에서 바라보는 과기정통부와 통신사에 대한 시각은 심상치 않아 보인다. 눈치 보기가 아닌, 변화와 실행이 필요한 시점이다. LTE의 역사가 반복되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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