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2022 KBL 리뷰] 서울 SK 3편 - 최준용, '포지션'이라는 '생태계'를 파괴한 남자

최준용(200cm, F)의 파괴력은 생각보다 컸다.

서울 SK 나이츠는 2020~2021 시즌 종료 후 작지만 큰 변화를 줬다. 팀을 10년 가까이 이끌었던 문경은 감독을 기술자문으로 보직 변경하고, 문경은 감독의 오른팔이었던 전희철 수석코치를 신임 감독으로 임명했다.

그 변화는 크나큰 나비효과를 일으켰다. 2012~2013 시즌 이후 9년 만에 정규리그 1위(40승 14패)를 차지했고, 창단 후 첫 통합 우승까지 차지했기 때문. 여기에 숨은 원동력이 있다. 그것은 바로 포지션과 생태계를 파괴한 최준용이다.

# 1보 후퇴? 2보 전진!

최준용은 2020~2021 시즌 중 무릎 전방십자인대를 다쳤다. 2020~2021 시즌 초반에 이탈했고, 2021~2022 시즌 복귀도 장담할 수 없었다. 최준용의 미래를 낙관한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준용의 생각은 달랐다. 부활에 필요한 조건부터 생각했다. 다친 무릎을 보강하기 위해 끊임없이 운동했고, 마음가짐 역시 다잡았다.
몸을 차근차근 만든 최준용은 2021~2022 시즌 개막 전 연습 경기에 나섰다. 전희철 감독은 최준용의 컨디션을 흡족하게 생각했다. 개막 엔트리에 최준용을 포함했다.
최준용은 시즌 초반 스타팅 라인업에 거의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교체 투입 후 예전의 기량을 선보였다. 볼 핸들링과 속공 전개, 슈팅에 골밑 수비와 리바운드까지. 본연의 다재다능함을 보여줬다. 아니, 다재다능함을 더 극명히 보여줬다.
최준용의 가세는 다른 선수들을 힘나게 했다. 또, 김선형(187cm, G)과 자밀 워니(199cm, F)가 부상으로 이탈했을 때, 최준용이 리더십을 발휘했다. 그러자 SK는 오랜만에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최준용은 데뷔 후 처음으로 정규리그 MVP를 받았다. 부상은 최준용에게 ‘1보 후퇴’가 아닌 ‘2보 전진’이 됐다.

# 최준용의 역량, 플레이오프를 찢어놓다

최준용은 보통 4번(파워포워드)로 코트를 밟았다. 그러나 4번이라는 포지션은 최준용에게 ‘이름’에 불과했다.
최준용은 넓은 공수 범위에 다양한 공수 옵션을 지닌 선수다. 그렇기 때문에, 다양한 곳에서 자기 강점을 보여줄 수 있다. 수비에서는 미스 매치를 커버할 수 있고, 공격에서는 미스 매치를 유도할 수 있다. 상대 공수 계획에 혼란을 줄 수 있는 선수.
최준용의 파괴력은 플레이오프에서 가장 잘 드러났다. 골밑 수비와 박스 아웃, 도움수비 등으로 팀 경기력을 탄탄하게 한 후, 속공 가담과 3점, 포스트업과 경기 조율 등으로 상대를 혼란하게 했다.
안양 KGC인삼공사와 챔피언 결정전도 마찬가지였다. 오마리 스펠맨(203cm, F)의 높이를 블록슛했고, 수비 리바운드 후 빠른 전개로 SK의 컬러를 살렸다. 최준용의 그런 역량이 KGC인삼공사의 경기 계획도 파괴했다. KGC인삼공사의 두 시즌 연속 챔피언 계획도 찢어버렸다.
챔피언 결정전 MVP는 김선형에게 돌아갔다. 그러나 최준용의 챔피언 결정전 경기력은 인상적이었다. ‘포지션’이라는 ‘생태계’를 제대로 파괴했기 때문이다.

[최준용, 2021~2022 시즌 기록(경기당 평균 기준)]
1. 정규리그
 1) 출전 경기 수 : 54경기
 2) 출전 시간 : 28분 12초
 3) 득점 : 16.0점
 4) 리바운드 : 5.8개 (공격 : 1.2)
 5) 어시스트 : 3.5개
 6) 2점슛 성공률 : 51.4% (4.2/8.1)
 7) 3점슛 성공률 : 35.2% (1.6/4.6)
2. 4강 플레이오프
 1) 출전 경기 수 : 3경기
 2) 출전 시간 : 28분 24초
 3) 득점 : 10.7점
 4) 리바운드 : 5.0개
 5) 어시스트 : 3.7개
 6) 2점슛 성공률 : 52.9% (3.0/5.7)
 7) 3점슛 성공률 : 33.3% (1.0/3.0)
3. 챔피언 결정전
 1) 출전 경기 수 : 5경기
 2) 출전 시간 : 35분 36초
 3) 득점 : 19.0점
 4) 리바운드 : 7.0개 (공격 : 1.2)
 5) 어시스트 : 3.6개
 6) 블록슛 : 1.8개
 7) 스틸 : 1.2개

사진 제공 = KB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