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에세이>이 가방 어때요?

기자 2022. 5. 17. 1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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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오래전 파리 출장 중, 런던행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나갔다.

도와주러 오는 줄 알았는데, 한 명은 말을 걸며 혼을 빼고, 또 한 명은 어깨에 걸쳐 멘 가방을 낚아채고 있었다.

고함을 치며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는데, 명품 가방을 걸치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그렇게 지켰던 가방이건만, 기껏 돌아와 서울 지하철 선반에 올려두었다가 이별하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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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준, ‘357551’, 40×15×45㎝, 골판지, 2007

꽤 오래전 파리 출장 중, 런던행 고속열차를 타기 위해 지하철역으로 나갔다. 이른 아침 한산한 시각, 어찌 된 일인지 자동개찰기가 열리지 않는 것이었다. 절절매고 있을 때 웬 사내 두 명이 다가왔다. 도와주러 오는 줄 알았는데, 한 명은 말을 걸며 혼을 빼고, 또 한 명은 어깨에 걸쳐 멘 가방을 낚아채고 있었다.

어떤 상황이었는지 짐작이 갈 것이다. 고함을 치며 위기를 간신히 모면했는데, 명품 가방을 걸치고 있었던 것이 화근이었던 모양이다. 선물로 받은 거라 별생각 없이 멘 건데, 그게 부유한 여행객으로 보였던 거 같았다. 그렇게 지켰던 가방이건만, 기껏 돌아와 서울 지하철 선반에 올려두었다가 이별하고 말았다.

‘명품 판타지’전(오산시립미술관)을 보면서 씁쓸한 기억이 되살아났다. 김현준의 골판지 가방을 보니 생각난다. 명품의 완성은 포장인가 보다. 중고물품 거래에서 명품은 원래의 포장 상자가 없으면 거래가 어렵다 한다. 하면 명품 포장재로 만든 가방은 어떤가요? 우리 시대의 판타지가 참으로 씁쓸하다.

이재언 미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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