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살았더니 소득높다고 대출제한"..'거꾸로 금융'에 분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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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가 제시한 길을 따라 모범생처럼 살아왔는데, 고소득자면 대출 안 된단 말에 피가 거꾸로 솟았었죠."
그런데 얼마 뒤 8월, 고승범 당시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이 같은 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말씀 취지는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회계사 허모 씨는 "공부 열심히 해 좋은 직장 들어갔더니 소득·신용도 높다고 대출을 제한한다는 이런 아이러니가 어딨느냐"며 "신용과 담보가 확실한 대출은 좀 더 비율을 늘리고 금리를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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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두더지 리포트 - 영끌족 9인 ‘역차별’ 비판 (下)
포용정책 표방 文정부 압박에
은행, 고소득자 대출한도 축소
신용좋은 사람에 더 높은 이자
금융의 기본 무시한 포퓰리즘
2030 “투자는 온전히 본인 몫
신용 확실하다면 대출 늘려야”
“사회가 제시한 길을 따라 모범생처럼 살아왔는데, 고소득자면 대출 안 된단 말에 피가 거꾸로 솟았었죠.”
지난해 여름, 한국 금융시장에 기이한 일이 벌어졌다. 고소득·고신용자들과 저소득·저신용자의 대출금리가 역전되더니, 이어 고소득자들의 신용대출 등 대출 기회가 박탈된 것이다. 2021년 6월, 농협은행에서 신용 1등급 마이너스통장 금리는 연 2.93%, 5∼6등급은 연 2.70%였다. 신한은행에서도 1등급 고객이 4등급보다 0.23%포인트나 높은 이자를 부담했다. 마이너스통장(한도대출)의 한도가 1억 원에서 5000만 원으로 일괄 축소되는 일도 발생했다. 포용정책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의 압박에, 은행들이 상환 여력이 큰 고소득·고신용자에게 금리를 더 받고 대출 한도는 줄인 것이다. 금융의 기본을 무시한 ‘거꾸로 금융’의 시작이었다.
발단은 문재인 당시 대통령의 발언이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해 3월 30일 국무회의를 주재한 자리에서 “그동안 신용이 높은 사람은 낮은 이율을 적용받고, 경제적으로 어려워 신용이 낮은 사람들이 높은 이율을 적용받는 구조적 모순이 있었다”고 말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금융권에서는 대통령이 고신용자·저금리, 저신용자·고금리라는 금융의 기본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일었다. 그런데 얼마 뒤 8월, 고승범 당시 금융위원장 후보자가 이 같은 문 전 대통령의 발언에 대해 “말씀 취지는 잘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면서 사람들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들었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이재명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해 12월 서울대 금융경제세미나 초청 강연회에서 “가난하면 돈을 안 빌려주고, 빌려줘도 조금밖에 안 빌려주고 이자를 엄청나게 높게 내야 한다. 정의롭지 않다”고 했다.
두더지(두드리고, 더 파고, 지속하고) 취재팀이 인터뷰한 9인의 영끌족은 이 같은 상황에 대해 “투자 결과는 본인이 책임지는 것”이라면서도 “정부가 ‘거꾸로 금융’으로 열심히 살아온 사람들을 바보로 만들었다”고 분노했다. 금융권 종사자 이모 씨는 “중학생만 돼도 다 아는 금융 상식을 사법시험까지 합격한 두 양반이 모를 리가 있겠느냐”며 “감성팔이식 금융 포퓰리즘에 금융권 종사자로서는 물론,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좌절감을 느꼈다”고 말했다. 정부의 ‘거꾸로 금융’이 영끌을 이끌었다는 답변도 나왔다. 대기업 과장 박모 씨는 “소득이 높아 대출 원리금을 잘 갚을 수 있는 사람에게 주택담보대출을 좀 더 높여줬더라면 ‘영끌 투자’라는 말 자체가 나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정책실패로 인한 ‘부동산 가격 폭등’이 영끌을 부추겼다는 반응도 나왔다. 대기업 종사자 오모 씨는 “문재인 정부가 부동산 가격을 폭등시키면서, 부동산을 살 수 없다는 절망감과 불확실성이 2030의 (코인 투자 등) 극단적인 투자를 부추긴 측면이 있다”고 했다.
물론 이들은 각종 상황에도 불구하고 투자의 1차적 책임은 온전히 본인에게 있다고 말한다. 자영업자 서모 씨는 “누가 뭐라고 해도 투자 책임은 오롯이 나의 몫이라고 본다”고 했다. ‘게임의 룰’ 자체는 부정하지 않는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의 특징이다. 응답자들은 또 공정한 투자 환경 조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회계사 허모 씨는 “공부 열심히 해 좋은 직장 들어갔더니 소득·신용도 높다고 대출을 제한한다는 이런 아이러니가 어딨느냐”며 “신용과 담보가 확실한 대출은 좀 더 비율을 늘리고 금리를 낮춰줘야 한다”고 말했다.
송유근·권승현·김보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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