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기는 배추셀 때나 쓰는 말".. 강인함·유머 갖춘 '최고 산악인'

기자 입력 2022. 5. 17. 11:35 수정 2022. 5. 17. 11:40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눈이 시리도록 푸르름이 더해지는 5월의 중순에 접어들었다.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 대회장에서 만난 한 지인이 기억하는 그녀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항상 해맑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성 산악인이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 그립습니다 - 고미영(1967∼2009)

눈이 시리도록 푸르름이 더해지는 5월의 중순에 접어들었다. 지난 6∼8일 서울에서 처음으로 개최된 ‘2022 IFSC 서울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 대회장에 다녀왔다. ‘스포츠클라이밍’ 하면 떠오르는 그리운 얼굴이 있다. 한때 한국과 아시아 스포츠클라이밍 분야에서 최강을 자랑하던 고 고미영 대장이다. 그녀의 삶만큼이나 대회장 분위기는 뜨겁고 열정으로 가득했다.

그곳에서 오랜만에 반가운 얼굴을 만났다. 서로 안부를 묻고 대화를 나누다가 자연스럽게 그동안 잊고 지내던 대한민국 산악계 불세출의 영웅 고 대장의 이야기가 나왔다. 그녀는 한국과 아시아의 스포츠클라이밍 분야에서 오랜 기간 1인자 명성을 쌓았다. 그러던 그녀가 갑자기 고산등반으로 전환했다. 그런데도 단기간에 한국 산악계 고산등반 최고의 자리에까지 치고 올라가는 기염을 토했다. 또한 그녀는 대한민국 여성 산악인의 선두주자로 강인한 정신력과 강철 같은 체력으로 불가능을 가능케 한 불굴의 투지와 의지의 소유자였다.

하지만 2009년 7월 11일. 히말라야 낭가파르바트 등정에 성공한 뒤 하산 길에서 추락사했다. 특히 히말라야의 14좌 중 최단기간에 8000m급 산 11개를 등정한 후 하산하다가 사고를 당해 그 안타까움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었다. 한국 여성 산악인을 대표하던 고 대장의 갑작스러운 죽음은 한국과 세계 산악계뿐만 아니라 우리에게도 큰 충격과 슬픔이 아닐 수 없었다.

하지만 고인이 실천해 온 불굴의 의지와 위대한 도전정신은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큰 감동과 교훈을 주기에 충분했다. 스포츠클라이밍 월드컵 대회장에서 만난 한 지인이 기억하는 그녀는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항상 해맑고 따뜻한 마음을 가진 여성 산악인이었다. 또 늘 긍정적이고 진지했으며 정이 많고 친화력이 뛰어났다. 무엇보다 다른 사람을 이해하고 배려하며 챙기는 따뜻한 마음과 불굴의 의지와 열정적인 도전정신이 남달랐다. 누구보다도 사람 냄새가 많이 났던 우리 시대에 보기 드문 최고의 여성 산악인이었다. 정말 훌륭한 동료 산악인을 잃었다. 아직까지도 무척 마음이 아프고 슬프다며 그녀와의 아름다운 추억을 이야기하기도 했다.

그녀의 불굴의 의지와 위대한 도전정신은 우리의 가슴속에 영원토록 기억될 것이다. 불운하게도 한 발자국 잘못 내딛는 순간의 실수로 영겁의 시간으로 가 버렸지만, 살아생전 그녀는 “포기란 배추를 셀 때 하는 말이고, 좌절은 좌측에 있는 절이며, 절망이란 절에 있는 방충망이다”며 농담을 건넬 정도로 매사 당차고 강인하면서도 따뜻하고 유머를 동시에 갖춘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여성 산악인이었다.

고 대장을 잃은 것은 대한민국과 세계 산악계의 큰 손실이고 아픔이다. 그녀는 또 산악스키에서도 한국의 1인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모든 등반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오를 수 있는 여성 산악인은 아마도 앞으로 다시 나오기 힘들 것 같다.

강인하고 뜨거운 열정은 있지만 누구보다도 공손하고 겸손하며, 당차고 용기가 넘치면서도 침착하고, 꿈과 희망은 크지만 마치 어린아이처럼 해맑고 순수한 마음을 간직한 여성. 또 우리에게 진정한 삶의 의미를 다시금 느끼게 해주고, 죽는 날 그 순간까지도 최선을 다하며 짧지만 뜨거운 삶을 살다간 대한민국이 낳은 세계 최고의 산악인 고미영 대장의 평안한 안식을 기원한다. 코로나19로 모두가 지치고 힘든 요즘, 그녀의 강인한 정신력과 뜨거운 열정, 불굴의 도전 정신이 많이 그립다.

문영호 ㈜천신CSK 이사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그립습니다·자랑합니다·미안합니다’ 사연 이렇게 보내주세요

△이메일 : phs2000@munhwa.com △전화 : 02-3701-5261

▨ 사연 채택 시 사은품 드립니다.

채택된 사연에 대해서는 소정(원고지 1장당 5000원 상당)의 사은품(스타벅스 기프티콘)을 휴대전화로 전송해 드립니다.

[ 문화닷컴 | 네이버 뉴스 채널 구독 | 모바일 웹 | 슬기로운 문화생활 ]

[Copyrightⓒmunhwa.com '대한민국 오후를 여는 유일석간 문화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구독신청:02)3701-5555 / 모바일 웹:m.munhwa.com)]

Copyright © 문화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