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과 강한나, 이들의 만남에 불꽃이 튀고 눈발이 날리는 건('붉은 단심')

정덕현 칼럼니스트 2022. 5. 17. 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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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월화드라마 <붉은 단심> 에서 먼저 화제가 됐던 건 이태(이준)와 유정(강한나)이 '낙화놀이'가 펼쳐지는 다리 위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불꽃이 떨어져 내리고 바람에 흩날리기도 하면서 원경에서 잡힌 그 아름다운 장면은 금방이라도 이태와 유정을 삼켜버릴 것 같은 아찔한 느낌을 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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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붉은 단심', 연출이 극대화하는 인물들의 감정선

[엔터미디어=정덕현] KBS 월화드라마 <붉은 단심>에서 먼저 화제가 됐던 건 이태(이준)와 유정(강한나)이 '낙화놀이'가 펼쳐지는 다리 위에서 만나는 장면이다. 불꽃이 떨어져 내리고 바람에 흩날리기도 하면서 원경에서 잡힌 그 아름다운 장면은 금방이라도 이태와 유정을 삼켜버릴 것 같은 아찔한 느낌을 줬다.

그런데 그 불꽃을 연출한 장면이 인상 깊게 다가온 건 단지 아름답고 압도적인 광경 때문만은 아니다. 그것은 그 불꽃 속에서 유정을 만나는 이태의 감정이 그 불꽃처럼 활활 타오르는 것이 그 광경에 투영되었고, 나아가 이태가 왕이란 사실을 모른 채 그를 연모하게 된 유정이 향후 어떤 불꽃같은 운명 속으로 들어갈 것인가를 예감케 해줬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그 운명은 실제로 이들의 현실로 다가왔다. 박계원(장혁)은 유정을 그의 질녀로 내세워 중전으로 세우려했고, 결국 유정은 궁에서 이태를 만나 그가 주상이었다는 걸 알게 된다. 이태와 유정은 서로가 왜 그 자리에 있는가 의아해하며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박계원이 중전으로 미는 인물을 밀어내려 했던 이태는 그가 유정이라는 사실을 알고는 깊은 갈등에 빠져버린다.

유정을 끌고 나와 아무도 듣지 못하는 곳에서 자초지종을 묻는 이태에게 유정은 "제게 할 말이 그것뿐이십니까?"라고 되묻는다. 그것은 정체를 숨긴 채 자신을 만나온 이태의 진심을 묻는 것이었다. 반가워야 할 만남이 안타까움과 배신감, 당혹감으로 휩싸이는 이 장면에는 눈발이 날린다. 고개 숙인 이태와 무릎을 꿇은 유정이 서로 등을 지고 눈물을 흘리는 광경에 떨어져 내리는 눈발은 두 사람 사이에 놓인 차가워진 감정을 시각적으로 보여준다.

<붉은 단심>이 장면 연출에 이렇게 신경을 쓰는 건, 이 사극이 정치와 멜로라는 두 가지 장르적 색채를 더하고 있고 그래서 정치적 상황 속에서 급변하는 두 사람의 감정선이 스토리 전개에 있어 중요하기 때문이다. 즉 박계원의 질녀로 들어왔기 때문에 그를 밀어내고 그가 진짜 질녀가 아니라는 사실을 밝히면 박계원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지만, 그렇게 하면 그 질녀로 들어온 유정 또한 죽을 수밖에 없는 운명이라 이태는 그런 선택을 하지 못한다.

복수에 대한 강렬한 감정과 동시에 연인을 연모하는 감정이 뒤섞이면서 이태는 어떤 선택들을 하게 되고, 그것이 또 유정의 복잡한 감정들을 만들어낸다. 이처럼 <붉은 단심>은 그 감정선의 변화가 중요하기 때문에 그걸 시각적으로 표현해 담아내는 연출이 효과적으로 느껴진다. 그래서 궁궐은 똑같은 공간이지만 이태와 유정의 감정이 달라질 때마다 다른 느낌으로 그려진다.

박계원의 집 문 앞에 심어진 굴곡 많은 소나무들이 불빛과 더해져 음산하고 기괴한 긴장감을 만들어내고, 죽림원의 쭉쭉 뻗어나간 대나무와 푸른 잎들이 그곳 사람들의 절개와 따뜻함, 유쾌함을 주는 것도 그저 우연이 아니다. 공간 연출을 통해 그곳은 물론이고 그곳에서 사는 사람들이 주는 인상까지 담아내는 것.

사극 연출이 달라지고 있다. 그저 옛 시공간을 담는 배경을 세트로 세워놓는 정도가 아니라, 미술과 조명 등이 어우러져 서사와 캐릭터를 효과적으로 그려내는 하나의 미장센을 구성하고 있다. 특히 <옷소매 붉은 끝동>의 정지인 PD나 <왕이 된 남자>의 김희원 PD에 이어 <붉은 단심>의 유영은 PD까지, 여성 PD들이 연출을 맡은 사극들이 이런 변화를 보여주고 있는 건 의미심장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정덕현 칼럼니스트 thekian1@entermedia.co.kr

[사진=K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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