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아닌 SK 모델?" 바이오 사업 큰 그림 그리는 롯데

김명지 기자 2022. 5. 17.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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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바이오 사업 본격 진출
美 공장 역량 3만5000L 불과
"보스턴 클러스터 지리적 위치 봐야"
"신약 개발 고급 인력 풍부, 차근차근 진행"
롯데가 인수하는 BMS 뉴욕 시라큐스 공장 전경. /BMS 홈페이지 캡처

롯데그룹이 지난해 바이오산업 진출을 공식화하면서 어떤 방식의 사업을 전개할지 업계에서 관심이 컸다. 롯데가 삼성바이오로직스(207940) 출신 이원직 상무를 영입한 이후, 바이오 자회사 이름도 ‘롯데바이오로직스’로 정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롯데가 ‘삼성 모델’을 따를 것이라는 추측이 일반적이었다.

그런데 지난 13일 롯데가 미국 뉴욕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인수한다는 소식으로 이른바 ‘바이오 큰 그림’이 구체적으로 확인되면서, “롯데가 삼성이 아닌 SK의 모델을 따르는 것으로 보인다”는 말이 나온다. 롯데가 인수하는 공장의 규모나 위치를 봤을 때 삼성바이오로직스가 경쟁 모델이 아니라는 것이다.

16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이 2000억원 규모의 미국 의약품 생산 공장을 인수한 것을 두고 ‘롯데가 삼성이 아닌 SK의 모델을 밟을 것으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가 인수하는 브리스톨 마이어스 스큅(BMS)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의 생산 역량이 삼성바이오로직스나 셀트리온 등 국내 동종업계의 공장과 비교하면 작은 탓이다.

롯데는 지난 13일 미국 공장 인수를 통해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개발(CDMO) 사업에 뛰어든다는 계획을 밝혔다. CDMO는 생산설비가 없는 연구소·바이오 기업과 신약을 함께 개발하고 위탁생산도 해주는 사업이다. 하지만 롯데가 인수한 시라큐스 공장 생산역량은 연 3만5000L(항체 의약품 원액)로, 삼성바이오의 생산 역량(36만 4000L)의 10분의 1수준에 그친다.

이는 셀트리온의 생산역량(19만L)과 비교해도 5분의 1 수준이다. 미국 바이오제약 전문 컨설팅 업체 BPTC에 따르면 2020년 기준 스위스 론자의 생산역량이 30만3000L(2위), 독일 베링거인겔하임은 27만5000L(3위)에 이른다. 롯데가 인수한 미국 공장의 역량이 글로벌 수준으로 보면 매우 작다는 뜻이다.

규모도 규모지만 BMS의 시라큐스 공장은 지난 1943년에 완공한 구식 공장이다. 최근 바이오 의약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리모델링을 했지만, BMS의 주력 공장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이곳에서는 BMS가 개발한 항암제 옵디보(Opdivo), 어보이(Yeboy), 누로직스(Nulojix) 등을 생산하는데, 당장 옵디보는 오는 2028년 미국 특허 만료를 앞두고 있다.

BMS 자체도 CDMO를 주력으로 하지 않고 있다. 셀트리온은 2005년 BMS의 바이오 의약품을 CMO(위탁생산)하기도 했다. 이렇게 생산 규모도 작고 상대적으로 노후한 생산 시설을 롯데가 인수한 것을 두고, 업계는 이 공장의 위치에 주목했다. 이 공장은 글로벌 바이오 업계의 ‘심장’으로 통하는 보스턴 바이오클러스터와 4시간 거리에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가 국내 연구개발인력에 한계를 느끼고, 미국으로 간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바이오 의약품 생산 역량은 국내에서도 이미 충분하다”라며 “문제는 연구 인력인데, 바이오 신약을 개발해 낼 수 있는 고급 인력은 국내와 미국을 비교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라고도 말했다.

SK팜테코는 올해 미국 세포·유전자 치료제 CDMO 기업인 CBM에 4200억원 가량을 투자해 2대 주주가 됐다. CBM은 실리콘밸리 바이오 연구개발단지 디스커버리랩스에 있는데, 디스커버리랩스는 보스턴 바이오 클러스터인 랩센트럴과 함께 대표적인 바이오 연구 단지로 꼽히는 곳이다.

당장 롯데는 이 공장에 1000억원을 추가 투입해 완제의약품과 세포·유전자 치료제 생산 시설을 추가할 예정이다. 하지만 세포 유전자 치료제 시장은 당장 수익 모델이 없기 때문에 매출이 나기까지는 꽤 많은 자금이 들 것으로 보인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바이오업계 인수합병(M&A)에서 2000억원은 그리 큰 규모는 아니다”라며 “롯데가 큰 그림을 그리고, 차근차근 진행해 가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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