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저녁 1시간 이상 고민..전략과 준비의 힘 깨달았죠"

임정우 2022. 5. 17.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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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금융 챔피언십 우승자 장희민
최현 코치·임성재·장하나 조언 듣고
프로 데뷔 후 처음으로 야디지북 작성
18개 홀 계획 세운 게 우승 원동력
위기관리 능력도 이미지 트레이닝 효과
장희민. [사진 = 연합뉴스]
신인 선수가 곧바로 좋은 성적을 내는 건 쉬운 일이 아니다. 하부 투어와 비교해 한국프로골프(KPGA) 코리안투어에서 활약하는 선수들의 실력이 좋고 대회가 열리는 코스의 난도가 높기 때문이다. 그러나 자신만의 방법으로 신인 때부터 두각을 나타내는 선수들이 있다. 올해도 특별한 선수가 한 명 나왔다. 우리금융 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장희민(20)이다.

15일 경기도 여주 페럼 클럽(파72)에서 막을 내린 우리금융 챔피언십 최종 4라운드. 나흘간 언더파를 적어낸 선수는 장희민과 이상희(30), 김민규(21)까지 세 명에 불과했다. 합계 5언더파 283타를 적어낸 장희민은 공동 2위 이상희와 김민규를 4타 차로 따돌리고 정상에 올랐다.

장희민은 이번 대회 우승 전까지 크게 주목 받는 선수는 아니었다. 올 시즌 코리안투어 데뷔 동기인 배용준(22)과 정찬민(23)에 밀려 신인상 후보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국가대표 상비군 출신으로 유럽 3부투어와 스릭슨투어를 거쳐 올해 코리안투어에 데뷔한 장희민 역시 목표를 신인상과 우승이 아닌 시드 유지로 잡았었다.

그러나 장희민은 곧바로 두각을 나타냈다. 2020년 김주형(20)이 두 번째 출전 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한 것처럼 장희민도 두 번째 대회 만에 정상에 오르며 새로운 스타 탄생을 알렸다. 장희민은 "코리안투어에서 이렇게 빨리 우승할 것이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오랜 시간 꿈꿔왔던 장면이 현실이 돼 짜릿하다"고 소감을 밝혔다.

우리금융 챔피언십 우승의 원동력은 철저한 준비다. 이번 대회 전까지 장희민은 전략을 세우지 않고 매 라운드를 치렀다. 그러나 이번에는 달랐다. 최현 스윙코치와 임성재(24), 장하나(30)에게 조언을 받은 장희민은 연습 라운드를 통해 코스 곳곳을 둘러본 뒤 매일 저녁 다음날 핀 위치를 캐디와 함께 확인하고 전략을 세웠다. 이뿐만이 아니다. 장희민은 18개 홀 모두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여러 상황에 대비하는 시간을 가졌다.

장희민은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미리 고민할 필요가 있을까라는 생각을 했던 것도 사실"이라면서도 "최현 코치님이 성재 형과 하나 누나처럼 철저하게 준비하고 대회를 시작해야 좋은 성적을 낼 수 있다는 해주신 말을 듣고 마음을 바꿨다. 그래서 이번 대회에서 처음 18개 홀에서 어떻게 치면 될지 전략을 세우고 그린 경사까지 철저하게 확인했다"고 말했다.

결과는 우승으로 이어졌다. 장희민은 까다로운 페럼 클럽에서 나흘간 단 하루도 오버파를 적어내지 않는 무결점 플레이를 펼치며 챔피언에 등극했다. 그는 "우승에 8할은 매일 저녁 다음날 코스를 어떻게 공략할지 전략을 세운 것"이라며 "실수가 나왔을 때 당황하지 않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던 게 18개 홀을 이미지 트레이닝한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전략을 세우고 준비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을 이번 우승을 통해 깨달았다"고 웃으며 말했다.

17번홀에서 타수를 크게 잃을 수 있는 상황에서도 파를 잡아낼 수 있었던 이유로 최악의 상황을 대비한 것을 꼽았다. 장희민은 "티샷이 오른쪽으로 밀리면 두 번째와 세 번째 샷을 어떻게 칠지 준비했던 만큼 자신 있게 플레이했다"며 "17번홀 핀 위치를 보고 어떻게 쳐야 좋은 결과를 낼 수 있을지 고민한 것도 큰 도움이 됐다. 공략법을 미리 생각하지 않았다면 차분하게 경기하지 못해 더블 보기 이상의 성적을 기록했을 수도 있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코리안투어 데뷔전인 DB손해보험 프로미오픈에서 공동 17위을 차지한 데 이어 두 번째 대회에서 첫 우승의 감격을 맛본 장희민은 유력한 신인왕 후보로 떠올랐다. 그는 "1승을 올해 목표로 잡았는데 두 번째 대회 만에 이루게 됐다. 아직 새로운 목표를 세우지 못했지만 꾸준히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되고 싶은 욕심은 있다"며 "남은 시즌에도 이번 대회처럼 전략을 잘 세우고 준비를 잘해보겠다"고 강조했다.

코리안투어 2년 출전권을 받은 장희민은 올해 가을 미국프로골프(PGA) 콘페리투어 퀄리피앙 토너먼트에 도전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그는 "성재 형처럼 PGA 투어에서 활약하는 날이 오면 좋겠다"며 "이번 우승으로 코리안투어에서 2년 활약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만큼 미국 진출을 노려보려고 한다. 이번 우승에 만족하지 않고 계속해서 성장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임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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