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법이 아니라, 하나의 폭력 행위"..정순규 산재사망 항소심에 노동사목위 성명

김종목 기자 2022. 5. 17. 09:51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천주교 부산교구·인천교구·서울대교구 노동사목위원회가 ‘경동건설 하청 노동자 고 정순규님의 항소심 재판, 정의로운 판결을 촉구합니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17일 발표했다.

정씨는 2019년 10월 30일 부산 남구 문현동 경동건설 리인아파트 신축 공사 현장 비계에서 추락한 뒤 병원으로 옮겨져 이튿날 사망했다. 아들 석채씨 등 유족은 가설물 ‘비계’가 허술했다고 말해왔다. KBS <시사직격>은 2019년 12월13일 방영한 ‘무엇이 이들을 죽게 하나’(2부작)에서 “한국비계기술원에 자문을 구한 결과 당시 사고 현장 비계는 안쪽 안전난간대, 안전망 미설치 등 여러 규정을 어긴 것으로 드러났다”고 보도했다. 석채씨는 아버지 사망 이후 생업을 포기하고 3년째 고용노동부의 제대로 된 진상 조사와 경동건설의 진심 어린 사과, 재판부의 엄중한 처벌을 요구하고 있다.

하청 노동자 고 정순규씨 아들 석채씨가 지난 11일 항소심이 열리는 부산지방법원 앞에 아버지의 추락 사망 사고 책임자 처벌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진행하고 있다. 정석채씨 제공

3개 교구 노동사목위원회는 성명에서 “경동건설은 사고 현장을 조작·은폐했고, 하청업체 현장관리자는 임의로 피해자 이름으로 대신 서명하여 ‘관리감독자 지정서’를 위조하려는 정황까지 있었다”며 “그러나 2021년 6월 16일 1심 재판부는 부실하게 조사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의 결과와 목격자도 아닌 하청업체 관계자의 진술을 토대로 낮은 형량을 선고했고, 그마저도 집행을 유예했다”고 했다.

이들은 ‘교황 문헌’ 중 ‘노동하는 인간’ 19항과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의 ‘간추린 사회 교리’ 338항을 들어 이같이 말했다. “노동자들은 신체와 정신적인 건강에 손상을 끼치지 않는 노동환경과 작업 과정을 요구할 권리를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조건을 마련하고 노동자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것은 다름 아닌 사업주의 의무입니다. 기업의 목적이 아무리 이윤추구에 있다 하더라도 노동자의 생명과 그 가족의 행복보다 우선할 수 없습니다.”

이들은 “이성과 양심에 어긋나는 법과 그 집행은 정의로울 수 없으며, 그것은 ‘더 이상 법이 아니라, 하나의 폭력 행위’(간추린 사회 교리 398항)”라며 “엄격하고 정확한 법의 잣대로 고인의 죽음의 원인이 무엇인지 진실을 밝히는 정의로운 판결을 해주길 촉구한다”고 했다.

이들은 아들 석채씨의 고통을 거론하며 “많은 이가 한 목소리로 원청업체인 경동건설의 책임을 묻고 엄중한 처벌을 촉구하는 것은 엄중 처벌만이 기업이 일터 안전에 책임을 갖고 재발 방지 대책을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제2의 故 정순규님과 그의 가족이 칠흑과 같은 슬픔과 고통에 빠지는 것을 막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김종목 기자 jomo@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