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롯데케미칼, 이익률 가른 경영전략은

안준형 2022. 5. 17.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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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고부가가치제품으로 수익 방어
첨단소재 비중 낮은 롯데케미칼, 이익률 낮아

'8.8% vs 1.5%' 국내 화학업계의 맞수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이다. 원재료 인상, 중국 봉쇄 등 척박한 영업환경 속에서 두 회사의 이익률이 벌어진 이유는 뭘까. 두 회사의 설명을 정리해보면 △사업 다각화 △고부가 제품 등에서 차이가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악재 공평했지만 결과 달랐다

지난 1분기 두 회사의 실적은 '내실 없는 성장'으로 요약된다.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지난 1분기 연결 기준 매출은 전년동기대비 각각 20.4%, 34% 증가했다. LG화학은 분기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반면 이 기간 LG화학과 롯데케미칼의 영업이익은 각각 27.3%, 86.8% 감소했다. 

이익이 감소한 가장 큰 원인은 원재료 가격 상승 부담이다. 화학업계 생산구조를 보면 원유를 증류해 나프타(납사)를 만들고, 납사를 분해해 에틸렌을 생산한다. 에틸렌은 합성수지, 합성원료, 합성고무 등의 원료다. '산업의 쌀'로 불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국제 원유 가격이 급등하면서 화학업계의 원가 부담이 커진 것이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인한 중국의 봉쇄조치도 악재였다. 중국은 국내 화학업계의 주요 시장 중 하나다. 일례로 지난해 롯데케미칼의 지역별 매출 비중을 보면 국내 34%, 아시아태평양 25%, 중국 18% 등이었다. 중국이 문을 걸어 잠그자 국내 화학업계의 수익성이 떨어진 셈이다.

하지만 위기 속에서도 실력 차이는 나타났다. 매출대비 영업이익 비중을 보여주는 영업이익률을 보면 LG화학은 8%가 넘었지만, 롯데케미칼은 1%대에 머물렀다. 

LG화학의 배터리 자회사인 LG에너지솔루션 효과도 아니다. 지난 1분기 LG에너지솔루션을 제외한 LG화학의 영업이익률은 10.4%였다. LG에너지솔루션을 떼고나니 오히려 더 이익률이 높아진 것이다. 

포트폴리오 차이가 이익률 차이로

LG화학이 위기 속에서도 수익률 방어에 성공한 것은 태양광 패널용 필름 POE(Poly Olefin Elastomer), 기저귀용 고흡수성수지 SAP(Super Absorbent Polymer) 등 고부가 가치 제품 덕분이다. 

POE는 LG화학이 독자 개발한 '촉매 기술(메탈로센)'로 만든 합성수지로, 고무와 플라스틱의 성질을 모두 가진 게 특징이다. LG화학은 연산 28만톤 규모의 대산 POE 공장을 2024년까지 38만톤으로 증설하고 있다. 이는 생산능력 기준 세계 2위 규모다. SAP는 자기 무게의 200배의 물을 흡수하는 고흡수성수지로 기저귀 등 위생용품에 사용된다.

지난 1분기 이 제품군의 실적이 반영된 석유화학부문 매출은 5조9635억원, 영업이익 6346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이 10%를 넘은 것이다. LG화학 관계자는 "POE, SAP 등 고부가가 제품 경쟁력으로 수익성을 방어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롯데케미칼의 첨단소재 사업부의 지난 1분기 영업이익률은 4.1%였다. 기초소재 부문 매출과 영업이익은 각각 3조4747억원과 1737억원을 기록, 영업이익률이 0.5% 수준에 머물렀다. 특히 기초소재부문 매출의 77%를 차지하는 올레핀은 지난 1분기 385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올레핀은 석유화학제품의 기반 원료로, 에틸렌 등이 포함되는 사업군이다. 롯데케미칼은 말레이시아와 우즈베키스탄 등에 에틸렌 공장을 운영하며 연간 450만톤을 생산하고 있다. 국내 화학업체 중 롯데케미칼이 가장 많은 에틸렌을 생산하고 있는데 이 분야에서 적자가 난 것이다. 에틸렌의 원료가 되는 원유 가격이 고공행진 중이어서다.

업계 관계자는 "화학업계는 '납사→에틸렌→합성수지' 등으로 사업 구조가 내려갈수록 수익성이 높아진다"며 "에틸렌 등 기초소재는 대량으로 구매하는 경우가 많지만, 플라스틱에 혼합물을 넣는 컴파운드 제품은 가전과 전장 등 특수 용도로 소량 생산돼 이익률이 압도적으로 높다"고 설명했다. LG화학이 롯데케미칼에 비해 수익률이 높을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한 바구니에 달걀 담은' 롯데케미칼

LG화학이 위기속에서도 이익률을 지킬 수 있었던 또 다른 비결은 사업 다각화다. 지난 1분기 LG화학의 사업부문별 영업이익률을 보면 첨단소재 9.8%, 생명과학 14.8%, 배터리(LG에너지솔루션) 6% 등이다. 석유화학부문에도 수익성이 밀리지 않는 사업군이 포진해 있는 것이다.

첨단소재 부문의 지난 1분기 매출 1조568억원 중 43%가 전지재료에서 나왔다. 전지재료는 전기차 배터리에 쓰이는 양극재 등이 포함되는 사업군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동반성장하고 있다. 생명과학 부문은 지난 1분기 매출 2170억원, 영업이익 320억원을 기록한 알짜 사업부다. 당뇨치료제, 성장호르몬 등의 성장이 실적 개선을 이끌었다. 

반면 롯데케미칼의 사업구조는 화학에 치중됐다. 작년 롯데케미칼 매출을 보면 기초소재사업부와 첨단소재사업부의 비중이 7대 3 수준이다. 수익성이 낮은 기초소재사업부의 매출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은 것이다.

안준형 (why@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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