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한동훈·정호영 임명 "출근 후 검토"..윤재순 거취엔 "다른 질문 없으시죠"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성추행 미화 시’와 성비위 의혹으로 논란 중인 윤재순 대통령실 총무비서관 거취 관련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한동훈 법무부 장관·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임명에 대해서는 “검토해 보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윤 대통령은 17일 오전 9시쯤 용산 대통령 청사 출근길에 기자들과 만나 한 후보자 임명이 이뤄지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고 “어제 뭐(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안왔다”며 “출근해서 검토해 보겠다”고 답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한 후보자에 대한 청문보고서를 16일까지 재송부해달라고 지난 13일 국회에 요청했지만, 한 후보자 청문보고서는 기한까지 재송부되지 않았다. 윤 대통령이 이날 중으로 한 후보자 임명을 강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윤 대통령은 정호영 후보자 임명 문제를 결정했느냐는 질문에는 “아직 임명 안 한 장관 후보자가 몇명 있다”며 “검토해보겠다”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3일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과 박보균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임명하면서도 정 후보자 임명은 보류했다. 이를 두고 사실상 자진사퇴를 종용한 것 아니냐는 해석이 이어졌다.
윤 대통령은 윤재순 총무비서관 거취에 대해서는 답을 피했다. 윤 대통령은 ‘당(국민의힘)에서도 윤 비서관에 대한 우려가 나오는데, 어떻게 판단하시느냐’는 질문에 “다른 질문 없죠?”라고 물은 뒤 “좋은 하루 보내시라”고 인사하며 자리를 떠났다. 윤 비서관은 검찰 재직 시절 2차례(1996년·2012년) 성비위에 연루돼 각각 인사조치 및 감찰본부장 경고 처분을 받았다. 2002년 출간한 시집에 실린 시에서 대중교통 성추행을 ‘사내아이들의 자유’로 표현해 부적절하다는 지적도 받았다. 대통령실 내부에서는 윤 비서관의 경우 앞서 ‘망언’ 논란으로 자진사퇴한 김성회 전 종교다문화 비서관과는 결이 다르다는 인식이 다수인 것으로 관측된다. 사안 자체가 오래 전 일이고, 알려진 것만큼 심각한 내용은 아니라는 것이다. 윤 대통령도 이와 크게 생각이 다르지 않은 것으로 알려진다. 윤 비서관에 대한 비판 여론은 국민의힘 내부에서도 제기되고 있다. 국민의힘 여성 의원들은 전날 윤 비서관 경질 의견을 당 지도부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심진용·유설희 기자 s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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