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백] 상식
이어달리기 하듯 산천에 봄 꽃의 향연이 계속되고 있다. 이 맘 때 기억나는 영화가 있다. 영화 제목에 '꽃'과 '봄'이 나온다. 한국영화 '꽃피는 봄이 오면'이다.
영화는 2004년 제작 됐다. 같은 해 개봉, 그 해 청룡영화상을 수상했다. 주연은 믿고 보는 배우 최민식. 요즘 보면 최민식의 40대 초반 모습이 낯설기도 하고, 세월의 흐름도 느껴진다. 강원도 한 탄광마을 중학교의 관악부 임시교사로 부임한 최민식이 학생들과 소통 속에 서로 성장하는 이야기가 얼개이다. 쇠락한 탄광촌 배경으로 소재가 무용이 아닌 음악으로 바뀌었을 뿐 영국영화 '빌리 엘리어트'와도 닮았다.
개인적으로는 비오는 날 막장에서 갱도열차를 타고 나오는 검은 낯빛의 아버지들 앞에서 관악부 학생들이 엘가의 위풍당당 행진곡을 연주하는 장면을 첫 손에 꼽는다. 20여 년 시차 탓일까? 식당에서 자연스럽게 흡연 하고 술이 덜 깬 것으로 짐작되는데 운전을 한다던가 등 요즘의 상식에 반하는 장면도 있다.
현재의 잣대로 과거를 비춰보면 납득 안 될 것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오늘날 대부분 나라에서 여성참정권 허용은 상식이다. 하지만 미국 여성들이 남성들과 동등한 헌법적 권리를 갖고 선거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된 것은 불과 100여 년전이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군의 난공불락 암호 에니그마를 해독해 연합군 승리의 결정적 계기를 마련한 영국의 수학자 앨런 튜링. 사학자들은 그의 공적에 힘 입어 전쟁이 2년이나 앞당겨 끝났고 1400만 명이 목숨을 건졌다고 평가한다. 하지만 앨런 튜링은 1952년 동성애자라는 이유로 체포돼 정부의 강제적인 호르몬 요법을 받은 후 41살에 자살했다. 그의 생애를 다룬 영화 '이미테이션 게임'에 따르면 1885년에서 1967년 사이 4만 9000명의 남성 동성애자가 영국의 동성애 금지법으로 유죄 판결을 받았다. 오늘날 전혀 상식적이지 않은 일이다.
윤석열 정부의 국정 운영 원칙 가운데 하나가 '공정과 상식'이다. 상식은 때로 공정과 부합하지 않는다. 어쩌면 역사는 반상식의 숱한 과제들이 상식으로 보편화된 과정이다. 새 정부와 거대 야당을 포함한 정치권은 기존 상식의 수호자가 될 것인가, 아니면 상식의 지평을 넓히는 확장자가 될 것인가? 차별금지법 제정이 첫 시금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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