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구는 또 변했다" 이규섭 코치가 미국으로 향한 이유는?

정지욱 2022. 5. 17.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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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프볼=정지욱 기자]이규섭 전 서울 삼성 코치(45)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었다.

 

이규섭 코치는 16일 미국 캘리포니아 주 얼바인으로 향했다. 지난달 초 정규리그 종료 후 구단으로부터 계약 종료 방침을 통보받은 그는 재충전의 시간을 가졌다.

 

2013년 현역 은퇴를 결정한 이후 처음으로 백수가 됐다. 그동안 만나지 못했던 지인들을 만나 향후 진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다. 주변에서 농구대표팀 코치직 지원을 권하기도 했지만, 정중하게 거절했다. 더 나은 지도자가 되기 위해서 새로운 것을 채우고 싶었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미국행이다. 이규섭 코치는 2013년 지도자로서 시작이 NBA 하부리그인 G리그다. 2013-2014시즌 산타크루즈 워리어스(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 산하 팀) 어시스턴트 코치를 거쳐 2014년 삼성 코치로 부임했다. 국내에서 G리그에서 시즌 전체를 코치로서 소화한 이는 이규섭 코치와 김효범 삼성 코치 뿐이다. 서울 SK의 전희철 감독은 2011년 슈폴스 스카이포스 팀 어시스턴트 코치를 한 경험이 있지만, 시즌의 3분의1 가량만 소화했다. 단 한 시즌 뿐이었지만, 이규섭 코치에게는 소중한 추억이자 경험이다. ‘선진 농구의 맛을 알기에 다시 미국을 찾았다.

 

이규섭 코치는 누가 들으면 거창하게 생각할 수 있겠지만, 당시의 경험이 내 지도자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다. 미국 농구팀을 그냥 외부에서 본다면 한국이나 미국이나 농구는 다 똑같네라고 말할 것이다. 관전하는 것과 팀의 구성원으로 일하는 것은 엄청난 차이가 있다. 똑같아 보일지라도 미국은 작은 움직임 하나에도 그 목적이 분명하고 왜 그걸 해야 하는지 선수들에게 설명을 해준다. 수비 로테이션에서 나온 실수 하나로 코치들이 3, 4시간씩 미팅을 하면서 왜 이런 실수가 나왔는지에 대해 원인을 파악한다고 말했다. 은퇴 직후 6개월여 동안 꼬박꼬박 영어 회화 학원을 다니고 스터디그룹을 만들어 공부를 한 것도 현지 코치들과 생활 속에 섞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덕분에 생활 영어 정도는 아무 문제 없는 수준이다.

 

미국 문화를 이해하는 데에도 좋은 시간이었다. 그는 미국에서 선수들은 코치들과는 수평관계다. 그래서 납득이 안가는 부분이나 충돌이 일어나는 점이 있다면 마찰이 발생하기도 한다. 코치와 선수가 수직관계인 우리나라에서는 반항한다고 여긴다. 그러다보니 KBL에서 뛰는 외국선수들이 반항하고 인성이 덜 됐다는 말을 듣지 않나. 걔네 입장에서 코치들과의 다툼은 당연한 일이다. 감독과는 수직관계를 인정하지만, 코치는 동등한 관계라고 생각한다. 그 차이를 이해하는 부분에서도 큰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이번 미국 출국은 연수 코스를 소화하는 일정은 아니다. 어시스턴트 코치로 일하는 것도 아니다. 3개월여 동안 미국에 머물면서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몇몇 대학팀 캠프, 스포츠 매니지먼트에서 개최하는 농구캠프 등을 관전할 예정이다. 그는 내가 산타크루즈에서 코치를 한지 8년이 지났다. 삼성에서 코치를 하면서 NBA 섬머리그를 보거나 출장을 가기는 했지만, 그 사이 농구는 또 변했다. 팀의 구성원이 돼서 시즌을 치르는 것은 아니지만, 관전을 하고 캠프를 개최하는 코치들과 대화를 통해 어떤 흐름으로 바뀌고 있는지 파악은 할 수 있을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부분은 동기부여다. 요즘 코치들은 어떤 식으로 선수들의 동기부여를 하는지도 궁금했다고 설명했다.

 

길지 않은 일정이지만, 견문을 넓히기 위해 최대한 많은 캠프를 본다는 계획이다. 이규섭 코치는 “6월에 LA 클리퍼스 유소년 캠프가 있다고 하더라. 들어보니 캠프 참가비가 비싼데 오픈을 하자마자 신청이 꽉 찬다고 들었다. 뭔가 있으니까 그런 것 아니겠는가. 유소년들을 어떻게 가르치는지도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몇몇 지인들은 여기저기 일자리를 알아보지 않고 왜 미국까지 가서 농구를 보느냐고 한다. 나는 어느 구단에 잘 보여서 지도자로 써달라한다던지 그런걸 전혀 못 한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다시 기회가 오고 말고는 나중 문제다. 삼성에서 8년간 부족함을 많이 느꼈다. 쉬고 있는 지금, 더 보고 배우는 시간을 가지면서 다시 나를 채우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잘 보고 돌아오겠다며 웃었다.

 

#사진=문복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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