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바퀴로 떠나는 세상 구경
꼬박 일 년을 기다려온 벚꽃 시즌이 돌아왔다. 팝콘이 팡팡 터지는 벚꽃 극장, 하동 십리벚꽃길을 향해 달려갔다.
장비들을 꾸려 집 밖으로 나오자 반짝이는 햇살이 온몸을 타고 흐른다. 자전거 앞뒤로 장착할 장비 가방과 자전거까지 짊어 지느라 내려앉을 것 같던 어깨가 날개 달린 듯 가벼워지는 기분이다.
‘나 꽃 보러 간다!’
자전거 캠핑의 횟수가 늘어날수록 장비를 꾸리는 실력도 늘어가는 것 같다. 콤팩트하고 야무지게 꾸린 배낭과 자전거를 싣고 기차는 굽이굽이 철길을 달려 구례구역에 도착한다. 브롬핑은 대부분 기차를 이용해 떠날 수 있는 곳을 찾는다. 기차는 버스보다 자전거와 짐을 싣기가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브롬핑을 준비하고 있는 이가 있다면 이 부분을 참고해 장소를 결정하는 것이 도움이 될 것 같다. 꽃소식이 바람을 타고 퍼졌는지 구례구역은 시골의 오일장처럼 차와 사람, 자전거들로 붐볐다. 꽃이 다 팔리는 것도 아닌데 혼잡한 역 분위기에 마음이 바빠진다. 자전거를 펼쳐 단단히 백을 고정하고 힘차게 페달을 밟아 두 바퀴 꽃 여행을 시작한다. 섬진강 자전거길에 완전히 들어서기 전에는 도로 옆 비좁은 갓길을 이용해 달려야 한다. 주변을 잘 살피고 이동해야 하며 안전장비(헬멧, 장갑, 후미등)를 항상 착용하는 것이 철칙이다. 시작부터 도로 양쪽으로 아담하고 풍성하게 꽃을 피운 벚꽃나무가 반겼지만 수많은 차량들을 피해 이동하느라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고 그냥 지나쳐버렸다.
흐드러진 꽃 때문이었을까, 기다리는 친구가 있어서 였을까. 설렘이 최고조에 오른다. 약간의 오르막을 만나도 굴리는 페달이 가볍기만 하다. 하늘은 밝고 맑으며, 벚꽃은 눈부시게 찬란하고, 코끝은 꽃향기로 아찔하다. 하나라도 놓칠까 봐 이리저리 고개를 바삐 돌리던 그때, 저 벚꽃 자락에서 친구가 반갑게 소리친다. 이런 환영은 오랜만에 받아본다. 도로 주변이라 조금 생뚱맞긴 했지만, 탄탄하고 푹신한 바닥에 그것도 흐드러진 벚꽃나무 아래 텐트를 칠 수 있도록 허락해 주신 동네 어르신께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리고 싶다. 친구들과 짧지만 여운이 긴 만남을 뒤로하고 각자의 일상으로 돌아갔다. 비로소 혼자, 흔들리는 벚꽃 아래 조용한 밤을 맞는다.
이른 새벽, 투욱 투욱 텐트를 두드리는 소리에 잠에서 깼다. 빼꼼 텐트 문을 열었더니 꽃잎이 잔뜩 쌓여있다. 바람에 날린 꽃잎이 텐트를 두드린 거다. 일찍부터 꽃 구경을 온 다른 이들을 생각해 서둘러 머문 자리를 철수한다. 언제나 그렇듯 아니온 듯, 흔적 없이. 자전거 캠핑을 할 때는 장비를 간소화하는 것은 물론, 자전거 앞과 뒤에 무게를 적절히 분산시켜 장비를 꾸려 장착해야 운행 중 안전하고 힘들지 않게 다닐 수 있다. 텐트의 경우 전실(이너텐트와 플라이 사이의 여분의 공간)이 넓고 출입이 양방향으로 가능한 양문형 텐트나 터널 형태의 텐트를 사용하면 자전거를 불안하지 않게 텐트 내부에 보관할 수 있고, 출입도 수월하다. 짐을 꾸리는 동안 바람은 나무를 흔들어 내게 벚꽃비를 내려준다. 세상에서 가장 황홀한 비가 아닐까 싶다. 정리를 마치고 아침의 상쾌한 빛을 받아 한껏 영롱한 벚꽃나무를 배경으로 추억을 여러 장 남긴 후 어제와 다르게 한산해진 벚꽃길을 마음껏 만끽하며 일상으로 돌아왔다. 무작정 혼자 하는 여행길에 누군가 기다리는 목적지가 있다는 것은 큰 위안이 된다. 달리는 내내 외롭지 않고 마음이 든든하다. 벚꽃을 찾아 떠나온 여행길이었지만 사람을 향한 여행이었는지도 모르겠다. 오늘도 자연은 내게 아름다운 풍경과 더불어 좋은 사람과의 만남까지 아낌없이 내어주고 말았다. 다음 여행에 나도 자연에게 무슨 선물을 주고 올 수 있을지 고민해봐야 겠다. 구례구역을 떠나오며 하얗고 풍성한, 향기로운 팝콘이 가득했던 벚꽃 영화는 여기서 막을 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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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연 / sej@outdoor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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