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시정연설서 '연금개혁' 의지 밝힌 尹..여야 협치도 시험대
'적정부담 적정급여' 체계 로드맵 구상..정호영 리스크는 '발목'
(세종=뉴스1) 이정현 기자 =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가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 필요성을 언급, 본격적인 개혁 논의에 불을 지폈다.
대선 후보시절부터 의욕을 비쳐온 만큼 개혁 논의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일선에서 이끌 주무장관인 보건복지부 장관 자리가 여태 공석인 점은 개혁 논의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尹 "지금 직면한 나라 안팎 위기·도전…개혁 완성하지 않고 극복 어려워"
윤 대통령은 전날(16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지금 우리가 직면한 나라 안팎의 위기와 도전은 우리가 미루어 놓은 개혁을 완성하지 않고서는 극복하기 어렵다"며 "지속 가능한 복지제도를 구현하고 빈틈없는 사회안전망을 제공하려면 연금 개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며 "지금 대한민국에는,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영국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 야당의 협치를 당부했다.
윤 대통령이 취임 후 가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에 운을 띄우면서 관련 논의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대선 후보시절 취임 즉시 사회적 합의를 통한 '연금개혁' 논의를 시작하겠다던 윤 대통령은 대통령직속의 사회적 논의기구인 연금개혁위원회를 설치, 전문가와 이해관계자들의 논의를 거쳐 사회적 합의 하에 연금개혁을 적극 추진하겠다고 공약한 바 있다. 대략적인 로드맵도 마련한 상태다.
◇국민연금 '적정부담 적정급여' 체계 구축…기초연금은 40만원으로 인상
새 정부의 국민연금 개혁은 적정부담과 적정급여 체계를 구축하는데 방향성을 맞췄다. 지속가능한 연금 운용을 위해서는 현행 '조금 내고, 많이 받는 식'의 보장체계 손질은 불가피하다는 게 연금 개혁론자들의 공통된 시각이다. 정부 인식 또한 이와 같다.
이런 기류 속 가장 큰 관심은 국민연금 보험료율이 얼마나 인상되느냐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9%로 1998년 이후 24년째 동결 상태다. 소득대체율은 40%다.
소득대체율 40% 유지를 전제로 했을 때 적정 보험료율은 12%대라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정부 역시 보험료율 인상에 무게를 둔 연금개혁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문제는 인상 폭인데 국회예산정책처는 2019~2060년 국민연금 재정을 시나리오별로 분석한 결과 보험료율을 1%포인트(p) 높이면 적립금 소진 시기가 2~4년 더 늦춰질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이 같은 분석결과에 비쳐 현 정부가 10%대로 보험료율을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하지만 준조세 성격인 보험료율 인상 문제는 개개 국민들의 실생활에 직접 영향을 미치는 탓에 역대 정부에서조차 선뜻 밀어붙이기 어려운 문제였다.
이를 위해 새 정부는 당초 대통령직속기구로 만들려 했던 '공적연금 개혁위원회(가칭)'를 국회에 설치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위원회 주된 기능인 연금개혁과 관련한 사회적 합의 도출 및 향후 국민연금법 개정 등 입법과정을 고려할 때 국회에 기구를 두는 게 보다 효율적이라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국회와의 협의를 추진해 나간다는 구상이다.
윤 정부는 내년 3월께 국민연금 재정추계를 발표하고 그해 10월에는 종합운영계획을 국회에 제출, 계획을 토대로 제도 내실화를 지속적으로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국민연금 외에도 기초연금은 현행 만65세 이상 소득 하위 70%인 고령자가 받고 있는 기초연금을 30만원에서 40만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연금개혁 일선에서 이끌 보건복지부 장관 여태 공석…임명 강행해도 '부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임명 문제는 갈 길 바쁜 연금개혁에 발목을 잡는 모양새다.
17일 정치권 등에 따르면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 재송부 요청 기한(9일)이 일주일이나 흘렀지만, 윤 대통령은 임명 여부를 결정하지 않고 있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대통령은 장관 후보자 인사청문요청안을 국회로 보내고 20일이 경과해도 인사청문경과보고서가 정부로 이송되지 않으면 10일 이내의 기한을 정해 국회에 재송부를 요청할 수 있다. 이 기한 내에도 보고서가 이송되지 않으면 대통령은 그 다음 날부터 즉각 장관을 임명할 수 있다.
개혁을 이끌 주무부처 수장의 부재가 길어지는 것도 문제지만, 각종 비위 의혹에 휩싸인 정 후보자에 대한 임명을 강행할 경우 야당과의 협치는 물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 낼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윤 대통령도 이를 포함, 여러 정치적 상황 등 때문에 고민이 길어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전문가는 "연금개혁은 정권 초기 가장 힘이 강력할 때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물론 그 과정에서 전문가 집단과의 논의, 국민 설득과정은 필수"라면서 "그렇기 때문에 굉장히 어려운 문제"라고 했다.
그는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대통령이 의지를 밝힌 것만으로도 굉장히 상징적인 것으로 의미가 있다"면서 "개혁에 걸림돌이 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는 빠르게 결단하고, 이제는 대통령의 말씀대로 바로 개혁 논의를 진행해 나가야 한다"라고 속도감 있는 개혁 추진을 주문했다.
euni121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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