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더는 못 미뤄" 연금·노동·교육개혁에 尹 정부와 여야 명운 걸어야

조선일보 2022. 5. 17. 0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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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코로나19 손실보상을 위한 추가경정예산(추경)안에 대해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이덕훈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취임 후 첫 국회 연설에서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새 정부 국정 과제로 제시하고 국회의 초당적 협력을 요청했다. 윤 대통령은 “(세 가지 개혁이)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전임 정권의 무책임한 포퓰리즘 국정을 끝내고 ‘도약적 성장’을 이루겠다는 윤석열 정부가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내세운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 세 가지야말로 가장 중대하고 시급하지만 역대 정권이 ‘폭탄 돌리기’ 하듯 미뤄온 최대의 국가 현안이기 때문이다.

세계에서 가장 경직적이라는 노동 시장은 국가 경쟁력의 발목을 잡고 있다. 정규직만 과보호하는 노동 제도, 기득권 노조에 일방적으로 유리한 노동 법규가 일자리 창출을 방해하고 경제 활력을 위축시키고 있다. 민노총으로 상징되는 귀족 노조는 폭력과 불법을 마음대로 휘두르는 기득권 적폐 세력이 돼 버렸다. 연구소에까지 강제 적용하는 경직적 주52시간제, 노조가 파업해도 대체 인력 투입이 불가능한 노동법을 놓아두고 어떻게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나.

낡은 교육 시스템은 21세기형 창의적 인재 양성을 가로막고 있다. 신기술 4차 산업혁명이 모든 것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세상에서 한국 교육은 이·문과 분리제, 6·3·3학제처럼 70년 된 시스템을 끌어안고 획일적 교육에 갇혀 있다. 반도체로 먹고사는 나라에서 대학 정원 규제 때문에 반도체 관련 학과 졸업생이 매년 수천 명씩 모자라는 부조리극 같은 일이 벌어진다. 이공계는 구인난, 인문계는 구직난을 겪는데 교수들의 기득권 반발 때문에 학과 구조조정은 철벽에 막혀 있다. 이런 교육으로 어떻게 미래를 열어나갈 수 있나.

연금 제도는 세대 착취를 조장하는 구조로 설계되어 있다. 지금처럼 적게 내고 많이 받는 시스템이 계속되면 2055년 기금 적립금이 바닥나고 현재 32세인 1990년생 부터는 국민 세금으로 연금을 줘야 된다. 그것이 가능할지, 가능하다고 해도 어떤 사회적 연쇄 사태를 부를지 알 수 없다. 기성 세대가 누릴 것을 다 누린 뒤 미래 세대의 ‘노후 사다리’를 걷어차는 것이다. 청년들의 일자리 기회를 박탈하는 노동 제도, 미래 세대의 인재 경쟁력을 훼손하는 교육 시스템도 마찬가지다. 연금·노동·교육의 ‘사다리 걷어차기’ 구조를 수술하지 않으면 청년들의 미래는 없다.

이 3대 개혁은 국가적으로 가장 시급하지만 기득권 집단의 반발을 불러일으킬 ‘인기 없는’ 과제다. 그래도 역대 정권은 조금씩이라도 노력하면서 개혁의 시늉은 냈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는 그야말로 아무것도 안 하고 5년을 보냈다. 노동개혁은 커녕 박근혜 정부가 어렵게 이뤄낸 약간의 조치마저 백지화시킨 채 일방적인 노조 편향 정책으로 노동 개악만 해왔다. 연금 문제도 역대 정권이 보험료를 올리거나 지급 시기를 늦추며 손질을 해왔지만 문 전 대통령은 전문가들이 만든 연금 개편안이 인기 없다고 반려하고 오히려 복지부 공무원들을 탄압했다. 이렇게 무책임하고, 인기영합적이고, 필연적으로 다가올 문제에 나 몰라라 한 정권은 없었다.

윤 대통령 말대로 3대 과제는 ‘더 미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결코 쉽진 않을 것이다. 부문별로 이해관계가 복잡한 데다 거대 노조와 교육 기득권 세력, 연금 수급 예정자 등의 반발이 거셀 것이 분명하다. 우리 사회가 익히 보아 온 폭력 집단 시위가 벌어질 가능성도 높다. 관건은 국회를 장악한 민주당의 태도다. 민주당이 이익 집단의 저항을 정치적으로 이용하려고 하면 어떤 개혁도 할 수 없다. 그러지 않고 민주당이 이 심각한 국가적 개혁에 동참하면 나라에 새로운 길이 열린다. 윤 정부는 정부의 명운을 건다는 각오로 개혁에 임하고, 민주당도 이 문제만큼은 정파와 진영을 떠나 국가 미래를 위해 협조한다는 자세를 가졌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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