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정아의 아트 스토리] [428] 재능보다 야망이 컸던 반디넬리
피렌체를 방문하면 누구나 시뇨리아 광장 베키오궁 앞에 당당히 서 있는 미켈란젤로의 다윗상을 우러러본다. 반면 그와 짝을 이뤄 바로 옆에 선 바초 반디넬리(Baccio Bandinelli·1493~1560)의 ‘헤라클레스와 카쿠스’에 눈길을 주는 이는 별로 없다.
조각가이자 화가 반디넬리 인생에 큰 불운이 있었다면 하필 신이 내린 천재 미켈란젤로와 같은 시대, 같은 지역에 살았다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가 유난히 야망이 크되 지혜는 모자라는 인물이었다는 점이다. 메디치 가문의 신임을 얻은 반디넬리는 특유의 수완을 발휘해 거대 조각품 주문을 독점하다시피 받아냈으나 정작 그 모두를 만들어 낼 능력이 없었던 탓에 미완에 그친 게 많았고, 완성작마저 탁월한 정도는 아니었다. 사악한 괴수 카쿠스를 제압한 영웅 헤라클레스를 재현한 이 조각도 ‘멜론 자루’라는 비웃음을 살 정도로 온몸의 근육이 울퉁불퉁하고 과하게 찡그린 표정에 반해 자세는 뻣뻣해서, 절제 있고도 우아한 다윗과 비교하면 더욱 어색해 뵌다.
원래 이 조각은 현명한 다윗과 강인한 헤라클레스를 한 쌍으로 두고자 메디치 가문에서 미켈란젤로에게 맡겼던 것인데, 미켈란젤로가 교황의 부름을 받아 로마로 떠나는 바람에 반디넬리 손에 넘어갔다. 이를 위해 준비한 거대한 대리석 덩어리가 이동 중에 강물에 빠졌는데 당시 미술가들은 오죽하면 돌덩이도 반디넬리 조각이 되느니 물에 빠졌겠느냐며 웃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욕심이 눈을 가려 자기 그릇을 판단하지 못하면 남들의 조롱을 받기 마련이나, 반디넬리에 대한 후배와 제자들의 회고가 유난히 비난 일색인 걸 보면 인색하고 교만하기까지 했음이 틀림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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