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언·조롱에 독후감까지..청주방송 직장내 괴롭힘 논란

윤유경 기자 2022. 5. 17.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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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PD, 폭언, 조롱 일삼고 독후감 작성 등 업무와 관련 없는 일 시켜"
가해자 솜방망이 징계…피해자 "조직으로부터 배제되고 투명인간처럼 지내"

[미디어오늘 윤유경 기자]

CJB청주방송이 자사 '프리랜서' 라디오작가에게 폭언을 하고 독후감을 쓰게 하는 등 괴롭힘을 가한 정규직 팀장의 보직은 유지하는 한편, 분리 조치를 하지 않고 피해 작가에게 재택근무를 명했다. 고 이재학 PD 괴롭힘과 부당해고 사건이 일어났던 CJB청주방송에서 여전히 프리랜서 비정규직 작가에 대한 부당지시와 괴롭힘을 방조하고 있다는 비판이 불가피하다.

지난 13일 청주방송 라디오작가 A씨는 '길원득의 음악앨범' 작가를 담당하게 된 지난해 5월부터 해당 프로그램 PD인 라디오 총괄팀장 B씨에게 지속적으로 직장 내 괴롭힘을 당했다며 B씨와 청주방송을 상대로 지방노동위원회에 진정서를 냈다. A씨는 2020년 3월2일 청주방송과 방송작가 집필계약을 체결하고 입사해 '최지현의 음악산책', '김세희의 세이세이세이' 방송작가로 근무했으며, 2021년 5월3일부터 '길원득의 음악앨범' 방송작가로 근무했다.

A 작가가 제출한 진정서에 따르면, B팀장은 A씨가 작성한 원고를 검사하고 수정지시를 하는 과정에서 '거의 매일' 무시, 폭언, 비하, 모욕 등에 해당하는 발언을 수시로 해왔다.

B팀장은 A씨에게 '(A씨의 아이템) 쓰레기라고 봐', '문장이 개판이야. (…) 우리(청주방송)의 수준을 그냥 유치원, 초등학교 (…) 이거보고 웃겼어'라며 업무능력을 무시하는 발언을 했다. 또 '너가 쓴 오프닝은 20대 후반 여자 DJ가 심야방송 하는 느낌이야'라고 말하는가 하면 '나나 되니까 너 받아주고 하는 거지, MBC나 KBS나 다른 PD들이었으면 욕바가지로 얻어먹을 수 있다'라고도 했다.

지난해 6월경에는 A씨에게 '힘들어서 큰일 났다. 왜 너도 힘들어?'라고 묻더니 A씨가 '네. 조금 힘드네요'라고 대답하니 '까불고 있어 까불지마. 너 그러다 진짜 죽어' 등의 폭언을 했다. 지난해 10월 경에는 '회사에서 월급을 주는 것에 비해 그 값을 못한다고 생각하지는 않냐'고 모욕을 주기도 했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A씨는 “이러한 발언들은 다른 작가, 기술감독 등 동료 근로자들이 드나들고 볼 수 있는 사무실에서 이루어져 강한 수치심과 모욕감을 느꼈다”고 밝혔다.

▲ CJB 청주방송 간판. 사진=미디어오늘

이밖에도 B팀장은 A씨에게 독후감 작성, 신문상식 정리와 같은 업무와 관련 없는 일을 지시했다. A씨에게 '나중에 그 노트 검사할거야', '죽어도 해야 돼'라며 과제를 강요하기도 했다. A씨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지난해 6월 청주방송 C전무를 찾아가 고충을 토로했고, 업무공간이 분리돼 일시적으로 괴롭힘은 중단됐다. 하지만 같은해 9월 특별방송 준비로 다시 함께 일하게 됐고, 괴롭힘은 다시 시작됐다.

B씨는 A씨에게 특별방송 일정에 대해 제대로 알려주지 않았으며, 작성한 원고의 대부분을 방송에 사용하지 않고 배제했다. A씨는 “(B씨에게) 원고 작성 여부에 대해 물으니 '그 내용을 소화하기가 힘들 것 같다'며 원고를 작성하지 말라고 한 후 갑자기 특별 방송 직전일 오후 4시30분 경 원고작성을 지시했다. 결과적으로 내가 급하게 작성해 온 원고가 아닌 DJ가 작성한 원고를 사용한 후 '특별방송 원고는 (A씨의) 역량을 확인하기 위해 쓰게 한 것'이라고 했다”고 밝혔다.

지속적인 괴롭힘을 견디다 못해 A씨는 지난해 11월경부터 정신과 진료를 받았으며, 11월30일 청주방송 고충처리위원회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를 했다. 12월30일 진상조사위원회가 구성됐고, 조사위원회는 2월 '인격모욕성 발언, 부당 업무지시는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내렸다. 3월25일 가해자에 대한 최종 인사위원회에서 B팀장에 '감봉 2개월' 징계를 내렸지만, 가해자의 업무변경을 통한 분리조치는 하지 않은채 B팀장은 지속적으로 종전과 동일하게 라디오 총괄팀장, PD 직책을 수행하도록 했다.

한편, 청주방송은 고충처리위원회 조사 기간인 지난해 11월29일부터 올해 1월10일까지는 A씨에게 유급휴가를 부여했으나, 그 후부터 3월25일 최종 인사위원회에서 결과 통지를 받기 전 조사기간에는 유급휴가를 부여하지 않았다. 당시 A씨가 B팀장과 도저히 마주할 수 없어 재택근무 방식으로 업무를 수행하게 해달라고 하자, 회사는 A씨에게 라디오가 아닌 타 부서의 업무를 맡기려 하기도 했다는 설명이다.

▲ 회사측(왼쪽)과 A작가(오른쪽)의 1월 카톡 내용.

최종 인사위원회 결과 후 A씨가 C전무에게 업무분리에 대해 물었지만, C전무는 '가해자를 다른 업무로 전환하거나 내보낼 수는 없다, 재택근무를 해라. 모든 지시, 공지사항은 DJ를 통해 전달 받아라'라고 했다. 이후 A씨는 B팀장과 마주칠 것이 두려워 복귀하지 못하고 집에서 원고를 작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아울러 “원고를 작성하여 이 사건 프로그램 DJ에게 보내지만, 해당 원고는 방송에 전혀 사용되지 않고 배제되어 무의미함 속에 원고를 작성하고 있다”며 “방송사 업무와 조직으로부터 철저히 배제되고 투명인간처럼 지내게 되었다”고 밝혔다.

2020년 청주방송 이재학PD가 비정규직 차별 속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지만 청주방송의 현실은 달라지지 않고 있다. 앞서 고 이재학 PD 사망 진상조사위원회는 2020년 3~6월 이재학 PD의 사망 경위와 청주방송 노동환경 조사를 진행한 뒤, 청주방송에 공식사과와 책임자 조치, 비정규직 고용구조 개선, 비정규직 노동조건 개선, 조직문화와 시스템 개선 등 세부 과제를 제시했지만, 핵심 과제 대부분은 이행되지 않고 문제는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A씨와 일했던 프리랜서 직원은 16일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조직 분위기가 상당히 경직되어 있었다”며 “A씨는 굉장히 어려워하고 힘들어했다. 왜 이재학 PD님이 그런 결단을 하셨는지 이제 알 것 같다며 울기도 했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A씨에 대한 업무 배제도 심했다. 프로그램 코너 변경, 출연 게스트 정보, 특집 프로그램 진행 등 작가로서 응당 알고 있어야 하는 기본적인 정보조차 전달받고 있지 않는 듯했다. 프로그램 자체 내에서 팀장, DJ 모두가 A씨를 철저하게 배제하고 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했다.

청주방송 C전무는 미디어오늘에 “고충처리위원회를 통해 직장내 괴롭힘이 인정돼서 해당자에 대해 감봉 2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며 “(A씨는) 프리랜서 작기이기 때문에 집이든 회사든 자유롭게 집필하라고 말했다. 강제로 재택근무를 시킨 적이 없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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