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궐 벽에 피었던 꽃..'모란도 2폭장지' 첫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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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왕실 구중궁궐, 경복궁 선원전 벽에 붙어있던 '모란도2폭장지'가 16일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국립춘천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 순회특별전 '안녕, 모란'을 통해 처음 보존처리된 유물이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이 유물이 1867년 전후에 제작됐으며, 경복궁 선원전 협실에 설치됐던 것으로 처음 추정해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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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전 계기 춘천서 보존처리·연구
1867년 경복궁 선원전 설치 추정
3D 영상 등으로 역사 속 모란 조명
조선 왕실 구중궁궐, 경복궁 선원전 벽에 붙어있던 ‘모란도2폭장지’가 16일 일반에 처음 공개됐다.
국립춘천박물관 개관 20주년 기념 순회특별전 ‘안녕, 모란’을 통해 처음 보존처리된 유물이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이번 전시를 계기로 국립중앙박물관 수장고에 있던 이 유물을 복원해 내고 설치돼 있던 장소와 제작 시기까지 추정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지난 해 국립고궁박물관 특별전 도록에서도 소개된 적이 있지만 일반 관람객 앞에 전시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란도2폭장지’는 두 폭의 장지 형태다. 장황(비단이나 두꺼운 종이를 발라서 책이나 화첩, 족자 등을 꾸며 만든 것) 포함 292.5㎝의 대형 작품이다. 조선시대 궁중의 가례와 흉례, 길례 등에 다양하게 사용된 병풍 형태와는 다르다. 이동가능한 병풍과 달리 건축물 전각 벽체에 직접 붙여 고정한 것이다. 나무틀 도배지 위에 붙인 형태로 틀에서 떼어낸 격자무늬의 흔적도 그대로 있어 벽면에 설치한 유물로 확인됐다.
궁궐 전각에서 떼어 낸 이후 수장고에 보관돼 있었는데 서화보존처리 전문가인 천주현 국립춘천박물관 학예연구실장 등 박물관 보존처리팀이 춘천에서 3개월여간 보존처리를 진행했다. 남아있는 꽃잎과 나뭇잎, 나뭇가지 등에 쓰인 각 안료 성분을 분석하고 남색 견직물의 장황 등 비단색과 무늬까지 복원해 냈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이 유물이 1867년 전후에 제작됐으며, 경복궁 선원전 협실에 설치됐던 것으로 처음 추정해 냈다. 남아있는 의궤 기록을 살펴 궁궐 건축물 증축·중건 역사 등을 밝힌 결과다. 유물 형태와 제작에 쓰인 견직물 등도 세밀하게 분석했다.
특히 선원전은 왕의 어진을 모시고 제를 지내는 공간이라는 점에서 당시 왕실이 모란을 통해 왕조의 변영을 기원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선원전은 숙종이 1695년 자신의 어진을 보관한 전각으로 영조·정조·순조·문종·헌종의 어진이 잇따라 봉안됐다. 1867년 고종이 경복궁에 선원전을 추가 영건했는데 ‘모란도2폭장지’가 이때 만들어진 것으로 연구진은 추정했다.
이나경 학예연구사는 “모란꽃 관련 유물은 병풍으로 전해지는 경우가 많은데 건물 전각에 통째로 붙인 그림은 흔치않다. 두 폭으로 장황한 예도 드문 사례”라며 “제작 시기와 설치 위치 등의 기록을 처음 확인했다는 점에서 의미있는 성과”라고 설명했다.
박물관은 이와 함께 1802년 왕과 왕비의 침전 모습을 대형 3D 영상으로 생생하게 재현해 내 눈길을 끈다. 순조의 혼례를 앞두고 창덕궁 대조전의 대대적 수리를 담당했던 이이순이 왕과 왕비의 침전을 어떻게 장식했는지 자세히 기록해 둔 덕이다. 외부에 알려져 있지 않던 화려한 궁궐 방 내부 모습이 ‘모란도 10폭 병풍’ 등 다양한 문화재와 함께 처음 영상으로 구현됐다. 동쪽 벽면을 모란도 병풍이 장식하고 있는 모습에서 모란꽃이 왕실과 늘 함께였음을 다시 보여준다.
국립춘천박물관은 이날 기자간담회와 개막식을 잇따라 열고 모란이 우리나라 역사와 함께 한 전시 기획 등을 설명했다. 이재수 춘천시장, 최선주 국립경주박물관장, 김동욱 강원지방병무청장 등이 개막식에 함께 했다.
김울림 국립춘천박물관 관장은 “꽃 중의 왕으로 불린 모란을 통해 혹독했던 팬데믹 기간 땀과 희생을 위로하고 5월에 다시 찾게 된 일상의 영속을 기원하고자 한다”며 “모란꽃잎 속에서 저마다의 안녕의 빌며 지친 시민들에게 위안이 되는 자리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여진 beatle@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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