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왔냐고?" 물음표를 느낌표로..청년들의 '이유 있는' 도전

이설화 2022. 5. 17. 00:1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나이는 어려도 경력 꽉찬 2030 후보들
"남의 선거운동 돕는다" 시선에 당찬 소개
대학·사회 초년생 경험 정책화 포부
유세차 대신 달려가서 명함 돌리기도
청소년 소통·어르신 '공경' 자신감

-강원 2030 청년 출마자들

청년 출마자들에게는 늘 ‘왜 출마하느냐’는 물음표가 붙는다. 기존의 선거공식과는 다르기 때문이다. 제8회 전국 동시지방선거 강원도 출마자는 총 498명 가운데 약 80%가 50대와 60대다. 이렇게 형성된 지방정치의 주류를 뚫고 28명의 2030세대가 출마했다. 전체 출마자의 5.6%다.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들이 사는 내 지역이 아름답게 발전했으면 해서”(조재규)라고 얘기한다. 그리고 “다름을 존중하는 정치문화를 만들고 싶다”(최재민)고도 하고 “모두가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제도를 만들고 싶다”(이다은)는 당찬 포부들을 내비치기도 했다. 이들이 그리는 정치, 이번 지선의 또다른 관심지대다.

■ “왜 출마했나요” 묻는다면

원주시의원 아선거구에 출마하는 장미진(34) 후보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에 정책적 토대를 입히고자” 출마했다. 그는 14년 전 원주 상지대학교에 진학하면서 ‘강원살이’를 처음 시작했다. 청년문화공동체 ‘더나은’을 설립해 학교 내 ‘위안부’ 기억계단을 만들었고, 지역내 기관을 다니는 ‘미디어강사’로 일을 하면서는 장애인 자립생활센터에 있는 장애인들과 이동권을 주제로 영화 촬영을 했다.

장애인 콜택시 기존 30대에서 50대로 확대, 방문형 돌봄노동자 교통비 지급 등 장미진의 공약은 이같은 현장경험에서 비롯됐다. 그는 “지역에서 여러사람들을 만나며 했던 일들이 일시적인 프로젝트로 끝나는 게 아니라 이들의 이야기가 반영되는 정책적 토대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동네에서 이런 일을 하는 게 꿈이자 소원이라고 했더니 그건 시의원이 하는 일이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14년 동안 지역 현장에 있던 그에게 출마는 큰 결심을 필요로 하는 일이 아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화천군의원 나선거구에 출마하는 조재규(33) 후보는 “비상식적인 것들을 바로잡고 싶다”고 했다. 조 후보는 서울, 미국에서 대학을 다니다 2년 전 고향에 돌아온 ‘귀향 청년’이다. ‘보증금 200만원, 월세 20만원짜리’ 서울 옥탑방에서 살다가 “발 디딜 틈이 없어” 고향 화천으로 ‘복귀’했다. “청년일자리가 전무하다시피한” 화천에서 족발장사를 하기도 했다. 코로나 시기로 배달수요가 폭증하던 때였다. 하루 열 네시간 일했지만, 수익은 최저임금에도 못미쳤다. 세월호 참사, 인종차별 문제 등 사회문제에 관심이 많던 그에게 ‘군의원’은 재밌게 일할 수 있는 ‘일자리’로 다가왔다.

조 후보는 ‘군정 감시’부터 충실하겠다고 했다. 당선이 되면 ‘아이 기르기 좋은 도시’를 구호로 내걸고 있는 화천의 장학관련 조례부터 손볼 예정이다. 조 후보는 “군의원에 출마하려고 화천의 정책을 이것저것 공부하다보니 대학생 장학제도가 눈에 띄었다. 그런데 한 사람에게 2억원이 넘는 장학금을 지급한 경우도 있더라”며 “화천군은 재정자립도가 낮다. 서울이라면 가능하겠냐”고 되물었다. 지역에서 만나는 어르신들은 그에게 “첫술에 배부를 수 없다”며 당선가능성에 고개를 갸웃하지만, 그에게 장학제도와 같은 몇몇 정책은 “당장 바꿔야 할” 대상이다.

■ “제가 후보입니다” 출마 자체가 ‘용기’

2030청년에겐 출마 자체가 ‘용기’다. 거리에 나서면 “후보자의 딸이냐”, “출마자인 아버지는 어디있느냐”는 질문부터 시작된다. “젊은이가 이동네를 알긴 아느냐”, “젊은 사람이 해서 달라질 것 같으냐”는 냉소도 종종 있다.

원주시의원 나선거구에 출마한 권아름(34) 후보는 친근감과 밝은 에너지를 앞세우고 있다. 선거운동복 등판엔 ‘본인’이라는 문구도 크게 새겼다. 그는 “남의 선거운동을 열심히 해주시네, 라는 말을 들으면 일단 등부터 탁 돌린다. 그리고선 “여기 본인 써있죠? 제가 권아름입니다”하고 너스레를 떤다. 그는 “사람들과 대화하는 걸 좋아해서 명함을 한 번 드리면 최소 2~3분은 얘기한다. 그렇게 수다를 떨다보면 마지막에 응원이 돌아온다. 동네에 있을법한 일반 시민이라는 느낌을 갖는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이번 선거에서 유세차를 따로 마련하지 않을 계획이다. 대신 ‘달리기 선거운동’을 한다. 권 후보는 “동네가 좁아서 뛰면 된다. 사람들이 제 명함을 잘 받아주는 이유인 것 같다. 뛰어가면 그 노력이 가상해서 안받을 수가 없다”고 했다.

‘중견 후보’가 받을 법한 응원을 받는 후보도 있다. 원주도의원 4선거구에 도전하는 최재민(38) 후보는 이번이 다섯 번째 도전이다. 2010년 만25세 때 국회의원 보궐선거에 처음 도전했다. 이후 2016년, 2018년, 2020년 당시 총선 경선, 비례대표 후보 등에 이름을 올렸다. 그는 이름이 적힌 피켓을 목에 걸고 거리에 나가면 “이번에는 돼야지”, “지방의원부터 하는 거야”, “이번에는 되겠다”며 알아봐주는 시민들이 많다. 최 후보는 “그간의 이력으로 홍보는 많이 됐다”고 웃었다. 그는 “시민들이 청년 출마자를 예전이나 지금이나 생소해하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청년 출마자로서 느끼는 체감은 다른 것 같다”며 “류호정 의원 등 국회에도 젊은 정치인이 있다. 2030 청년 정치인, 출마자가 있다는 것 자체로 덜 외롭다”고 했다.

최 후보는 “이번엔 꼭 당선돼 나를 뽑아준 주민들의 삶을 눈에 보이게끔 바꾸고 싶다. 크게는 다름을 존중하는 정치문화를 만들어가고 싶다”고 ‘다섯번째 도전’ 포부를 밝혔다.

■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소통에 ‘자신’

청년 후보들은 특히 거리에서 보고 느낀다. 춘천시의원 라선거구에 출마하는 안영수(36) 후보는 선거운동이 곧 공약 구상으로 이어진다.

그는 최근 자신의 선거사무소 옆에서 저녁마다 열리는 지역주민 에어로빅 모임에 참여하고 있다. 처음엔 접점이 많지 않은 5060 아주머니들과의 자연스러운 교류를 위해서 참가했다. 안 후보는 “춤 좀 춘다고 생각했는데, 아니었다. 한시간을 춤추면 헉헉댄다”며 “에어로빅을 하며 새로운 경험을 하게 된 것 같다. 이곳은 어르신들에겐 생활 체육 공간이자, 지역사회간 교류의 장이다. 동네별로 이런 시스템이 있으면 좋겠다”고 했다.

권아름 후보는 최근 아파트 단지 앞에서 인사를 하다가 눈물이 터졌다. ‘워킹맘’으로 보이는 한 여성이 아이 등원을 시켜야 하는데, 아이가 유모차에서 떼를 쓰기 시작한 것이다. 권 후보는 “엄마가 울려고 하더라. 저도 아이들 몰래 조용히 선거운동을 나간다. 어느날은 아이가 깨서 바짓가랑이를 붙들고 늘어지는데 눈물이 났다. 아이 엄마 입장이 이해됐다”며 “저는 여성청년이자, 쌍둥이 엄마다. 워킹맘을 공감하는 것에서 정책을 시작할 수 있다”고 했다.

청소년 소통에 자신감을 보이는 후보도 있다. 동해시의원 나선거구에 출마한 김찬래(21) 후보는 이번 지방선거에서 도내 최연소 출마자다. 그는 2018년부터 지역내 봉사단을 설립해 연탄나눔 봉사, ‘위안부’ 소녀상 설치 등 활동을 벌여왔다. 김 후보는 “청소년 신분이었는데, 아무래도 힘이 없어 아쉬운 점이 많았다”며 “청소년들이 사회적으로 힘이 없다보니 이들을 대변하고 싶다. 어린 친구들에게도 사회에 필요한 좋은 아이디어가 많다. 청년 소통을 기대해달라”고 했다. 그는 찾아가는 시민소통부스, 동해시 청년청 등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장미진 후보는 거리에서 만난 어르신들로부터 경로당 방문 요청을 받는다. 장 후보는 “청년도 지역에서 다양한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도 알리고 싶다”며 “어르신들의 이야기가 지역의 자산이라는 생각이 많이 든다. 그분들이 기억하는 동네의 모습을 이후 세대에 잘 전달해주고, 그 세대가 함께 사는 공간의 의미를 알게 되면 좋겠다. 그게 ‘공경’이 아닐까”라고 했다. 이설화 lofi@kado.net

 

Copyright © 강원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