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칼럼] 아르테미시아

곽아람 기자 입력 2022. 5. 17.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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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렌체 우피치 미술관에 소장된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의‘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 유대민족의 구원자 유디트를 정의를 실현하는 여성 영웅으로 그렸다. /아트북스

‘아르테미시아 젠틸레스키’라는 이름을 아십니까?

바로크 시대인 17세기 이탈리아에서 활동했던 젠틸레스키는 ‘최초의 여성주의 화가’라 불립니다.

그는 여성이 법적으로 아버지나 남편의 소유물이었던 17세기 유럽에서

예술인 길드 ‘아카데미아 델 디세뇨’의 첫 여성 회원이 되었지요.

메디치가의 후원을 받았으며 프랑스와 잉글랜드 궁정을 위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그가 18세 때 화가였던 아버지의 동료에게 겁탈당한 이야기가 워낙 유명하기 때문에

아르테미시아의 대표작 ‘홀로페르네스의 목을 치는 유디트’는 흔히들 성폭력 피해자로서의 복수심을 표현한 작품으로 해석되곤 했습니다.

그렇지만 미국 미술사학자인 저자 메리 개러드는 여기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그는 “예술과 심리학은 분리되어야 한다”면서 “이 그림은 단순한 복수라기보다는 정의 실현의 시적 표현”이라고 보아야 한다”고 말하죠.

그런 논의를 담은 책 ‘여기, 아르테미시아’를 지난 주말 Books에서는 소개했습니다.

여성주의, 여성주의 미술에 관심이 많으신 분들은 꼭 읽어보세요.

구약시대의 논개… ‘유디트’는 주저없이 敵將의 목을 쳤다

먼 별에서 향기는 오나

그 별에서 두 마리 순한 짐승으로

우리 뒹굴던 날이 있기는 했나

나는 기억 안 나네

아카시아

김사인 시인의 시 ‘아카시아’는 이렇게 시작합니다.

아카시아라는 꽃은 따로 있고 우리가 흔히 아카시아라 부르는

“동구 밖 과수원길”의 하얀 꽃의 정확한 이름은 ‘아까시’라고 합니다.

그렇지만 ‘아까시’라고 하면 ‘아카시아’라 호명할 때보다 아무래도 서정성이 떨어지지요.

‘아카시아’라는 단어에서는 싱그럽고 향기 짙은 꽃이 연상되는데

‘아까시’에서는 가시 돋친 억센 식물이 떠오릅니다. 그래서 시어(詩語)로도

‘아까시’보다는 ‘아카시아’가 즐겨 사용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카시아’는 서러움의 꽃이기도 합니다.

가난하고 먹을 것 없던 시절, 허기진 아이들이 밥 대신 따 먹었다는 꽃.

그래서 김사인 시인은 배 곯으며 아카시아꽃 따 먹던 누이동생을 떠올리며 시를 끝맺습니다.

허기진 이마여

정맥이 파르랗던 손등

두고 온 고향의 막내 누이여

아카시아꽃. 정식 이름은 아까시나무 꽃이다.

라일락 향기가 슬며시 옅어지더니 어느새 ‘아카시아’의 계절이 찾아왔습니다.

봄밤, 베란다 창을 활짝 열었더니 녹색 숲에 하얀 꽃무리가 구름처럼 피어나고

거실까지 들이친 고혹적인 향기로 어찔해집니다.

바야흐로 봄이 절정에 이르른 모양입니다. 이윽고 여름이 오겠지요.

아카시아꽃 흐드러진 봄의 끄트머리를 한껏 즐기시길 바라며

이해인 시인의 ‘아카시아’를 옮겨 적어 봅니다.

향기로 숲을 덮으며

흰 노래를 날리는

아카시아꽃

가시 돋친 가슴으로

몸살을 하면서도

꽃잎과 잎새는

그토록

부드럽게 피워냈구나

내가 철이 없어

너무 많이 엎질러 놓은

젊은날의 그리움이

일제히 숲으로 들어가

꽃이 된 것만 같은

아카시아꽃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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