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홍식의세계속으로] 푸틴이 불러내는 유럽의 시민의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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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가 무자비하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지 넉 달째다.
그 결과, 전쟁을 시작한 이후 유럽이 러시아에 지불한 에너지 비용만 500억유로에 달한다.
러시아의 가스와 석유 수입을 당장 중단해도 유럽의 고통보다 러시아에 미치는 충격이 훨씬 더 위협적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에너지를 절약함으로써 러시아를 막는 데 일조한다는 구체적 동기부여가 유럽인의 시민의식을 더 강하게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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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적 고통 감수 에너지절약 힘써
잘 알려져 있듯 러시아는 석유와 가스라는 에너지 자원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이며 유럽은 러시아 가스(40%)와 석유(25%) 수입에 크게 의존하는 지역이다. 그 결과, 전쟁을 시작한 이후 유럽이 러시아에 지불한 에너지 비용만 500억유로에 달한다. 유럽은 한 손으로 우크라이나를 돕지만, 다른 손으로 침공한 러시아의 경제적 실탄을 마련해 주는 초현실적 상황에 놓여 있다.
최근 유럽은 대가를 치르더라도 러시아에 대한 에너지 의존을 장기적으로 극복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어느 정도 형성된 듯하다. 5월 들어 유럽연합(EU)은 러시아 석유 수입을 연말 이전까지 전면 금지하는 제6차 제재 방안을 논의 중이다. 그만큼 러시아의 침략이 초래한 정신적 충격은 유럽인들의 인식을 획기적으로 바꿔 놓은 것 같다.
물론 나라별로 입장은 조금씩 다르다. 예를 들어 러시아로부터 직접적으로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폴란드나 발트 3국은 전기가 없어 촛불을 켜고 사는 한이 있더라도 당장 러시아 에너지 수입을 중단하자고 소리친다. 반면 헝가리는 러시아 제재에 거부감을 드러내고 있다.
독일은 무역과 교류를 통해 평화를 얻을 수 있다는 동방정책(Ostpolitik)을 폐기했고, 러시아 가스를 수입하려고 완성한 ‘노르트스트림2’라는 거대한 파이프라인을 포기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경제 충격이 오고 가스 대신 석탄이나 석유 사용이 늘어 환경오염이 심화해도 러시아의 안보 위협을 제거하는 일이 더 중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러시아의 가스와 석유 수입을 당장 중단해도 유럽의 고통보다 러시아에 미치는 충격이 훨씬 더 위협적일 것이라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가스 특성상 유럽이 수입을 중단하면 러시아의 대체 수출은 쉽지 않다. 가스를 수출하려면 파이프라인이나 액체화 공장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수출이 막히면 러시아는 결국 가스를 태워 버리거나 개발한 가스전을 메워 버리는 수밖에 없다.
게다가 겨울이 올 때까지 앞으로 반년 정도는 에너지 소비가 줄어드는 계절이기에 유럽이 러시아 석유와 가스라는 ‘젖을 떼기’에 적절한 기회다. ‘에너지 줄다리기’에서 겨울이 공급자의 시즌이라면 여름은 소비자의 힘이 막강해지는 특징을 보인다. 문제는 유럽의 시민과 소비자들이 경제적 희생을 얼마나 받아들일 것인가에 있다. 정부가 아무리 세금을 낮추거나 보조금을 주더라도 에너지 가격 상승을 막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최근 유럽의 환경·시민 단체에서는 러시아의 침략이 난방 온도를 낮추거나 자동차 사용을 줄이는 등 시민 참여로 에너지 소비를 대폭 줄일 수 있는 기회라고 말한다. 평화와 환경의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일석이조(一石二鳥)의 계기라는 뜻이다. 에너지를 절약함으로써 러시아를 막는 데 일조한다는 구체적 동기부여가 유럽인의 시민의식을 더 강하게 자극할 것이기 때문이다. 독재자의 망상이 초래한 전쟁의 비극이 이 같은 작은 긍정적 변화라도 견인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조홍식 숭실대 교수·정치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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