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수 존중과 헌신의 조화가 중요한 시대..야구만 가진 '희생'의 가치는 생각해봐야[선동열의 야구, 이야기 ③]
[경향신문]
“축구는 약한 고리(weak-link) 스포츠입니다. 축구 팀은 가장 뒤처진 선수의 기량에 따라 경기력이 좌우됩니다. 농구는 강한 고리(strong-link) 스포츠죠. 농구 팀을 더 잘하게 하려면 국보급 스타를 영입하면 됩니다.”
저명 작가 맬컴 글래드웰이 어느 대담에서 인용한 이야기다. 이 논리를 야구에 적용하면 어떻게 될까. 야구는 ‘약한 고리’ 스포츠일까. ‘강한 고리’ 스포츠일까.
각자의 야구관에 따라 다르겠지만, 야구는 단정하기 힘든 복합성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공격과 수비가 철저히 구분돼 있기 때문이다. 공격 입장에서 야구를 이해하자면 ‘강한 고리’ 스포츠다. 수비 입장에서 이야기하자면 어딘가 펑크 나서는 결코 안 되는 ‘약한 고리’ 스포츠다.
선수들이 있어야 팀이 있다. 육성 선수에서 스타 선수에 이르기까지 함께 이뤄져야 팀이 만들어진다. 1번 타자부터 9번 타자까지 모여야 공격이 구성된다. 투수부터 포수, 내야수, 외야수들이 모여야 수비가 구성된다. 공격과 수비가 조화를 이뤄야 경기가 성립된다.
얼마 전 래리 서튼 롯데 감독이 초반 상승세 원동력으로 완벽한 공수 조화를 꼽은 적이 있다. “투수, 공격, 수비가 엇갈리며 잘하는 게 아니라 조합을 이뤄 꾸준하게 좋은 경기력을 펼치고 있다”고 말했다. 이렇게 본다면 선수만으로 팀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선수와 선수가 모여야 하고 그사이에 고리가 형성돼야 한다. 그때 비로소 강한 팀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선수만으로 팀이 완성될 수는 없다. 코칭스태프가 있다. 운영팀이 있다. 스카우트팀이 있고, 전력분석팀이 있다. 경영과 홍보, 장기 전략을 책임지는 경영진이 있다. 이렇게 모여 하나의 팀을 만들 때 비로소 ‘원팀’이라 말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빠진 것이 하나 있다. 바로 팬이다.
팬 없는 프로야구는 결코 존재할 수 없다. 이렇게 본다면 야구는 때로 ‘강한 고리’ 스포츠이기도 하고, 때로는 ‘약한 고리’ 스포츠이기도 하다. 어떤 때는 강한 고리와 약한 고리가 서로를 이어주고 지탱해주는 대단히 복합적인 성격의 연결고리를 갖는 스포츠다.
‘팀이 먼저냐, 선수가 먼저냐’라고 질문하는 이들이 있다. 프로야구 초창기였다면 당연히 ‘팀이 먼저’라 답했을 것이다. 짓궂게도 되묻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면 지금은 선수가 먼저인가요?”
삼성 감독으로 취임한 2005년 1월 전지훈련 때 ‘삼성 선수단에게 바라는 7계명’을 발표한 적이 있다. 그중 세 번째 계명은 이랬다. “팀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 삼성은 개인의 팀이 아니라 팀원 전체의 팀이다. 야구에서 가장 매력적인 용어는 희생번트다. 희생번트 의미를 잘 생각해 보기 바란다. 나만 잘하면 된다는 생각을 버려라. 개인 성적보다 팀 성적을 우선해야 한다.”
그때 내 생각은 그랬다. 시대가 변하면 야구도 변하고 생각도 변한다. 같은 질문에 대한 현재 내 대답은 ‘선수와 팀의 조화’다. 선수는 팀을 위해 헌신할 수 있어야 하고 팀은 선수를 존중해야 한다.
다만 야구 용어에만 왜 ‘희생’이라는 단어가 들어 있는지를 한 번쯤은 생각해보면 좋겠다.
선동열 전 야구대표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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