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주범' 오명 씻기..에어컨 시장 '친환경 냉매' 경쟁
[경향신문]
유럽에는 4~5년 전부터 적용 수출…안전 기준 탓 내수용은 뒤늦게 도입
삼성은 가정용 ‘무풍’·LG는 시스템 먼저 선보여…캐리어도 곧 적용 계획
에어컨 제조업체들이 온실효과가 상대적으로 작은 ‘냉매’를 사용한 제품들을 출시하면서 올여름 ‘친환경 냉매’ 에어컨 경쟁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주변의 열을 흡수해 냉각 작용을 일으키는 냉매는 에어컨·냉장고 등에 필수적이지만 오존층을 파괴하거나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가정용 에어컨 ‘무풍’ 시리즈에 ‘R32’ 냉매를 탑재한 신모델을 지난 3월 선보였다. LG전자도 시스템 에어컨 ‘멀티브이 S’ 제품군 중 R32 냉매를 사용하는 에어컨 6종을 출시했다. LG전자는 R32 냉매 에어컨을 연내 가정용으로까지 확대할 방침이다. 캐리어 에어컨도 R32 냉매를 이용하는 제품을 조만간 출시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 업체는 이전까지 ‘R410A’ 가스를 냉매로 사용했다. 불소화합물인 R410A는 독성이 없고 안정적인 데다 오존층을 파괴하지 않아 에어컨 냉매로 많이 활용돼왔다. 하지만 R410A는 온실가스로 분류되고,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을 수치화한 지구온난화지수(GWP)가 2088에 달한다. 지수가 높을수록 지구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
이 때문에 새롭게 떠오른 에어컨 냉매가 바로 R32이다. R32의 지구온난화지수는 675로, R410A의 30% 수준이다. 새 냉매는 효율성도 좋아 R410A보다 20% 적게 사용해도 동일한 냉각 효과를 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무풍 에어컨의 올해 예상 판매량을 고려할 때) R32 냉매 사용으로 탄소 배출량을 연간 약 75만t 절감하는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유럽연합(EU)은 온실가스를 발생케 하는 불소화합물 냉매 사용을 줄이기 위해 각 제조업체에 ‘쿼터’를 주고 이를 단계적으로 줄여가고 있다. 쿼터 한도 내에서 업체들이 더욱 많은 냉매를 이용하려면 지구온난화지수가 낮은 냉매를 사용해야 한다. 또 2025년부터는 지구온난화지수 750 이상의 냉매를 3㎏ 이상 사용하는 분리형 에어컨은 유럽 내에서 제조나 판매를 할 수 없도록 했다. 지구온난화지수가 2088인 R410A를 냉매로 사용하는 국내 업체들의 분리형 에어컨은 2025년부터 유럽 수출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삼성전자, LG전자 등 국내 업체들은 R32 냉매가 적용된 에어컨을 4~5년 전부터 유럽 시장에 수출하고 있다.
한국에서는 안전 문제 때문에 이제야 R32 냉매를 사용하기 시작했다. R32는 불이 붙는 약가연성 냉매이다보니 국내 전기용품 안전기준(KC)에 맞지 않아 도입이 부진했다. 지난해 8월 정부가 국제 기준에 맞춰 전기용품 안전기준을 개정하면서 약가연성 냉매에 대한 안전기준이 마련됐고 R32를 사용하는 에어컨의 국내 출시가 가능해졌다. 앞서 유럽에서도 2016년 약가연성 냉매에 대한 안전기준(EN 378)이 만들어지면서 해당 시장이 확대됐다. 에어컨 제조업체들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 환경·지배구조(ESG) 경영을 강조하는 사회 분위기 속에서 R32 냉매를 사용하는 에어컨의 국내 판매도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R32 역시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물질로 분류되기는 마찬가지다. 향후 온실효과가 거의 없는 차세대 냉매로 또 대체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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