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사 13명이면 충분하다더니.. 공수처장, 1년 지나 인력 탓

이정구 기자 입력 2022. 5. 16. 21:53 수정 2022. 5. 17.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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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욱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처장이 16일 오전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공동취재단

김진욱 공수처장이 16일 취임 이후 두 번째 기자 간담회를 갖고 “그동안 국민 여러분께 미숙한 모습을 보여드려 송구하다”고 말했다.

이는 공수처가 대선 국면에서 ‘고발 사주 의혹’으로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한 수사를 동시다발적으로 벌이다가 혐의 입증에 실패한 채 ‘정치 수사 논란’을 자초했고, 이성윤 서울고검장 ‘황제 조사’에 이어 공수처에 비판적 보도를 했던 기자 등에 대한 통신 조회를 남발해 ‘편향성’을 드러낸 것에 대한 ‘사과’로 해석됐다. 그동안 법조계에선 공수처가 자체 인지해 수사한 고위 공직자 비리 사건은 한 건도 없는 등 수사력의 한계를 드러냈다는 비판도 많았다.

하지만 김 처장은 이날 ‘미숙한 모습’이란 표현을 통해 몸을 낮추면서도, 구체적인 개선 방안은 내놓지 않은 채 인력 부족 등 제도 설계에 문제가 있다는 주장을 반복했다.

김 처장은 “수사 대상 고위 공직자가 7000명이 넘지만, 공수처 검사는 23명 수준으로 최근 개청한 (검찰) 남양주지청과 비슷한 규모”라며 “세 자리 숫자, 그게 안 된다면 법무검찰개혁위원회 원안(검사 50명·수사관 70명)은 최소한 돼야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그는 공수처 설치법을 처리했던 국회를 향해 “제도를 만들고 제도의 유의점이 있으면 1년 동안 AS를 해줬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잘못돼도 한참 잘못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공수처는 어느 정당, 정파, 진영의 산물이 아니다. 공수처는 태생이 살아있는 권력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라고도 했다.

김 처장은 또 공수처 청사가 보안에 취약한 위치에 있다고 하면서 이성윤 고검장(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을 공수처장 관용차로 데리고 들어와 면담했던 ‘황제 조사’ 논란도 그 때문에 벌어졌다는 취지의 해명을 했다.

이를 두고 법조인들은 “공수처가 보유한 인력으로 과연 제대로 된 수사를 한 것이 있느냐”며 “인제 와서 제도 탓을 하는 것은 황당하다”고 지적했다. 법원이 공수처의 김웅 국민의힘 의원실 압수 수색이 위법하다고 판단해 증거로 쓰지 못하게 하고, ‘고발 사주’ 의혹으로 손준성 검사에 대해 청구했던 체포·구속영장이 세 차례 기각된 것은 대표적인 ‘부실 수사’ 사례로 거론됐다.

김 처장은 작년 4월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첫 임용된 검사 13명은 부족하지 않으냐’는 질문에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그림 ‘최후의 만찬’을 언급하며 “(예수의 제자) 13명 가운데는 무학(無學)에 가까운 갈릴리 어부 출신이 많은데 세상을 바꾸지 않았느냐. 13명이면 충분히 할 수 있다”며 자신감을 보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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