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비위 얼룩진 진보..'정의' 강민진 "성폭력 두번 당했다"

문승현 기자 2022. 5. 16.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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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진 청년정의당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진보·개혁 정당을 표방해온 정의당에서 청년 정치인으로 활동한 강민진(27) 전 청년정의당 대표가 당내 인사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고 16일 폭로했다. 강 전 대표는 2건의 피해 사실을 공개적으로 밝혔다.

강 전 대표는 이날 페이스북 글을 통해 "청년정의당 당직자 A로부터 성폭력을 당했다"며 "지난 3월 제가 당직자들에 '대리운전' 등을 시켰다는 왜곡된 주장이 보도된 이후 A씨는 도와주겠다며 접근해서는 제 편이라는 것을 강조하는 동시에 은근한 위협을 느끼게끔 했다"고 주장했다.

강 전 대표는 "당시 충격으로 자살을 결심했다가 정신과 폐쇄병동에 입원하는 등 이미 벼랑 끝에 몰린 상황이었고 성폭력은 저를 벼랑 너머로 밀어버리는 행위였다"고 했다.

그는 "성폭력 피해 상황에서 맡았던 냄새가 코끝을 떠나지 않고 제 몸이 혐오스러워 한참을 고통스러워야 했다"며 "저뿐 아니라 가족들도 정신과 치료를 받았다"고 썼다.

강 전 대표는 자신이 당직자들에게 운전을 시키는 등 '갑질'을 했다는 주장에 대해 "(해당 의혹을) 주장한 당직자는 정작 운전할 줄 모른다"며 사실관계를 부인했다.

올 3월 중순 강 전 대표는 당직자에 대한 괴롭힘 의혹으로 사퇴했다. 당직자 일부가 내부 단체대화방을 통해 강 전 대표의 직장내 괴롭힘 의혹을 폭로했다고 한다.

채용 과정에서 강 전 대표가 1년 이상 근무할 수 있다고 안내했으나 실제로는 그러지 못했다거나 자신의 차를 대신 운전해 달라고 하는 등 사적인 일을 시켰다는 의혹, 늦은 밤에 업무지시를 했다는 주장 등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강 전 대표는 페이스북 글에서 "지난해 11월 모 광역시도당 위원이 제 허벅지에 신체접촉을 했다"고도 폭로했다. 그는 "잊어보려고 해봤지만 불쾌한 감정을 주체하기 어려웠다. 이 일을 여영국 대표 등에 공식적으로 알렸으나 여 대표는 '해당 위원장에 경고하겠다, 이 일에 대해 발설하지 말라'고 결론을 지었다"고 설명했다.

강민진 청년정의당 전 대표.[사진=연합뉴스]

강 전 대표는 "'발설하지 말라'는 말은 저에게도 압박으로 다가왔다"며 "회의에서 당대표의 반응을 보며 '역시 앞으로도 영원히 침묵할 수밖에 없겠구나'라고 체념했다"고 덧붙였다.

강 전 대표는 "저는 해당 위원장으로부터 사과문을 받고 그것을 수용하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며 "이후 저는 광역시도당 위원장들이 참석하는 회의를 되도록 피하려고 했고 해당지역 당원 연락이 오기만 해도 불안했다"고 호소했다.

강 전 대표는 "제가 헌신하고 사랑했던,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호하고 싶었던 당에 실망하는 것이 저에게는 너무나 피눈물 나는 일"이라며 "정의당 역시 이제는 정말로 변화할 수 있기를 바란다"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했다.

정의당은 해당 위원장을 6·1 지방선거 후보 중 하나로 공천했다고 한다.

강 전 대표는 "제 사건에 대해 당 대표나 사무총장이 인지하고 있었지만 제 의사를 한 번도 묻지 않은 채 당은 그를 지선 후보로 공천했다"고 밝혔다.

정의당 관계자는 강 전 대표가 가해자로 지목한 위원장이 선거 공천을 받았다는 점을 두고 "성범죄나 징계를 받아야 할 사안 등을 모두 고려해 심사가 진행됐다. 정해진 규정대로 처리했다. 기존의 공천심사 관련해서 최종적으로 다시 확인해볼 것"이라고 말했다.

여 대표가 '발설하지 말라'고 한 것과 관련해서 "강 전 대표가 비공개로 관련 사안을 논의해 달라고 해서 나온 말이고 와전된 측면이 있다"고 했다.

한편 강 전 대표의 어머니 이 모 씨는 이날 입장문을 통해 "딸이 정의당에서 겪은 성폭력들을 털어놓았을 때 솔직한 심정으로는 당사를 찾아 멱살을 잡고 '니가 인간이냐' '너 같은 게 정치를 한다고' 소리를 지르고 싶었다"며 "이제는 어떻게든 제 딸에게 피해를 입힌 사람들에게 사죄 받을 방법을 찾아볼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괴로워하고 두려워하는 딸을 보며 심장에서 피눈물이 난다. 대체 정의당이 어떻게 이럴 수가 있을까"라고 반문하며 "성폭력 사건이 일어났는데 없던 일처럼 지방선거에 공천을 해주고 제 딸이 절박한 위치에 내몰려 있는 것을 이용해 성폭력을 저지르는 일이 정의당에서 일어나고 있었다"고 분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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