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대전 영국 연립내각 사례 들며 "위기 극복 협력" 호소[윤 대통령 첫 시정연설]

유정인·박홍두 기자 2022. 5. 16.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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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소야대 국회 데뷔전' 시정연설 내용 분석

[경향신문]

‘하늘색’ 넥타이 매고 연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박병석 국회의장이 지켜보는 가운데 취임 후 첫 시정연설을 하고 있다. 대통령실사진기자단
추경안 언급하면서 ‘경제’ 10회 등 국내외적 위기 말해
여 “협치 자세 보여줬다”…야 “야당 존중해야 길 열려”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첫 시정연설에서 밝힌 한국 사회의 과제와 해법은 취임사에서 제시한 내용과 닮은 듯 달랐다. 입법부·야당과의 통합과 협치가 빠졌던 취임사와 달리 시정연설에선 ‘초당적 협력’ ‘의회주의’를 강조했다. 위기 인식과 ‘자유민주주의’에 기반한 국정철학은 취임사의 연장선이었다. 새 정부 고위공직자 인선을 둘러싼 여야 대치가 이어지고 있어 이날 내보인 협치 의지는 곧바로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의 시정연설은 크게 네 덩이로 구조가 짜였다. ‘안팎 위기 → 3대 개혁 필요성 → 초당적 협력과 의회주의 → 추가경정예산(추경)안 제안설명과 협조 요청’ 순이다. 초당적 협력과 의회의 중요성을 말하는 데 직접적으로는 한 단락을 할애했지만, 사실상 연설 전반에서 주안점을 뒀다.

연설에서 많이 언급된 단어는 경제(10회)와 위기(9회)였다. 경제 등 국내외적 위기를 말하며 코로나19 손실보상 재원을 담은 추경안을 제안하는 연설 취지에 따른 것이다. 그 외 의회(의회주의 포함)가 6차례 등장했다. 윤 대통령은 “추경안은 우리 앞에 놓인 도전을 의회주의 원리에 따라 풀어가는 첫걸음”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은 “진정한 자유민주주의는 바로 의회주의라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며 “의회주의는 국정운영 중심이 의회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정철학으로 삼는 ‘자유’를 강조하되 이를 의회주의와 연결지었다.

초당적 협력은 3차례 언급됐다. 윤 대통령은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어느 때보다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등 위기 극복 방법으로 초당적 협력을 말했다.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 보수당과 노동당이 전시 연립내각을 구성한 점을 들어 “지금 대한민국에는,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도 했다.

지난 10일 취임사와는 다른 모습이다. 안팎의 위기 요인을 강조한 점은 닮은꼴이다. 취임사는 위기를 푸는 방법론으로 ‘자유의 확대’를 강조하는 데 집중했다. 모두 35차례 ‘자유’가 언급됐고, ‘자유’를 위기 해결의 보편적 가치로 제시했다. 통합과 협치, 의회의 역할은 언급하지 않았다. 시정연설에서도 통합·협치를 사용하진 않았지만, 위기 극복 해법으로 의회의 역할과 초당적 협력을 강조했다.

여기엔 윤석열 정부가 맞닥뜨린 여소야대 국회의 벽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더불어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점하고 있어 야당 협조 없이는 입법을 통해 국정과제를 해결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안 처리와 추경안 통과도 민주당 협조가 필수적이다.

윤 대통령이 3대 개혁 과제로 연금·노동·교육 개혁을 명시적으로 언급한 것도 눈에 띄는 점으로 꼽힌다. 윤 대통령은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며 개혁 과제 추진을 못 박았다. 이 역시 야당을 설득하는 과정 없이는 진전되기 어렵다. 윤 대통령이 “(개혁에)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고 한 것도 이 같은 점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여야는 시정연설에 상반된 평가를 내놨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적극적으로 여야 협치 자세를 보여줬다는 점에서 많은 기대를 하게 한 연설”이라고 평가했다. 권성동 원내대표는 “의회를 존중하는 대통령의 모습이 역력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반면 고용진 민주당 중앙선거대책위원회 공보단장은 “추경안 심사 과정에서 소상공인·자영업자들이 온전한 보상을 받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고 단장은 “윤 대통령은 역대급 ‘지인 내각’을 밀어붙이고 있다”고 한 뒤 “야당을 존중하고 국민통합의 국정운영을 펼칠 때 협치의 길은 열릴 것”이라며 “국회 동의를 받지 않고 임명을 강행하려는 장관 후보자들을 사퇴시켜 협치의 장애를 제거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동영 정의당 선대위 수석대변인은 “윤 대통령이 약속한 ‘온전한 손실보상’ ‘사회적 약자 예산 지원’ 등이 후퇴하거나 빠진 점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유정인·박홍두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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