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첫 시정연설에서 초당적 협력 강조한 윤 대통령
[경향신문]
윤석열 대통령이 16일 취임 후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우리가 직면한 위기와 도전의 엄중함은 진영이나 정파를 초월한 초당적 협력을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코로나19로 피해를 입은 자영업자·소상공인 보상 등의 내용을 담은 59조4000억원 규모 추가경정예산(추경)안의 조속한 국회 처리를 요청하며 이같이 말했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 등 3고로 인한 경제위기, 북한의 잇단 무력도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으로 인한 신냉전 부상 등 나라 안팎 상황은 악화되고 있다. 복합적이고 전례 없는 위기가 닥친 만큼 정치권이 힘을 모아 대처해야 한다는 윤 대통령 말은 타당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각자 지향하는 정치적 가치는 다르지만 공동의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기꺼이 손을 잡았던 처칠과 애틀리의 파트너십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제2차 세계대전 때 영국이 보수당 소속 윈스턴 처칠을 총리로, 노동당 당수 클레멘트 애틀리를 부총리로 하는 거국내각 체제로 위기에 대응한 사실을 언급한 것이다. 하지만 윤 대통령이 그동안 더불어민주당 등 야당을 국정 파트너로 존중해왔는지 의구심이 든다. 대통령 집무실 이전은 야당과 여론의 비판에도 밀어붙였고, 야당이 반대하는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 임명도 강행할 태세다. 대통령실 등 정부 요직을 검찰 출신으로 채우면서 ‘검찰공화국’ 우려도 키웠다. 윤 대통령은 지난 10일 취임사에선 통합과 협치를 언급하는 대신 ‘반지성주의’ 등 야당을 겨냥한 듯한 적대적 언어를 구사하기도 했다. 그는 당초 시정연설 후 김치찌개에 소주를 곁들인 만찬을 하자고 민주당에 제안했으나 무산되자 아쉬워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여주기’식 회동보다 야당이 협의에 나설 명분을 제공하는 일이 먼저다.
국정에 대한 무한책임이 있는 윤 대통령에겐 꼬인 정국을 풀 우선적 책임이 있다. 국민의힘 내에서조차 부정적인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성비위 논란을 일으킨 윤재순 총무비서관과 간첩조작 사건에 연루된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 국민 눈높이에 한참 못 미치는 인사부터 과감히 정리해야 한다. 그것이 초당적 협력의 출발점이 되고, 윤 대통령이 강조해온 공정과 상식의 원칙에도 부합한다.
민주당도 따질 건 따지되, 민생에 대해선 열린 자세를 보이기 바란다. 추경안의 경우 기획재정부 ‘세수 오차’ 문제는 추궁하되, 소상공인·자영업자 고통을 달래주는 일에는 협조해야 한다. 코로나19 방역 대북지원 등 외교안보 현안의 경우 여당 시절 구축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생산적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여야 모두 정파적 이익이 아니라 국민만 보고 갈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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