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은아 "10만 통의 전화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사랑'"

민진기 기자 2022. 5. 16.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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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S 뉴스]

2018년부터 지난해까지 공중전화부스에서 관람자들이 차마 하지 못한 말들을 꺼내 놓는 전시가 열렸습니다.


이 전시를 기획한 설은아 작가가 10만여 통의 통화에서 450개를 추려서 책으로 엮었습니다.


통화에는 어떤 이야기가 담겨 있었을까요?


민진기 기자입니다.


[리포트]


2018년부터 2년간 열린 전시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공중전화부스에선 관람자들이 자신만의 이야기를 꺼냈고, 부스 밖 전화기에선 그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인터뷰: 설은아 /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저자  

"이 데이터가 제가 처음에 생각했던 것보다 점점 너무 많아졌어요. 사실은 옆 사람의 속마음도 알기 힘들잖아요. 근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제가 이 동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연령대의 사람들의 하지 못한 말을 모으게 된 거잖아요."


녹음된 부재중 통화는 모두 10만여 통.


전시를 기획한 설은아 작가가 이 중 450개를 추려서 같은 제목의 책으로 엮었습니다.


인터뷰: 설은아 /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저자  

"처음에는 500통, 3천 통, 10만 통까지 불어나니까 이것을 마무리할 동력이 필요했었는데 이걸 책으로 내면 어떻겠냐는 제안을 주셔서 (책으로 내게 됐습니다)"


죽은 딸에게 사위가 연애를 시작했다고 섭섭한 마음을 토로하는 엄마.


존댓말을 하기 전에 죽은 아빠에게 아버지라고 불러보는 딸…

보편적이지만 마음을 툭 차고 나오는 펄떡거림이 있는 이야기를 접할 때마다 고개를 끄덕이게 되고 담담한 위안이 되기도 합니다.


인터뷰: 설은아 /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저자  

"사실은 전화기에 대고 자신의 하지 못한 말을 그대로 그냥 남긴 거잖아요. 이 세상에 똑같은 아픔을 가진 그 누군가에게 어떤 선물을 전하고 있는 게 아닐까. 이 책을 통해 그들이 쏘아 올린 그런 이야기들, 그 주파수가 누군가의 마음에 닿아서 그런 제가 느꼈던 것과 같은 그런 공명이 일어나기를 바랍니다."


국내 웹아트 1세대 작가였던 설은아 씨. 


사회적으로 성공했지만 갑자기 무기력해지고 공허해졌다고 합니다.


인터뷰: 설은아 /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저자  

"완전히 셧다운 돼 버린, 모든 게 다 공허해져 버리고 모든 게 없어져 버린 그 지점이 한 번 왔었거든요. 진짜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고 약간 무기력과 번아웃에 제가 그런 슬럼프를 겪었는데요."


설 작가는 세상의 잣대가 아니라 자신이 아름답고 진실이라고 믿는 것을 표현하면서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인터뷰: 설은아 / '세상의 끝과 부재중 통화' 저자  

"굉장히 귀한 이야기다, 그리고 이것이 누군가 들어 줬으면 하는 이야기를 남겨 줬으니 내가 이 이야기들을 필요한 누군가한테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계속해야겠다."


10만여 통의 전화에서 가장 많이 언급된 단어는 사랑이었고, 음성 못지않게 많이 남겨진 통화는 침묵이었습니다.


EBS 뉴스 민진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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