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서지현 검사 사표..한동훈 임명 앞두고 '쳐내기' 본격화
[경향신문]
한국 사회의 성폭력을 고발하는 ‘미투 운동’을 촉발했던 서지현 검사(49·사법연수원 33기)가 16일 사표를 냈다. 윤석열 대통령의 최측근인 한동훈 후보자의 법무부 장관 임명을 앞두고 문재인 정부가 중용한 검사들에 대한 ‘쳐내기’ 작업이 본격화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법무부 검찰국은 이날 일과 종료 시간 직전인 오후 4시쯤 법무부 디지털 성범죄 대응 태스크포스(TF) 팀장인 서 검사에게 ‘오는 17일자로 원래 소속 검찰청인 수원지검 성남지청으로 복귀하라’고 통보했다. 서 검사는 원대복귀 통보를 받은 직후 박은정 성남지청장에게 사표를 제출했다.
서 검사는 2018년 1월 언론을 통해 안태근 전 검사장이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공개 폭로해 한국 사회에 ‘미투 운동’을 불러왔다. 2020년 1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은 수원지검 성남지청 부부장검사로 근무하던 서 검사를 법무부 양성평등정책 특별자문관으로 발탁했다. 서 검사는 지난해 7월 디지털 성범죄 TF 팀장으로 자리를 옮겨 지난달까지 11차례에 걸쳐 성범죄 관련 제도 개선안을 권고했다. TF 전문위원회에는 가수 핫펠트(박예은), 변영주 영화감독, 텔레그램 성착취방을 추적한 ‘추적단 불꽃’ ‘프로젝트 리셋’ 등이 참여했다.
서 검사는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오후 4시 위원회 회의를 위한 출장길에 복귀통보를 받고 많은 생각들이 스쳤지만, 이렇게 짐쌀 시간도 안주고 모욕적인 복귀 통보를 하는 것의 의미가 명확해 사직서를 제출했다”며 “예상했던 대로이고 전 정권에서도 4년 동안 부부장인 채로 정식발령도 못 받는 등 인사를 잘 받은 적은 없고 끊임없는 나가라는 직설적 요구와 광기어린 음해와 2차 가해에 무방비하게 노출돼온 터라 큰 서운함은 없다”고 했다.
이어 “‘법과 제도를 만들어야 제대로 가해자를 처벌하고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으니, 어떻게든 성범죄 종합대책은 만들어놓고 나가야지’ 하는 간절한 마음으로 견뎌냈던 치욕과 침묵의 시간들이 스쳐가지만, 많은 분들의 도움으로 ‘성범죄종합대책 버전1’이라도 만들어놓고 나올 수 있으니, 대한민국 검사로서 그토록 간절히 원했지만 검찰청에서 법정에서 결코 세우지 못한 정의에 이렇게라도 조금이나마 다가가고 끝낼 수 있어서 다행이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서 검사는 “검사로 산 게 18년… 미투 이후 4년… 후련한 마음이 큰 걸 보니 되도록이면 의연하게 보이고 싶었지만 쉽지 않았나 보다”라며 “그동안 감사했다”고 글을 맺었다.
법무부는 이날 입장문에서 “일부 검사 파견을 종료하고 소속청으로 복귀하도록 조치했다”며 “이번 조치는 파견 업무의 유지 필요성, 대상자의 파견 기간, 일선 업무의 부담 경감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것”이라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가 중용한 다른 검사인 임은정 법무부 감찰담당관(48·30기)도 사직 압박을 받고 있다. 법무부 검찰국은 최근 임 담당관을 직무수행 능력이 낮은 ‘심층 적격심사’ 대상자로 분류해 대검찰청에 특별사무감사를 의뢰했다. 임 담당관은 2012년 12월 고(故) 윤중길 진보당 간사의 재심 사건에서 검찰 윗선의 ‘백지 구형’ 지시를 거부하고 ‘무죄 구형’을 했다는 이유로 정직 4월 징계를 받은 이후 검찰 수사와 관행을 공개 비판해왔다.
임 담당관은 문재인 정부에서 대검 감찰정책연구관으로 발탁돼 한동수 대검 감찰부장과 함께 당시 검찰총장이던 윤 대통령의 ‘한명숙 전 국무총리 모해위증교사 사건 수사 방해’ 의혹을 제기했다. 서울중앙지검 형사2부(부장검사 박현철)는 임 담당관이 공무상비밀누설 혐의로 고발된 사건을 수사한 뒤 지난 6일 ‘혐의가 있다’며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이첩했다.
서지현 검사에 대한 법무부의 원대복귀 통보, 임 검사에 대한 특별사무감사는 ‘한동훈 법무부’가 문재인 정부와 코드가 맞은 검사들을 대거 쳐낼 것임을 예고한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후보자는 국회에 제출한 서면질의답변서에서 김용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미투 운동에 나선 서지현, 임은정 검사에 대한 생각이 무엇이냐’고 묻자 “검찰의 직장 성문화 개선 필요성이 환기되는 등 기여한 부분이 있다고 생각한다”고 답변했다.
임 담당관은 지난 9~10일 열린 국회 인사청문회에 증인으로 출석해 “(한 후보자를 비롯해) 검찰 내 윤석열 사단이 존재한다”고 주장했다. 한 후보자는 민형배 무소속 의원이 “현직 검사들도 그렇게(한동훈은 정치검사라고) 이야기한다”고 추궁하자 “그 검사가 임은정, 한동수 아닌가”라고 맞받았다.
허진무·이보라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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