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그분 컨퍼런스 파이널에 또 못 갔나요?

피닉스 선즈의 크리스 폴(37)이 다시 ‘그그컨(그래서 그분 컨퍼런스 파이널에 가보셨는지)’ 악몽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피닉스는 16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풋프린트센터에서 열린 댈러스 매버릭스와의 NBA 2021-22시즌 서부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2라운드 7차전에서 90-123으로 패해, 최종 3승4패로 시즌을 일찍 마감했다.

루카 돈치치에게 제대로 당했다. 그는 30분24초 출전, 3점슛 6개 포함 37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로 완벽한 활약을 펼쳤다. 이 과정에서 단 2개의 실책만 범했다. 돈치치의 활약에 폴의 부진이 더 부각 됐다. 폴은 31분19초 출전, 10점 1리바운드 4어시스 1스틸에 그쳤다. 실책은 3개였으며 득실 마진은 –39로 최악이었다. 돈치치가 이번 시리즈를 통해 위대해졌다면 폴은 돈치치가 위대해진 만큼 비판받아야 할 선수다.

피닉스의 크리스 폴(37)은 16일 댈러스전 패배의 원흉이 됐다. 돈치치가 37점 10리바운드 4어시스트 2스틸로 활약한 것에 비해 폴은 10점 1리바운드 4어시스트로 침묵했다. 사진(美 피닉스)=ⓒAFPBBNews = News1

피닉스의 예상치 못한 패배, 폴은 큰 책임이 있다. 유독 부진했다. 7경기에 모두 출전, 평균 13.4점 4.0리바운드 5.7어시스트 1.1스틸에 그쳤다. 실책은 무려 3.1개. 한때 실책이 없는 경기가 더 익숙했던 남자의 아쉬운 결과다.

1, 2차전까지만 하더라도 ‘역시 폴’이라는 평가가 어울렸다. 폴은 1차전에서 28분45초 동안 19점 5리바운드 3어시스트 1스틸 1블록슛으로 승리를 이끌었다. 2차전은 내용이 더 좋았다. 36분13초 동안 28점 6리바운드 8어시스트 1스틸을 기록했다.

그러나 3차전부터 거짓말처럼 무너진 폴이었다. 3차전부터 6차전까지 24점 14리바운드 21어시스트를 기록하면서 실책은 무려 13개였다. 특히 3차전에는 7개의 실책을 기록했다. 2018년 4월29일 유타 재즈와의 플레이오프 2라운드 1차전 이후 무려 1478일 만이다.

7차전까지도 제 몫을 해내지 못한 폴은 간신히 끊어낸 ‘그그컨’ 악연에서 다시 자유롭지 못한 몸이 됐다. 폴 역시 「ESPN」과의 인터뷰에서 “이번 시리즈 패배는 전적으로 내 책임”이라며 인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사실 그는 플레이오프 7차전, 즉 마지막 승부에 약한 모습을 보였다. 데뷔 후 치른 플레이오프에서 7차전 승부는 총 9회 있었고 3승6패를 기록했다. 2014-15시즌 플레이오프 1라운드 샌안토니오 스퍼스전 7차전 승리 이후 7차전 승부에서 4연패 중이다(소속팀은 5연패이지만 폴은 2017-18 서부 컨퍼런스 파이널에 결장하며 1패를 덜어냈다).

9전10기 끝에 ‘그그컨’ 악몽을 극복했던 폴, 지난 2020-21시즌에는 커리어 첫 우승에 도전하는 등 은퇴 전까지 하나의 우승 반지는 차지할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이번이 적기였다. 피닉스는 이번 시즌 NBA에서 가장 강력한 팀 중 하나였고 전력누수도 크지 않았다. 상대는 돈치치와 제일런 브런슨 외 크게 위협적인 선수가 없는 댈러스였다. 그러나 폴은 오랜 시간 자신을 붙잡은 ‘그그컨’ 악몽에 다시 잡혔고 심지어 좋은 활약을 보이고 있던 데빈 부커마저 침묵하며 다시 쓰러지고 말았다.

폴이 비판받을 수밖에 없는 건 단순한 부진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시즌이 끝나고 무려 계약기간 4년, 1억2000만 달러에 재계약했다. 한화로 약 1382억원이다. 노장에게 거액을 안긴 피닉스의 무모함은 차치하더라도 거액을 품고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자취를 감춘 폴은 무기력한 패배의 원흉이 될 수밖에 없다. 많은 돈을 받았으면 그만큼 잘해야 하는 게 프로 스포츠다.

폴은 은퇴보다 우승을 향한 도전에 나서겠다고 밝혔다. 그의 의지는 강하다. 피닉스 역시 전력 보강만 더 된다면 충분히 대권 도전할 수 있는 강팀이다. 다만 큰 경기에 유독 약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폴이 과연 40세에 가까워진 나이를 이겨내고 정상에 설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 크리스 폴, 플레이오프 커리어

2007-08시즌_ 플레이오프 2라운드 탈락

2008-09시즌_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1라운드 탈락

2010-11시즌_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1라운드 탈락

2011-12시즌_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2라운드 탈락

2012-13시즌_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1라운드 탈락

2013-14시즌_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2라운드 탈락

2014-15시즌_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2라운드 탈락

2015-16시즌_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1라운드 탈락

2016-17시즌_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1라운드 탈락

2017-18시즌_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파이널 탈락(첫 컨퍼런스 플레이오프 파이널 진출)

2018-19시즌_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2라운드 탈락

2019-20시즌_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1라운드 탈락

2020-21시즌_ 플레이오프 파이널 준우승(첫 파이널 진출)

2021-22시즌_ 플레이오프 컨퍼런스 2라운드 탈락

[민준구 MK스포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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