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부총리, 국민과 대통령의 '눈높이 격차'

전정윤 2022. 5. 1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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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김인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가 지난 3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한국교육시설안전원에 마련된 후보자 사무실 앞에서 사퇴 입장을 밝힌 뒤 기자회견 자리를 떠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편집국에서] 전정윤 | 사회정책부장

교육부 장관이 언제부터, 왜 사회부총리가 됐을까? 김대중 정부 시절인 2001년 교육부총리제가 처음 도입됐지만, 이명박 정부에서 없앴다. 현행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2014년 세월호 참사 한달 뒤 박근혜 정부 조직개편 때 신설됐다. 사회부총리의 부활과 첫 임명까지의 진통을 들여다보면, 최근 낙마한 김인철 후보자의 후임자가 갖춰야 할 자질과 덕목의 ‘마지노선’이 드러난다.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참사 당일 서남수 교육부 장관이 진도체육관에서 컵라면을 먹다가 ‘황제 라면’ 논란에 휩싸인 뒤 사퇴 압박을 받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은 그해 5월 교육·사회·문화 총괄 사회부총리 신설 등 조직개편 방침을 전격 발표하고, 후임도 정해지지 않은 상태에서 서 장관을 면직했다. 박 전 대통령은 “교육·사회·문화를 총괄하는 부총리를 둬 비경제정책 분야의 효율성과 책임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를 밝혔다. 즉흥적인 입안으로 세월호 참사가 드러낸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을 덮으려 한다는 비판이 나왔지만, ‘만기친람’형 국정 운영의 한계를 인정한 조직개편이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당초 김명수 한국교육학회장을 자신의 첫 사회부총리로 선택했다. 국가적인 대참사 와중, 온 국민이 한국 사회와 교육의 개혁을 열망하던 때, 박 전 대통령의 실정을 만회할 야심찬 조직개편의 상징적인 인물로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다. 보수 쪽에서는 중량감을, 진보 쪽에서는 극단적 우편향성을 우려했다. 곧이어 상습적인 제자 논문 가로채기, 연구비 착복, 사교육업체 주식 투자까지…. 부총리·장관은커녕 당장 피의자가 돼야 할 40여가지 의혹이 쏟아졌고, 지명이 철회됐다.

연이은 인사 참사로 위기에 처한 박 전 대통령은 새누리당 대표 최고위원과 국회 교육위원장을 지낸 5선의 황우여 의원을 ‘구원투수’로 불러들였다. 다선 의원의 경우 기본적인 검증을 거친데다, 서로 뻔히 아는 처지인 여야 의원들의 검증 수위도 낮아져 통상 인사청문회 통과가 쉽다고들 한다. 황 전 부총리는 예상대로 인준청문회를 통과했다. 하지만 경력에 걸맞은 사회 조정자로서의 업적은커녕 사회 갈등이 심화됐고, 재직 기간 내내 청와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 압박에 시달렸다. 그는 2016년 총선 전 부총리를 그만둔 뒤 내리 4선을 한 인천 연수갑이 아닌 서구을 공천을 받고 낙선했는데, 베일에 싸인 그 공천 이유를 국정화 지연에 따른 ‘괘씸죄’로 보는 이들이 많았다. 아무리 중량감 있는 다선 의원을 사회부총리로 앉혀 봐야, 합당한 권한의 위임 없인 제 역할을 기대할 수 없음을 보여주는 실례였다.

윤석열 대통령이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했던 김인철 전 한국대학교육협의회장이 낙마했다. 애초 사회부총리로서 검증되지 않은 인사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고, 김명수 후보자의 경우처럼 의혹이 끊이지 않았다. 4인 가족 풀브라이트 장학금 수령과 ‘방석집’ 논문심사 의혹 등으로 결정타를 입고 사퇴했지만, 기본 인사검증 자료만으로도 사전에 배제됐어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치는 인사였다.

김 전 후보자의 주요 이력은 크게 두가지였다. 그가 회장을 맡았던 대교협은 전국 4년제 대학이 연합한 이익단체다. 그는 대교협 회장 시절 국립대 ‘교육·연구 및 학생지도비’를 부당 지급받은 이들에 대한 교육부의 감사 무마 요구를 하던 ‘민원인’이었다. 한국외대 총장 시절엔 교육부 감사에서 경징계 5건, 경고 7건, 주의 2건을 요구받았는데, 대부분이 업무추진비 부당사용 등 개인 비위 때문이었다. 교육부 민원인이자 상습 징계자를 장관에 앉히려 했던 셈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딸 사례를 통해 입시비리 문제가 얼마나 사회적으로 파급력이 큰지 경험하고도 교육부의 중요성을 간과했고, 사회부총리를 겸하는 자리에 대한 국민 눈높이 수준을 과소평가한 결과다.

윤 대통령은 16일 첫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개혁, 노동개혁, 교육개혁은 지금 추진되지 않으면 우리 사회의 지속 가능성이 위협받게 된다”며 “정부와 국회가 초당적으로 협력해야만 한다”고 강조했다. 개혁의 내용이야 여야가 서로 다르겠지만, 합의점을 찾고 초당적 협력을 이끌어낼 컨트롤타워가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다. 새 사회부총리 후보자는 하마평만 무성하지만, 초당적 정책을 조율해 사회통합을 이뤄낼 인물을 찾아 소신껏 일하게 해주길 바란다.

ggu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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