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오롱제약 전문의약품 '코미플루', 처방 없이 어린이집에 풀렸다

유선희 2022. 5. 16. 1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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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오롱제약이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한 전문의약품이 의사 처방 없이 국내 어린이집에 유통돼 논란이 일고 있다.

약사회 관계자는 "코미플루는 10대 청소년 추락사 등 부작용 의심사례가 있어 복용 후 2일 동안 소아·청소년이 혼자 있지 않도록 하라는 안전성 서한이 배포된 바 있다"며 "코오롱제약은 해외기부를 목적으로 기부했다고 하나 사용기한이 4개월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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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제천 한 어린이집 학부모 인터넷에 글
전문의약품 '맛있는 소아용 독감 치료제 배부'
대한약사회 파악 결과, 코오롱이 해외용 기부
2018년 식약처 "섬망·자살 정신질환 부작용"
한 온라인 카페에 올라온 코오롱제약 ‘코미플루’ 배부 관련 문제의 글. 해당 커뮤니티 갈무리.

코오롱제약이 사회복지단체에 기부한 전문의약품이 의사 처방 없이 국내 어린이집에 유통돼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사태파악에 나서는 한편, 해당 의약품의 배포 중지를 요구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

16일 대한약사회 등의 말을 종합하면, 최근 충북 제천의 한 학부모가 온라인 카페에 글을 올려 “어린이집에서 코오롱제약의 ‘맛있는 소아용 독감 치료제 코미플루’를 가정에 배부한다는 내용의 메시지를 받았다”며 내용을 공개했다. 이 학부모는 “의사 처방전 없이 나눠줘도 되나 싶어 시청과 보건소, 어린이집에 문의한 결과 ‘종합 사회복지관에서 나눠줬는데, 원치 않으면 안 받으면 된다’는 무책임한 소리를 들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해당 약품은 청소년이나 소아에게 섬망(갑작스럽게 나타나는 정신혼란)과 자살 등의 정신신경질환을 유발할 수 있기 때문에 의사의 처방과 복약지도가 필요한 의약품이다. 2018년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독감치료제 타미플루캡슐(오셀타미비르인산염)을 복용한 10대 청소년이 추락해 사망했다는 부작용 의심 사례에 따라, 성분이 같은 이 약품 사용에 주의를 권고한 바 있다.

약사회에 따르면, 해당 약품은 코오롱제약이 지난 4월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해외기부 목적으로 기부한 1만5천개 가운데 일부로, 사용기한이 올해 8월까지인 것으로 파악됐다. 약사회 쪽은 코오롱제약에 기부 의약품에 대한 조속한 회수를 요구하고, 한국사랑나눔공동체에 이미 배포된 물량이 있는지 확인 중이다.

사용기한 4개월 미만의 의약품은 사실상 해외기부가 불가능한데도 코미플루가 해외기부용으로 사회복지단체에 넘어간 과정도 의문이다. 사용기한이 임박한 의약품을 인도적 차원이라는 명목으로 ‘밀어내기’식으로 기부하는 제약사의 관행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약사회 관계자는 “코미플루는 10대 청소년 추락사 등 부작용 의심사례가 있어 복용 후 2일 동안 소아·청소년이 혼자 있지 않도록 하라는 안전성 서한이 배포된 바 있다”며 “코오롱제약은 해외기부를 목적으로 기부했다고 하나 사용기한이 4개월 미만인 점을 고려하면, 국내에서 사용될 수 있다는 것을 충분히 알 수 있었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코오롱제약 관계자는 “제약사 입장에선 폐기를 하나 기부를 하나 똑같은 상황인데, 한국사랑나눔공동체 쪽에서 기부 요청이 와서 좋은 취지로 기부를 한 것”이라며 “아프리카·동남아 등 국외와 국내 3개 병원 쪽에 기부할 것이라는 단체의 말을 믿고 기부했는데 어린이집 쪽에 배포가 됐다니 상당히 곤혹스럽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단체 쪽에 배포 중지와 전량 회수를 요청했는데, 이미 배포된 물량이 있어 전량 회수가 가능할지 모르겠다”고 덧붙였다.

약사회는 제약회사·기부단체·어린이집 등을 대상으로 사실관계를 파악하고, 위법행위가 확인될 시에는 고발 조치할 예정이다. 또 의약품 기부 시에도 의사나 약사 등 전문가에 의해 관리가 이뤄질 수 있도록 기부 및 투약 시스템 개선을 관련 부처에 요구할 방침이다.

유선희 기자 duck@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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